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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폴리칼럼] 민주당의 위기인가, 야권의 희망인가?

박원순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 것을 두고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의 징표라고 말한다. 정당에 대한 불신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기성 정당에 불만이 있으면, 새 정당을 만들거나 정당 틀을 벗어나면 된다.

그러나 그동안 기성 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채널을 벗어난 정치 진입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 다음 수준으로 비중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 이른바 ‘시민사회 후보’가 제1야당 후보를 이기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된 데 성공한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돌풍’에 SNS 시대라는 정당정치 환경의 변화까지 맞물려 기성 정당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경쟁에서 개별 후보보다는 세력화된 정당이 뒷받침하는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정당 추천이 아니면 주요 공직에 입후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제3공화국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후보 모두 정당의 추천을 통해서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헌법에 규정했었다. 이후 정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도 가능하게 됐으나, 정치적 진입은 여전히 기존 정당 통로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지역균열의 구조에서 정당체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의 독과점 체제였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양대 정당 체제를 재생산하는 제도적 효과를 만들고 있다. 결선투표도 없이 다득표자가 승리하는 제도에서는 1등만 살아 남는다. 적어도 차기에 1등을 넘볼 수 있는 제1야당은 되어야 한다. 이런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에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까지 결합해 있는 한국의 정치제도는 양당제적 경향을 촉진했었다.

물론 사회적 욕구는 다양하게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요구가 양당제로 모두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양당체제는 정치적 통합 기능을 잘 수행해야 유지된다. 우리의 거대 양당들은 이런 국민의 통합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안한 양당제였고, 양당제와 다당제를 왔다갔다 하는 이합집산이 반복됐다. 정당체제의 불안정과 함께 국민의 정당에 대한 불만도 반복되고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정치채널을 독점하고 있는 기성 정당을 벗어나는 새로운 정치적 진입이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치나 정당의 개혁도 현재의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에 의해 이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세력이 단번에 거대 정당으로 일어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정당은 ‘역사성’과 ‘구조화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정당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정당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지지 기반이었다. 정당 밖의 후보를 시민사회 대표라고 하지만, 정당 역시 시민사회에 구체적인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역사성을 가지면서 구조화된 지지기반이다. 그럼에도 정당 밖의 세력이 정당보다 우위를 점한다면, 정당의 역사성과 구조화된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무기력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물론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이르러 정당 밖의 세력에 대한 지지로 폭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SNS 시대의 등장은 분명 기존 정당의 구조화된 지지기반을 넘어서는 정치적 참여와 지지를 가능케 하고 있다. 단번에 50% 지지율을 넘나드는 ‘안철수 돌풍’도 이 SNS 비중이 커진 시대적 변화 때문에 가능했고, 박원순 후보가 제1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힘도 여기에 있었다.

한나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본 선거에서는 무소속과 기존 정당의 관계가 다시 한 번 확인될 것이며, 야권 내부 경선에서와는 또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일단 박원순 후보의 단일화는 야권 내부의 단일화였고 경쟁이었다. 야권 내부에서 제1야당의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이었다. 민주당 후보는 패배했다. 물론 민주당 밖 야권의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실패를 새로운 야권통합의 호기로 보기도 한다.

사실 민주당과 야권 통합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서로 통합의 상대이기도 하지만 경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경쟁과 통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룰 수도 있고, 상호 충돌할 수도 있다. 소수 야당과 달리 제1야당 민주당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야권통합을 위해서는 “눈과 팔을 다 내줄 수 있다”고 했었던 손학규 대표의 발언은 협력을 위한 희생의 관점이었다. 그런 통합을 이루는 후보 단일화 경선이었는데도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경쟁에 패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대체로 당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막연한 야권통합에 의존했다. 오히려 야권단일 후보를 당 밖 시민후보에 넘겨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를 두고 이제야 패배 운운하고 있다. 양보이든 패배이든 민주당은 왜소화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당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역사성, 민주당의 역사성은 혼돈 상태이다. 새롭게 재정립하지도 못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 김대중 진영, 노무현 진영이 혼재돼 있다. 김대중 진영의 유산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노무현 진영의 한 축은 민주당 밖에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역사성이 흔들리니 지지기반 또한 흔들리면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SNS 시대의 돌입으로 네트워크를 통한 정치적 참여와 동원 영역이 확대되면서 구조화된 지지기반을 무기로 한 민주당의 위력도 약화되고 있다.

기성 정당들의 한계와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당정치 환경이 가시화된 가운데, 제1야당 민주당은 주체 세력이 실종된 무기력한 현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야권의 승리라는 큰 틀로 승화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대안이 되는 제1야당으로 재정비할 수 있을 것인지, 역시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 국면은 정당체제가 재편되는 가장 역동적인 계기임을 우리의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2011. 10. 5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폴리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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