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대선에 뛰어들면 넘어야 할 산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발하여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곧 바로 사퇴를 결단한 것은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하여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여권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이 기회에 자신이 주도하는 행보를 하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한달 후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곧 바로 대선정국이 시작되는 일정을 감안하여,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정치에 뛰어드는 모양새를 피해 휴지기를 가지려는 의중도 있었을 것이다.

사퇴선언문에 나온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말이나, 검찰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나온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들은 이미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결심이 분명함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윤석열이 대선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질문 보다는, 그가 뛰어든 대선판은 어떻게 요동칠 것인가라는 질문이 유용해 보인다.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이 정치에 뛰어들어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일단은 지지율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선 출마 여부도 불확실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도 없는 여건에서도 적지않은 지지율이 나왔는데, 정식으로 대선에 뛰어들고 마이크를 손에 쥐게 되면 관심의 집중 효과에 따라 지지율은 일단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것이 지속가능한 지지율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윤석열이 지지율에 부응하는 정치적 내공을 보여준다면 파괴력을 갖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내공없는 거품으로 평가받을 경우 지지율의 급락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이 대권 주자로서의 능력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것은 법치와 법적 정의를 말하는 윤석열이 전부였다. 경기회복과 부동산 대책을 말하고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말하는 윤석열을 아직까지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윤석열이 자신의 분야를 넘어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할 정책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는 그의 앞에 놓인 최대의 과제가 될 것이다. 아무리 개인적인 학습역량이 받쳐준다 하더라도, 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넘어선다. 대선주자로서 국가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그의 일차적 과제이다.

또한 윤석열이 보여야 할 것은 정치적 리더십이다. 정치, 특히 대선을 치른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 세력을 만들어 그 세력을 갖고 대단히 큰 선거를 치르는 일이다.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동시에 복잡하고 많은 일들을 조정하고 이끄는 리더십이 없으면 해낼 수 없다. 물론 이제까지 검찰이라는 조직에서 성장했던 인물이라 조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은 있겠지만, 정치가 요구하는 섬세한 리더십에 이르려면 발군의 실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과거 대선을 앞두고 한때 부상했던 고건, 반기문, 그리고 안철수에 이르기까지도, 여러 인물들이 결실을 맺지 못했던 데는 이런 과제들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이유가 컸다.  

윤석열이 자기의 능력과 리더십을 보인다면 판 자체는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들은 지지율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차기 대선에 뛰어들 수는 없게 되었다. 이러한 대안 부재의 환경은 윤석열에게는 좋은 기회를 의미한다. 그가 굳이 인기없는 국민의힘에 합류하면서 정치를 시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신 1단계로 야권의 제3지대에서 안철수, 금태섭 등과 우호적 관계 속에서 세력화한 이후 국민의힘과 어떤 식으로든 연대하는 수순을 밟는다면 차기 대선에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모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더 이상 ‘핍박받는 검찰총장’이라는 반사이익은 없다. ‘소신’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성패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능력에 달려있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정치적 중립을 견지해야 할 검찰총장이 물러난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정치를 하는 것은 적절한 광경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법치와 상식이 무너지는 아수라장의 상황이 된 마당에 윤석열에게만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은 국민이 판단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윤석열이 우리 정치를 새롭게 발전시키는데 역할을 하는 인물이 될지, 아니면 우리 정치의 혼돈을 가중시키는 스쳐가는 인물이 되고 말지 지켜볼 일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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