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책위 "열악한 환경, 실거주 어려워...민간 주도 개발 요구, 쪽방촌도 수용할 것"
LH는 "실거주 아닌 지주들은 현금청산, 실거주자에 한 해 공공주택 입주권"

지난 19일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정부가 지난 2월 5일 동자동 일대 서울역 쪽방촌 정비와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 지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이민호>
▲ 지난 19일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정부가 지난 2월 5일 동자동 일대 서울역 쪽방촌 정비와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 지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이민호>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1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동자아트홀에서 서울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는 정부의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에 대응해 주민대책위를 창립하고, 대응안을 논하는 자리였다. 정부가 지난 2월 5일 동자동 일대 서울역 쪽방촌 정비와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 지주들이 크게 반발했다. 주민대책위는 지난해 기존 후암동 특별계획구역 사업이 5년간 진행되지 않아 자동 해제된 이후, 새로운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계획 용역을 발주해 새로운 사업을 올해 용산구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주민대책위 측은 정부가 주민들과 아무 협의 없이 갑자기 사업을 발표했고, 이에 대응해 쪽방촌 정비를 포함한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철회시킨다는 것이다. 주민대책위는 지주 80% 이상 반대 의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는 기존 ‘후암특계1구역 재개발 준비추진위원회’를 이어 ‘서울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로 새롭게 창립하면서 새로 위원장과 감사, 대의원 등 임원과 간부진을 뽑고, 사업자 번호 승계 등에 대해 회원들의 의사를 묻는 자리였다. 이날 주민대책위는 340세대 가운데 200여 세대가 참가했다.

지난 2007년 동자동에 아파트를 매수한 한 김모(45)씨는 2년간 거주해 실거주요건은 채우고 이사를 갔다고 밝혔다. 김씨는 정부가 토지주들이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정부가 서울시내 토지를 공시지가로 현금 청산한다고 얘기하면 믿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입할 당시도 낙후 지역이라 정비계획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매입했다고 말했다. 남산이 가깝고 교통 요지라 재개발되면 돌아올 생각이었다. 김씨는 “여기 안 산다고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실거주자로, 회사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을 위해 주택을 매입했다는 강모(40)씨는 정부가 주택 소유주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사 온 지는 4개월 됐고, 주택을 매입한 건 1년 됐다”며 “쪽방촌 공공주택 개발에 대해 기사를 보고 알았다. 대책위에서 주민 의견을 받는 공람을 알려줘서,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개발 관련한 공고나 우편을 보거나, 받지 못했다”면서, “실거주자조차 개발 정보를 몰랐는데, 실거주자가 아니었다면 아무런 대응도 못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모(55)씨는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10여 년 전에 5억원을 투자해 전세를 끼고 6억 7000만원 가량 하는 빌라를 매입했다.  

지난해 퇴직한 유씨는 “은퇴를 할 때쯤 남산 인근에 내 집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실거주자가 아니라, 공시가격에 따라 현금청산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공공주택 사업은 ‘시세에 90% 준하는 가격’으로 공공주택 분양을 받게 한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주민대책위 측은 LH 쪽에서 이런 안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보상가를 5~7억원 가량으로 잡아도 현재 주변 시세 10억원 가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현재 소득이 없는 유씨는 사실상 손해를 보고 다른 곳에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유씨는 현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유씨는 “다른 지역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만약 시세 10억원하는 주택에 투자했다면 그 주택은 지금 최소 15억원 이상으로 올랐다”며 “이곳에 투자한 집 주인들은 재산세도 내는데 왜 쪽방촌 개발 때문에 손해를 봐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쪽방촌 주민의 주거권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주들 손해가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LH에서 헐값에 서울역 인근 ‘노른자위 땅’을 매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동자동 주민대책위는 정부의 공공주택개발 및 쪽방촌 정비사업에 반대해, 의사를 표시하는 빨간 깃발을 집집마다 달았다. <사진=이민호>
▲ 동자동 주민대책위는 정부의 공공주택개발 및 쪽방촌 정비사업에 반대해, 의사를 표시하는 빨간 깃발을 집집마다 달았다. <사진=이민호>

 

한지숙 동자동 주민대책위 총무는 “지난해부터 쪽방촌을 수용해서 새로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번 공공주택 사업은 공공분양주택에 용적률을 700%까지 적용해 40층 아파트를 짓고, 임대주택은 17층 가량으로 예정되어 있다”며 “민간재개발 사업도 공공분양주택에 준하는 용적률 상향 혜택을 주면 쪽방촌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비사업에 40%까지 부지를 제공해도 민간재개발 사업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총무는 일각에서 쪽방촌과 지주들이 대립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 부인하면서 “정부나 쪽방촌 사람들과 싸우고 대립하는 게 아니다. 적절히 서로 간에 이해관계를 보완하고, 협의해서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 총무는 "가족이 50여 년간 소유한 주택인데 현금 청산될 상황"이라며 "실거주자가 아니라고 해서 쫓아내지 말고, 동자동 일대 열악한 거주 환경 때문에 타지에 거주한 만큼 민간이 개발을 추진해서 들어와 살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16여 년간 개발예정구역으로 묶여 주택 신축 등이 막혀 있었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곳으로,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실거주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게 주민대책위의 주장이다.

이날 주민대책위는 추후 정부에 제시할 대응 방향으로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민간·공공결합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개발에 준하는 개발 조건을 관철해 재산권을 보호하고, 대신 일정 면적은 공공주택 개발 부지를 제공해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공공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게 위원회의 입장이다.

주민대책위는 절차상 하자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 감사 청구 등을 실행하고, 더 나아가 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위헌 소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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