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식료품 가격 안정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

가계 소비에서 식자재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 가계 소비에서 식자재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지수'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지출액(638조 7782억 원) 가운데 12.8%(81조 7779억 원)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를 사는 데 쓰였다. 

지난해 엥겔지수가 이렇게 크게 오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외식 수요가 가정으로 옮겨간 것이 엥겔지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업관측본부의 축산관측 12월호를 보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칸타 월드패널 디비전'의 조사 결과 지난해 7월 10일∼10월 11일 가정 내 돼지고기 평균 구매량은 5.99㎏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5.37㎏보다 11.5% 증가했다. 한우고기 평균 구매량 증감률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9월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늘었다.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정간편식과 밀키트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마켓컬리에서 지난해 1월부터 12월 13일까지 가정간편식 판매량은 2019년보다 154% 치솟았다. 샌드위치 판매량은 851% 급증했고, 분식류도 334%, 밥류는 226%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네이버가 지난해 1~11월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된 상품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제품이 2019년보다 2배 가까이 팔렸다.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기농 등 비싸더라도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를 찾는 현상도 지수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GS리테일에서 국내외 유명 유기농 상품을 전문 판매하는 모바일 앱 '달리살다'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정식 론칭시점인 2020년 10월 한달보다 2배 이상 신장했다. 또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는 친환경 국제인증인 ASC 인증을 받은 수산물 제품군(연어, 새우살, 전복, 미역)의 20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406% 증가했다. 

또 우리나라는 농축산물 가격 등락이 큰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여름철 장기간 장마가 더해지며,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5% 올랐으나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9.7% 급등했다. 농산물 6.4%, 축산물 7.3%, 수산물 6.4% 각각 상승했으며,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도 10% 올랐다. 특히 쌀값은 11.5% 급등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엥겔지수가 오른 원인에 대해 한마디로 ‘홈이코노미(홈+이코노미)’ 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평상시라면 외식으로 해결했을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다보니 식료품 지출이 늘었다”며 “소비지출액은 그대로인데 식료품 지출액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엥겔지수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한파나 설 연휴가 이어지면 식료품 가격이 보통 올라간다. 이때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층은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면서 “1~2월은 채소나 육류 같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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