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권 경쟁·지분 협상·제3지대 윤석열 두고 고심 
달라진 상황에 文정권 심판 명분서 安 정치적 플랜 회귀
"두 정당 궁극적으로는 합당할 것...시일은 걸릴 것 예상"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열린 충청권 당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열린 충청권 당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합당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다. 두 정당의 합당은 4·7 재보궐 선거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승부수로 던진 카드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두 정당이 실익과 명분을 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 명분을 걸고 추진돼 오던 야권 단일화가 다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개인의 '정치적 플랜'으로 돌아가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두 정당간 합당 성사까지는 앞선 단일화 국면처럼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국민의당과 '통합' 찬성" vs 국민의당 "당장 통합 아니라는 의견 있어"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마친 후 "국민의당과 '통합'을 찬성한다고 의결하고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같은 날 대구에서 당원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금요일(23일)에 전국 시도당 간담회를 마치면 전체 의견을 종합할 것"이라며 긍정적 시그널을 표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청권 당원 간담회에서는 "국민의힘과 합당에 대해 당원들이 찬성하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당장 통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모든 의견을 종합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겉모습과 달리 합당을 바라보는 두 정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지도부 공백 상태인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국민의당과 통합을 의결한다며 궁극적으로 합당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당과의 지분 문제와 당권 경쟁, 흡수 통합 문제 등을 두고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의총에서 '합당 찬성' 대신 '통합 찬성'이라는 표현으로 변경한 것도 '합당'에서 한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반면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주호영 권한대행으로선 전당대회 전에 합당을 먼저 성사시키는 게 유리할 거란 계산도 있는 상태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교수 18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합당을 하게 되면 지분을 나눠야 한다. 그럼 당협위원장을 1/3 정도 준다든지 하는 실무적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내 3석인 정당에 '합당'이라는 표현을 쓰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합당보다는 모호한 의미의 '통합'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즉시 합당'은 실익 크지 않아" 
안철수, 윤석열·국민의힘 당권 등 셈법 복잡

실제 국민의당 역시 국민의힘과 '즉시 합당'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원하는 '흡수 통합'이 될 경우 중도 성향을 내보이던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겉으로는 지역위원장 등 지분 협상과 당원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내비치지만, 실제적으로는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플랜'으로 합당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아직 등판하지 않았고,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는 만큼 안 대표가 합당 후 당권 출마를 할 것인지 등 야권 대통합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안 대표가 4.7 보선 국면에서 먼저 합당 카드를 꺼냈던 만큼 합당을 반대할 명분은 없는 상태다.

차재원 교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 합당할 경우 안 대표에게 당대표 출마 권유가 있을텐데 나가서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안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누가 당권을 잡느냐를 보고 (합당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했지만, 시한을 얘기 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방식을 지금처럼 70%로 한다면,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단일화 때처럼 100% 여론조사로 하길 원할 것이다. 단순하게 혼자 입당하는 게 아니라 합당인만큼 일종의 '인센티브'를 쥘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국민의힘과 줄다리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또 "(안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움직임도 보고 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무른다면 (안 대표는) 똑같이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서 국민의힘을 끌어드릴지 봐야하기에 안 대표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우석 미래전략연구소장도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두 정당 합당에서 관건은 국민의당"이라며 "안철수 대표가 (여러 변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사무처 등 여러 조건을 말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부분인데, 선거 전에 했던 말에 책임을 지지않고 좌고우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 대표의 복잡한 셈법으로 두 정당간 합당은 단일화 국면처럼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범야권에서는 내년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가 이뤄져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당과 궁극적으로는 합당하겠지만 시간이 언제가 될 것냐인데, 안 대표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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