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구도 짜이나…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난항
김정은 "적대세력 방해에 北中단결"…중·러 "인권문제 정치화·내정 간섭 말아야"

<strong></div>김정은, 시진핑에 구두 친서 보내…'전략적 의사소통 강화'<사진=연합뉴스> </strong>
김정은, 시진핑에 구두 친서 보내…"전략적 의사소통 강화"<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미국의 인권 공세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도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인 일본, 한국과 공조 체제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정부의 구상이 난관에 부닥치는 것은 물론 한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바라는 미국과 한국을 '약한 고리'로 여겨 공략할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북한, 러시아에 대해 날 선 비판에 나선 직후 북·중·러의 밀착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시점상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주 일본과 한국을 순방하며 북·중 인권에 직격탄을 날리고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파열음이 나온 직후에 북·중이 친서를 주고받은 셈이다.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보낸 친서에서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국가명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적대 세력'이란 미국 등 서방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방한 기간 홍콩과 신장(新疆)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비난했고, 북한에 대해서도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시 주석도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새로운 정세 아래에 북한 동지들과 손을 잡고 노력해 북·중 관계를 잘 지키고 견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는데, '새로운 정세'는 바이든 정부 출범을 뜻하는 것으로 읽힌다.

결국, 북한과 중국이 바이든 정부의 비판에 맞서 연대해 대응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입장에선 최근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사태 등으로 미국과 갈등이 심화하고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되는 상황에서 '믿을 건 역시 중국'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러시아와도 한목소리로 미국 등 서방세계를 비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 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서방세계 등 다른 나라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의 국무·국방 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돌며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도 보인다.

대치 전선은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이 22일(현지시간)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중국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제재를 가했다.

제재는 개별적으로 발표됐지만, 미 재무부가 "미국은 신장과 전 세계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싸우기 위한 글로벌 노력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계속 발휘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보듯 조율을 거친 공동 대응이었다.

이처럼 북·중·러와 미국 등 서방의 대립 구도가 점차 뚜렷해지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진척을 위해서는 북미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북한이 '대화' 대신 '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미의 '비핵화 역할론'에 소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북정책 등에 있어 한국 외교가 움직일 공간도 좁아질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입장에서는 미중 갈등이란 큰 틀 안에서 국제 정세까지 살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어떻게 추진할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권 지적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순식간에 험악해질 수 있다.

북한이 23일 밤 이뤄지는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동향까지 지켜본 뒤 대응할 가능성이 있는데, 일각에선 '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날 밤 방한하는 라브로프 장관의 행보도 주목된다.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방한한 것이지만,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미러관계의 긴장이 높아진 터라 라브로프 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미국을 향해 비난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외교적 이익에 맞게 북중러 대 한미일 간 대립 구도를 만들고 싶어할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그러한 의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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