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과 펜싱 금메달로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 고조되던 지난 달 30일, 야권 대선주자 부동의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의 입당서류를 받아든 것은, 당 대표도 원내대표도 아닌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었습니다. 대선정국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던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그 시기와 방법, 단일화 등 여러 변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인 입당을 감행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격화된 대선 레이스 속에서 ‘야권 1위 주자의 제1야당 입당’이라는 누가 봐도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만한 이벤트인데, 올림픽 소식에 가려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시점에, 그것도 당의 Top2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은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입당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좀 더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당적 없이 경청하고 싶었지만, 불확실성을 없애고 국민들께 빨리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고, 입당을 “결심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이준석 대표하고는 지난 회동 이후 교감을 가져왔고,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입당시점의 정황 상, 윤석열 후보가 의도적으로 당 지도부를 패싱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이준석 대표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2일에 입당하기로 사전 양해가 있었다”고 전제했지만,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상의 없이 일정을 변경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특수부 검사가 예고 없이 영장을 집행하듯이 입당했다”면서, “당대표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행위가 아닌지,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식상의 문제였지만 입당 이후 윤석열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 간의 관계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으리란 예측을 하게 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와의 상견례가 진행된 날, 당 대표실 산하에 ‘대선예비후보 검증단’ 설치를 공식화했는데, 지난 주 치맥회동 등을 통한 윤석열 후보와 당 대표 간 합의점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검증단은, 당내 후보와 관련하여 상대 측 공격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방어논리를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당이 후보에 대한 보증을 설 수 없다’는 논리인데, 당 내 다른 경선주자가 공격할 때도 개입하여 신속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판단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일정 정도는 판정단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실관계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외부 공세는 물론 내부 경쟁자들 간의 네가티브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엑스파일 존재가 이슈가 된 이후, 윤 전 총장 자신은 물론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은순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언론의 검증이 본격화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장모 최씨와 관련된 정 모씨 사건이 열린공감TV의 보도를 통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자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간에 네가티브 공방이 극에 달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국민검증위원회를 가동하고 이를 통해 공개 청문회까지 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대통령의 퇴임 이후 공방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되었지만, 당시에는 공개 검증을 거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외부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제3지대 독자행보 의지를 내비쳐온 윤석열 후보를,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제1야당이라는 보호막 안으로 끌어들인 가장 직접적인 동기, 그것은 본격화되는 본인에 대한 검증이었다고 보이고, 그에 대한 화답이 이준석의 ‘검증단’이라고 할 것입니다.

윤석열 입당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말 파동이 있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 홀로 움직이는 셀럽 회동과 현장 방문을 통해서, 그것도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일방통행식의 메시지 정치를 했는데, 그 한계는 분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가 말 파동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적나라한 현재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구에 가서 코로나 초기 ‘대구 봉쇄’ 언급을 두고 다른 곳이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발언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세금 걷어 재난지원금 줄 거면 애초에 세금 걷지 마라’는 주장은 국가 경영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또한 사드와 관련한 ‘중국 레이더 철수’ 주장은 외교적 시각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주 120시간 근무를 언급한 것이 문제되더니, 어제는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했던 ‘부정식품’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령의 기준을 벗어난 ‘부정식품이라도 싸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취지를 검찰의 수사범위와 관련해서 이야기한 것인데, 여당 대권후보부터 당내 유승민 후보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에 참석해서는 출산률 문제를 두고 ‘건강한 페미니즘’을 언급해서 여성계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도 ‘검찰에만 있던 윤 전 총장이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의 현실을 인식하는데 큰 괴리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국민의힘 조기 입당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지율의 하락세였다고 판단됩니다. 제가 지난 달 정국진단에서 언급했듯이, 윤석열 후보는 본인의 출마이유를 국민의 지지에서 찾았습니다. 만일 지지세가 무너진다면 본인의 정치적 명분 자체를 찾기 어렵게 스스로를 몰고 간 것인데, 출마선언 후 한 달간 꾸준한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윤석열 대세론’은 힘을 잃었습니다. 최근 하락 추세가 일단 횡보하는 양상으로 바뀌면서, 입당이라는 대안을 서두르게 되었다고 보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재 독보적인 야권주자 1위라는 점에서, 윤석열 입당에 대한 평가는 다른 모든 것을 떠나 ‘과연 정권교체에 기여할 수 있는 선택인가’라는 점에 맞춰져야 합니다.

