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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 사실 인정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법원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정됐다.

25일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심의‧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단은 일반적인 성희롱 사건보다 엄격하게 이뤄졌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박 시장이 사망해 직접 진술하거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기에, 참고인 진술‧자료가 없는 의혹에 대해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뜻이다. 

인권위는 위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성희롱 입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어떤 말과 행동이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그 수위나 빈도 대신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을 주된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 여부나 친밀성의 정도 등 개인 간의 사적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불평등한 권력관계, 지위에 따른 위계가 작용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맥락하에 부적절한 관행과 고정된 성역할 역시 배경으로 지목됐다. 비서직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공사 구분이 모호한 채로 노무가 진행돼 왔다. 이를테면 피해자는 박 시장의 일정 관리를 넘어 샤워 전후 속옷 관리, 혈압 재기, 명절 장보기 등을 수행했는데 이 같은 사적 영역에 대한 일 처리가 공적 업무 범위로 정당화되면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또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역시 기저에 있다.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 왔다. 비서는 ‘서울시의 얼굴’이며, 여성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성하고 타인을 보살피는 돌봄‧감정 노동이 적합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30일 직권조사를 결정한 후 8월 총 9명으로 직권조사단을 구성했다. 서울시청 시장실‧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박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 51명의 진술,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에 근거해 판단 내렸다.

인권위는 지자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감독할 상급기관이 없어 당사자의 사퇴나 형사처벌 외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음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사회적 지위, 자원, 권력에 있어 지자체장과 피해자의 불균형이 심해 비밀이 새나가거나 공정한 조사가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권위는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위에서 사건 조사를 전담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2차 피해가 성희롱에 동반되는 부차적 문제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관계에 지장을 줘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노동권 측면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이후 관련법 정비를 통해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의무화됐음에도 실제 시행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며, 2차 피해 예방이나 피해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유경 기자

과학ㆍITㆍ환경ㆍ노동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정책 이슈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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