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선 승리, 대선경쟁 ‘文대통령 울타리’ 유지하며 ‘정권계승 가치’ 우선될 수도
야권 승리할 경우, 文대통령 지지층 차기주자 쪽으로 흩어지면서 ‘차별화’ 흐름 빨라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월29일 부산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외치며 파이팅하고 있다. 왼쪽부터 변성완, 박인영 예비후보, 이낙연 대표, 김영춘 예비후보.[사진=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월29일 부산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외치며 파이팅하고 있다. 왼쪽부터 변성완, 박인영 예비후보, 이낙연 대표, 김영춘 예비후보.[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선의 중심에 섬에 따라 11개월 후 있을 차기 대선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 결과가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문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행보’를 결정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4.7보선은 차기 대선에서의 문 대통령 영향력을 재는 척도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의 좌표가 설정되면 이에 맞춰 여야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결정된다. 즉 보선은 ‘정권계승론 대 정권교체론’의 힘을 가늠케 한다. 이에 맞춰 여권 대선주자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의 수위를 잴 것이고 야권주자들은 ‘반문재인 전선’의 활용도를 재평가하게 된다.

역대 대선 국면에서 현직 대통령이 가진 힘은 크다. 여권 내 대선후보 경쟁에 영향을 미치거나 자당 대선후보를 공권력을 통해 은밀하게 지원, 또는 막대한 대선자금을 넘겨주는 등 수면 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명박 정부는 18대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과 군을 동원해 댓글 공작까지 펼쳤다. 그러나 민심의 관점에서 보면 현직 대통령은 ‘장애물’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을 보면 현직 대통령은 대선국면에서 여권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각인됐다. 그래서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자당 대선후보의 차별화 행보에 시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그나마 준수했다. 역대 대통령의 집권 말 레임덕은 이러한 현상을 불가피하게 했다. 

그러나 4.7보선을 앞둔 문 대통령의 경우는 다른 흐름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조사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12월에 30%대까지 하락하는 등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새해 들어 반등해 40%대를 회복했다. 집권 4년차 후반기 역대 대통령 지지율로는 최고치다.

대선국면까지 40%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문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클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는 ‘차별화’의 힘보다는 ‘정권 계승론’이 더 큰 물리적 힘을 갖는다. 야권은 차기 대선에서 여당후보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까지 상대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 바로미터가 4.7보선이다. 4.7보선 승패 결과가 문 대통령의 대선국면에서의 역할도 규정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을 때 강하게 반발한 것이 문 대통령 지지층이며 이들은 이른바 ‘친문’이라는 강력한 대중정치세력과 호흡한다. 대선국면까지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지 여부가 4.7보선에서 드러난다.

민주당 보선 승리, 대선경쟁 ‘文대통령 울타리’ 유지하며 ‘정권계승 가치’ 우선될 수도
야권 승리할 경우, 文대통령 지지층 차기주자 쪽으로 흩어지면서 ‘차별화’ 흐름 빨라져 

이러한 상황 전개는 야권 내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부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야권주자의 부재는 문 대통령 리더십을 유지케 하는 한 요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18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규정하고 윤 총장의 대선출마 등 정치활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정 쐐기를 박은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야권 대선주자 부재상황을 부채질했다.

이는 달리 여권 내부의 대선경쟁 구도가 당분간 문 대통령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유력주자들은 문 대통령 지지층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즉 누가 문 대통령 지지층을 안느냐의 여부가 여권 내 대선경쟁의 승부처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의 1월3주차(18~20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결과 이 지사가 27%, 이 대표가 13%, 윤 총장이 10%였다. 1월1주차 조사대비 이 지사는 3%포인트가 상승했고 이 대표는 2%포인트, 윤석열 총장은 6%포인트 하락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결과에서 주목할 지점은 이낙연 대표가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다자 구도에서 30%선 내외에서 1위를 독주했지만 NBS 조사 기준으로 8월 들어 이재명 지사와 경합으로 변했고 이러한 상황이 지난해 12월까지 이어지다가 올해 들어 급격히 추락한 부분이다.

이 대표의 대선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초대 최장수 총리를 지내 문 대통령의 후광(後光)효과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총선 후 후광이 걷히면서 지지층 중 상당수가 이 지사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윤 총장의 등장으로 고연령층과 중도-보수층에서도 이 대표는 윤 총장에 치이는 상황을 맞이하며 지지율 하락폭이 더 커졌다. 

4.7보선은 이 대표가 이러한 흐름을 깨는 기회다.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역할을 입증해야 이재명 지사 쪽으로 이동했던 지지층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 당 대표로서 자신의 역할의 입증하는 것은 선거 승리뿐이다. 패배할 경우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상당 기간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전력투구하는 등 보선에 매진함과 아울러 ‘세월호 7시간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 등을 통해 문 대통령 및 민주당 지지층과의 호흡을 맞추며 지지기반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4.7보선에서 한 발 비껴 선 이재명 지사는 자신 특유의 돌파력으로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자기만의 정치적 지향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한편 문 대통령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며 코드를 맞췄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모두 4.7보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 지지층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다. 4.7보선의 결과 민주당이 승리하고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유지될 경우 이러한 상황은 민주당 대선후보 당내 경선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울타리’에서 ‘정권계승의 가치’가 우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이 승리할 경우 상황은 반전된다. 문 대통령 레임덕에 속도에 불이 붙으면서 문 대통령 지지층도 차기 대선주자 쪽으로 빠르게 흩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 모두 ‘문 대통령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 ‘차별화’를 통해 지지층을 모으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야권도 4.7보선 결과에 따라 대선국면으로 가는 길에 변화가 발생한다. 선거 승패에 따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역할 뿐 아니라 당의 진로 등 모든 상황이 연동된다. 승리할 경우 김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연장되며 국민의힘 또한 대선국면까지 안정된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지만 패배하면 혼돈에 빠진다. 

오는 7월 퇴임하는 윤석열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지 여부도 4.7보선의 승패에 연동돼 주목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총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대선에 나설 경우 그간 자신이 주창해온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배치된다. 따라서 대선주자 부재 상황의 야권의 러브콜과 이에 대한 윤 총장의 밀당은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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