출마선언 이후 드러난 윤석열 후보의 전략은, 본인이 입당 상견례 자리에서 언급했듯이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빅텐트’였습니다. 제3지대에서 중도와 진보의 이탈세력까지 끌어안음으로써 압도적인 지지율을 가진 1위 주자 위상을 유지하고,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는 11월 쯤, 입당이나 단일화를 거쳐 기호2번 주자로 대선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전체 대선판을 놓고 보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윤석열 후보가 그러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지난 한달간 대권주자 윤석열은, 이준석 체제의 국민의힘보다도 더 우편향적인 행보를 보였고, 무엇보다도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이 바라보는 시대정신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윤석열의 정치철학을 설명할 수 없었고, ‘반 문재인’ 이상의 어떤 것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주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지율의 하락이었고, 특히 중도층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습니다. 냉정하게 표현하면 이제 ‘국민의힘 지지층만이라도 확실하게 끌어안아 야권 1위의 지지율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안철수와 김동연 전 부총리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제3지대’는 약화되거나 소멸되는 수순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제3지대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인데, 4.7 재보선 승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은 보이지 않고 보수정당의 틀로 후퇴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윤석열 후보는 어제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대권 도전은 ‘개인적으로 보면 불행한 일이고 패가망신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대의만을 위해 차기 대권도전을 결정했다는 사명감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호랑이 등에 올라탄 본인은 계속 갈 것이니 도와달라는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네가티브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신호 정도로 읽힙니다. 아무튼 장외 정치를 청산하고 제 1야당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섰지만, 공당의 대선후보로서 1/n 대열에 합류하는 순간 윤석열의 비전과 자질, 도덕성에 대한 검증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또 다른 차원에서 본격화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야권후보 선출을 위한 대선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후보 선출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됐다는 측면에서 윤석열 후보의 조기입당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16강전, 8강전, 4강전 등 경선의 흥행도 예상되지만, 지지율 1위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당내 이합집산과 경합은 그 전개양상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가 난무하거나 뚜렷한 정책 대결을 펼치지 못할 경우, 경선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에서 ‘친 윤석열’ 세력화는 이미 상당 수준 진전되었습니다. 지도부의 승인없이 캠프에 합류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있었고, 사실상 윤석열 지지선언으로 해석된 입당 촉구 대열에는 정우택‧신상진‧주광덕 등 전직 의원과 정진석·권성동‧장제원‧박성중 등 현역 의원 40여명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입당 과정의 지도부 패싱 논란을 보면, ‘윤 전 총장의 행동은 이준석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란 어느 방송인의 해석도 충분히 타당성을 갖습니다. 보수정당의 새 모습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준석 체제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야권의 대선주자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내년 3월 대선은 여야 진영 간 일대일 구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야권의 희망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에게 쏠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권의 정권교체 열망이 윤석열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듯이, 그 열망에 도움이 안된다면 윤석열도 가차없이 낙오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 입당에 대한 여론은, 후보와 정당 지지도의 동반 상승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6주 연속 하락에서 벗어나 반등했습니다. 입당 다음 날 하루동안 조사한 세계일보-PNR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30%대 중반의 지지율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당 초기 ‘최소한의 컨벤션 효과는 거뒀다’는 근거가 될 수 있겠는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당분간 윤석열을 둘러싼 국민의힘 움직임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에서 치열한 검증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의원 등이 같은 링 위에서의 검증을 벼르고 있고, 국민 앞에서 대선후보로서의 자질을 서로간에 검증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입당과 함께 사실상 내년 대선은 또다시 치열한 진영간의 대결, 51 대 49의 대결로 전개될 것이 예상됩니다만, 그 가운데서도 국민통합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20대 대선이 되기를 요청드리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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