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꾸준히 매각설 제기
지난해 기업금융전문가 유명순 은행장 선임후 본격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폴리뉴스 신미정 기자]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은행이 한국시장에 뛰든지 17년만에 소비자금융에서 철수한다. 대신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은 강화된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는 2014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런 결정은 초저금리, 금융규제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이익감소 때문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올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지속적인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철수한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내 13개 국가(한국,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의 소비자금융사업을 매각한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시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 및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씨티그룹은 이번 소비자금융사업철수가 “특정 국가에서의 실적이나 역량 문제가 아닌 씨티그룹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 할 사업부문에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단순화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1967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해 2004년 한미은행 인수를 거쳐 지금의 한국씨티은행이 됐다. 씨티은행이 한국에 들어온지 17년만에 철수길을 걷는 것이다. 초저금리, 금융비대면화, 국내 금융지주와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한 실적약화가 철수 이유로 꼽는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2019년 2794억원에 비해 32.8%나 줄었다. 특히 개인소매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감소해왔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설은 2014년 처음 제기됐다. 이해 씨티그룹은 한국과 일본에서의 사업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은 주요 소매금융 계열사인 씨티캐피탈을 매각하고 씨티은행과 시티카드만 남겼다. 같은 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박진회 당시 한국시티은행장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카드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소매금융에 대해서는 별다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2017년 또다시 매각설이 나왔다. 이번에는 박 전 행장이 직접 나서 2016년 133개였던 점포를 2017년 44개로 대폭 줄였다. 임직원들에게는 “디지털 기반 구축과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완수하겠다’고 메시지를 전하며 상황을 수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비자금융보다는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행장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발표 이틀 후 3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같은해 10월 유명순 현 행장이 선임됐다. 유 은행장은 기업금융전문가로 알려진 인물로,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을 챙기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일각에서는 이 때부터 소비자금융 철수를 준비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구체적인 사업 재편 일정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재편 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기존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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