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번째 금리 동결…"코로나로 경기 불확실성 여전“
기존 경제전망보다 상품수출 1.8%포인트↑ 민간소비 1.1%포인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여파로 경기 회복 여부와 강도가 여전히 불투명한 점,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 부동산·주식시장 과열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위축된 소비를 고려해 3%로 유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했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16일(1.25%→0.75%)과 5월 28일(0.75%→0.5%) 두 차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7월과 8월, 10월,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달까지 총 여섯 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금통위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국내경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전개 상황,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도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에 대해선 “수출이 IT(정보통신기술) 부문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유지했지만,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 등으로 부진이 이어졌다”며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회복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 때와 마찬가지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예견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부진하고, 경기회복세에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금통위가 경기 방어 차원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그 부분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겨울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생각보다 심해 소비가 지난번 본 것(지난해 11월 전망)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올해 취업자가 13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증가 폭 예상치를 8만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실업률 전망치는 3.8%에서 4.0%로 높였다.

‘과열’ 상태인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물경기와 따로 노는 자산시장 동향의 요인으로 신용(대출) 급증과 함께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최대치다. 또 지난달 코스피는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고, 같은 달 11일엔 장중 3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기준금리(0.5%)가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이라는 지적도 금리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금리가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과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나라로 투자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금리를 더 낮추기에는 금융·외환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 24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0%까지 상승했지만 2019년 말(1.36%)보다는 여전히 낮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 3월 128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1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편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GDP성장률)을 지난 11월 전망치와 같은 3%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수출 지표가 개선됨에 따라 (성장률 전망) 상향 가능성도 기대됐지만 내수 위축 부담으로 전망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며 “경기 판단과 동시에 여전히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신중한 경기판단으로 해석된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7.1%로 기존(5.3%)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도 600억 달러에서 640억 달러로 늘었고, 설비투자 증가율(5.3%)도 기존(4.3%)와 비교해 1.0%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러나 하지만 결정적으로 민간소비 성장률은 2.0%로 기존(3.1%)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 유지 배경은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민간소비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아직 지출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추경이 성장률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통화정책결정문에서 국제경제의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다(11월)’라는 표현이 ‘회복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로 수정된 만큼 향후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는 위쪽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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