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의 경쟁력은, 기업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전문가 "'미국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라'는 뜻을 담은 무언의 압력"
손경식 "이 부회장 사면, 정부에 공식 건의"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반도체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삼성전자,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들여 "우리(미국)의 경쟁력은, 기업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 내에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6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바이든의 발언은 '미국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라'는 뜻을 담은 무언의 압력"이라며 "하지만 삼성은 돈이 많이 남는 '하이테크' 반도체를 생산해내는데, 자동차 반도체의 경우 돈은 남지 않는 삼성 입장에선 생산하고 싶지 않는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은 삼성에게 '보조금 줄 테니 하라'고 하지만, '안 하겠다면 그냥 나가라'는 의미의 압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인텔과 TSMC는 미국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상태니 삼성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붉어진 수급 대란 문제에 미국이 '자국 살리기'에 나선건데,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1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텔 공장 네트워크 안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설계 업체와 논의 중이며 6∼9개월 안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백악관의 요구에 즉시 답했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짓는데 이어, 이번 반도체 공급 부족에 협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3년 간 1000억달러(약 112조 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돈 안되는 차량용 반도체, 삼성의 깊어가는 고민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최강이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교체주기가 길어 국내 기업들은 생산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교체 주기는 통상 10년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바이든은 이번을 기점으로 미국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모든 인프라에 대해 자국 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미국은 화웨이나 TSMC 등 반도체에 대해 수출 금지 등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이들 기업의 반도체 생산을 자국 내에서 하게끔 만들면, 굳이 제재를 하지 않아도 반도체 패권에서 이길 수 있는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까지 들어오게 되면, 중국 주변 국가의 주요 반도체 기업을 미국 내에서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중국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이 추가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자칫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40%에 육박한다. 미국 요구만 들어주면, 매출이 반토막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역시 미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의 입장은 더 난처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투자 독촉에 삼성전자가 조만간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20조원을 투자해 미국 내 추가적인 공장을 짓는 방안을 지속 검토해왔다. 바이든의 압박으로 삼성전자가 투자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투자 규모도 확대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재용 '사면설' 까지
업계에선 반도체 분야의 패권 전쟁이 막을 올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영을 진두지휘할 총수의 부재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에 사실상의 ‘공격적 투자’를 요구한 점도 사면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 중 하나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구속된 상태다. 사면이나 가석방 등 절차가 없다면 형기가 끝나는 내년 7월 말까지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장기화 중인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촉발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손 회장은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하면 한국이 반도체 강국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주도권을 이어가려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며 ‘광복절’이라는 구체적인 사면 시점까지 언급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CJ 사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이) 최대한 빨리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반도체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서고 있어 한국이 언제 ‘반도체 강국’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문 대통령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종합 지원책 세워야”
- [반도체대란①] 시작된 미국의 견제, 반도체 세계 대전의 서막?
- 반도체 패권 뺏길라…각계에서 ‘이재용 사면’ 건의 잇따라
- [반도체대란③]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선택 강요받는 한국
- [대정부질문] 박범계 '이재용 가석방,사면'에 "검토 안해"
- '충수염 수술' 이재용 오늘 서울구치소 복귀
- 대장까지 잘라낸 이재용, 충수염이 뭐길래?
- 이재용 3년 전 수감때, 화장실 칸막이도 없어...서울 구치소서 가장 열악한 방
- [폴리-미디어리서치] 이재용 법정구속 ‘부적절56.2% >적절39%’
- [리얼미터] 삼성 이재용 판결 ‘과하다46%-가볍다24.9%-적당하다21.7%’
- 민주, 이재용 부회장 2.6년 법정구속 판결에 "정경유착 부끄러운 과거 끊어내겠다"
- [이슈] '준법감시위' 안 통한 이재용 양형에 희비 엇갈려
- [속보]이재용 법정구속···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징역 2년6개월
- 결국 법정에서 눈물흘린 삼성 수장 '이재용'…"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
- [폴리경제이슈] 힘 받는 '이재용 사면론'...인적 네트워크 통한 JY외교 필요성 '절실'
- 삼성전자 214명 대규모 승진인사 단행…이재용 체제 강화, 미래 성장 발판 마련
- 국민 10명 중 7명 "이재용 사면해야"…靑 "현재로서는 검토 계획 없어"
- 윤건영 “이재용 백신용 사면? 이럴 때일수록 원칙 흩트리지 말아야” 반대 뜻
- [新도약 삼성①] 지배력 강화된 이재용...홍라희, '경영권 안정 조력자'
- [폴리경제이슈] 보험법 개정안, 이재용 삼성그룹 지배력 변수되나
- 삼성家 이부진·이서현 그룹 입지 강화…계열분리 나설지 행보 주목
- 이재용, 삼성생명 최대주주로…삼성그룹 지배력 강화
- [新도약 삼성②] '뉴삼성' 이재용 사면론 ‘봇물’…이부진-서현, 자율경영 강화
- [폴리경제이슈] 삼성, ‘게임체인저’ 반도체 패키지 신기술 개발…TSMC에 도전장
- 삼성전자, 반도체 부진에도 1분기 영업익 65조3900억…전년비 45% 증가
- [폴리경제이슈] 위기의 한국GM‧르노삼성‧쌍용…“노사 협력으로 생산성 증대해야”
- [文대통령 질의응답⑤]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사면, 국민 의견 듣고 판단”
- 이원욱, 민주당 첫 '이재용 사면론' 언급에 靑 "검토계획 없다"
- 김부겸 "이건희 유산 사회환원 높이 평가...이재용 사면은 별개"
- 삼성증권, 1분기 영업이익 3993억원…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 삼성일가, 상속세 위해 수천억원 신용대출 받는다...규모는 '수천억원대'
- [新도약 삼성③] 반도체 '총력전'에 '신수종' 바이오까지 잡는다
- [폴리경제이슈] K반도체 ‘초격차’ 굳히기에 민관 '맞손'…공은 국회로
- 삼성전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 투자
- 文대통령 “평택·화성·용인·천안 경기/충청권에 ‘K-반도체 벨트’ 구축”
- [폴리경제이슈] 불붙은 '반도체 전쟁'...정부 'K-반도체 전략'으로 초격차 유지 총력
- 文대통령 반도체 생산거점 평택 방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 의지
- [폴리경제이슈] 50년 전으로 돌아간 자동차업계, '반도체 수급난에 마이너스 옵션까지'
- 문 대통령 취임4주년 "반도체 호황, 새로운 도약 계기로 삼아야"
- [폴리경제이슈]현대차, 2분기 ‘반도체 대란’ 뚫어낼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