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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슈] 이낙연 터뜨린 '李-朴 사면론', 노무현 ‘대연정 제안’과 닮은 꼴

야권에게는 ‘꽃놀이패’ 여권에게는 ‘분열 폭탄’...이낙연 백척간두 시험대에 올라
‘李-朴 사면’은 촛불혁명 이끈 민심의 몫, 민심이 거부하면 이낙연 대권행보도 먹구름

[폴리뉴스 정찬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언급이 여권 내부에 ‘폭탄’을 던졌다. 이낙연 대표의 차기를 향한 리더십도 이번 제안으로 백척간두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낙연 대표는 새해 벽두인 지난 1일 뉴스 통신사들과 인터뷰와 현충원 참배 현장에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박 전 대통령 사면 건의 언급은 지난해 12월31일 페이스북에 올린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 사회갈등을 완화하면서 국민통합으로 가겠다”는 새해 각오를 실천하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즉 ‘갈등 해소와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워 차기 대권에 다가가려는 행보로 읽혀진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 박 전 대통령 사면 건의 언급으로 여권 내부는 분열의 골에 빠져들고 있고 야권은 여권의 분열을 지켜보면서 정치적 득실을 챙기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2005년 8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내홍으로 몰아넣은 단초가 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당시 상황과 닮은 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무렵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당시 야권인 한나라당을 흔들기 위해 던진 ‘폭탄’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여권 내부를 혼돈에 빠뜨린 ‘폭탄’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며 대오를 정비했지만 열린우리당은 더 깊은 분열 상황을 맞이했다.

야권은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가 내년 4,7 보선용으로 보고 경계하는 듯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기면서 여권의 분열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 대표의 언급이 있는 날에 보궐선거용이라는 의심을 보냈지만 이후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 등이 사면제의를 반기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관망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가 야당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의 강’을 두고 분열됐던 야권은 이 대표의 사면론으로 인해 그 분열의 골을 더 깊게 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본다. 또 4.7보선에서 이 대표의 사면 언급이 야권으로 결집한 보수층과 중도층을 이완시킬 파괴력이 큰 정치적 변수로도 치부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야권은 사면론 제기가 여권에 ‘폭탄’이 돼 이낙연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둘 중 최소한 하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소재로 본다.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건의가 문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면 이 대표와 문 대통령의 동반관계는 깨지고 여권 내부의 분열은 더 깊어진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이 대표의 차기 대권행보도 심대한 차질을 빚는다. 

여권에게 최선으로 볼 수 있는 문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사전 조율과 협의 하에 진행된 경우라도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진영의 이완으로 여권 결집력의 약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등 야권으로서는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가 어떤 측면에서는 ‘꽃놀이패’에 해당된다.

이낙연 제안에 거센 여권 내부반발, 김한정-박수현 등 일부 이낙연 옹호

그러나 여권 내부는 다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없다.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며 사면 반대 뜻을 밝혔다. 안민석 의원도 2일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복권은 촛불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복권은 국민들이 결정해야지 정치인들이 흥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에 반대한다”며 “무엇보다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난 반댈세”라고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초선 의원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사면 논의는 사법적 정의를 후퇴시키고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고 김용민 의원도 “박근혜·이명박 사면은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이 대표의 사면론 제의를 저격했다. 

다만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은 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두환 전 대통령 사면 요청 부분을 언급하고 “당연히 논란과 반대가 있겠지만 잘한 판단”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정치 갈등 완화와 국민 통합에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이 대표가 어떤 선택과 결단을 하든, 그리고 문 대통령께서 어떤 선택과 결단을 하든, 그것은 이 시대를 감당한 자의 운명”이라며 이 대표의 사면론 제안을 옹호했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층의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까지 올라왔고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이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사면 제의가 야권이 아닌 여권을 혼란 속에서 내모는 형국이다.

이낙연 사면론 제안의 가장 큰 관문은 민주당 지지층과 민심, 민심이 거부하면 심대한 타격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 대표가 이러한 상황을 수습하는 능력을 보여주느냐의 여부다. 그래서 이 대표의 시험대다. 여권 내 차기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이번 사태에 말을 아끼며 나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내건 이상 이, 박 전 대통령 사면문제를 일관되게 추진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통해 4.7보선까지 돌파해야 한다. 작심하고 말을 꺼냈음에도 민주당 내부의 반발을 이유로 물러선다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이다.

가장 큰 관문은 민주당 지지층과 민심이다. 이 대표는 정치적 당위로서 ‘갈등해소와 통합’을 위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궁극적으로 민주당 지지층과 촛불혁명을 이끈 민심의 몫이다. 민심이 이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면 이 대표의 대권행보도 먹구름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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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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