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시장은 가장 출중한 외모(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와 훈남 이미지를 가진 한국의 정치인 중의 한사람이다. 그리고 가장 옷을 못 입는 한국의 정치인 중의 한사람이기도 하다. 한 장의 사진에서 그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종로구 예비후보 공천 면접장에 참석했다. 그는 비즈니스 재킷을 입고 흰색의 터틀넥에 흰색 양말을 신었다. 설마 흰색 터틀넥에 맞추어 흰색 양말을 신었던 것일까. 정통 남성복장 착장법에서 흰 양말은 금물이다. 양말은 바지와 같은 색이거나 구두색에 맞추는 것이 공식이다. 

오 전 시장의 기본에서 벗어난 옷차림새는 수려한 외모와 전 국회의원, 전 서울 시장의 화려한 관록이 무색해보였다.

국회의원 후보 공천 면접장에서 흰 양말을 신은 오세훈 전 시장<사진=연합뉴스></div>
▲ 국회의원 후보 공천 면접장에서 흰 양말을 신은 오세훈 전 시장<사진=연합뉴스>

대개 면접 복장은 정장 차림이 정석이다. 오 전 시장 옆에 앉은 박진 전 의원의 스타일처럼 한 벌의 재킷과 바지를 입고 흰색 셔츠와 새누리당의 심볼 컬러인 빨간색 타이를 매는 것이 새누리당 공천 후보자로서의 가장 바람직한 복장이다. 

정치인의 면접에서 옷을 제대로 입는다고 유리한 것 같지는 않다. 면접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은 박진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오 전 시장이 승리를 했다. 정치인의 공천 면접은 일반 취업 면접과 달리 지원자의 역량보다 어떠한 정치적 입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리라. 다만 오 전 시장의 정치인으로서의 품격 패션이 아쉽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좌)예비 후보자 상대인 박진 전 의원과 대화하는 오세훈 (우)공천 확정으로 웃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div>
▲ (좌)예비 후보자 상대인 박진 전 의원과 대화하는 오세훈 (우)공천 확정으로 웃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왜 면접 복장으로 청색 계열의 ‘블레이저 재킷’(캐주얼 재킷)에 흰색 터틀넥 니트를 받쳐 입고 면바지와 로퍼(캐주얼 구두)를 신었을까. 그의 패션에서 정치인 오세훈을 읽어보자.

첫째, 형식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오 전 시장은 정장보다는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캐주얼 스타일을 선호한다. 정치인의 캐주얼 복장은 자유롭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지만 프로페셔널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없다. 그가 배낭을 메고 해외에서 오래 머문 사실도 자유로운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둘째, 감성 리더십보다 이성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패션은 한 개인의 내면과 성향을 드러내는 도구로서 현대 리더들에겐 감성 리더십을 재는 잣대이다. 오 전 시장의 디테일하지 못한 패션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덕목이라 할 수 없 다. 한 예로 체크무늬 재킷은 연출하기 까다로운 아이템임에도 체크무늬 재킷에 스트라이프 무늬 셔츠와 스트라이프 무늬 타이를 매는 식이다. 오히려 단순하고 짙은색 계열의 감청색 ‘솔리드(무늬가 없는)’ 재킷이 그의 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줄 것이다. 

체크무늬 재킷에 스트라이프 셔츠와 타이를 맨 오세훈<사진=연합뉴스>
▲ 체크무늬 재킷에 스트라이프 셔츠와 타이를 맨 오세훈<사진=연합뉴스>

오 전 시장의 퍼스널 컬러는 여름사람 유형이다. 이 타입은 인상이 좋아서 부드럽고 시원한 ‘파스텔 톤’의 컬러가 어울린다. 하지만 오 전 시장처럼 키가 큰 체형과 어두운 피부색(햇볕에 그을렸거나)을 가진 사람에게 밝은색 재킷과 타이는 자칫 어줍잖아 보이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흐릿한 컬러는 정치인의 컬러로 부적합하다.

오 전 시장의 블로그 메인 화면에는 어린이 행사에서 토크를 하는 사진이 있다. 그가 입은 옷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회갈색의 면바지와 같은 색 계열의 ‘츄리닝’ 상의 차림새는 꿈나무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당당함과 품격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옅은색 재킷과 흐릿한 색의 스트라이프 무늬 타이를 맨 오세훈<사진=연합뉴스></div>
▲ 옅은색 재킷과 흐릿한 색의 스트라이프 무늬 타이를 맨 오세훈<사진=연합뉴스>

아무리 어린이 대상의 토크라고 할지라도 면바지에 캐주얼 재킷을 입어 약간의 격식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이들과 토크하는 오세훈<사진=오 전 시장 블로그></div>
▲ 어린이들과 토크하는 오세훈<사진=오 전 시장 블로그>

오 전 시장은 꽤 오랫동안 외국에서 머물다 한국에 돌아와 정치 활동을 재개하면서 ‘국가 브랜드 비전과 전략’이라는 강연으로 대권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가 입은 재킷 차림 또는 셔츠와 캐주얼한 청바지는 대학교 강연 복장으로 베스트이다. 청바지는 열린 리더십의 소유자로 어필할 수 있다.

재킷 차림과 청바지 패션으로 대학에서 강연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div>
▲ 재킷 차림과 청바지 패션으로 대학에서 강연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강연 패션으로 희끗희끗한 무늬 셔츠와 체크무늬 셔츠는 정리된 느낌이 없어 피하는 것이 좋다. 강사의 패션은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일수록 프로페셔널해보일 뿐만 아니라 청중들이 강의 내용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좌)복잡한 무늬의 셔츠와 우)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강연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div>
▲ 좌)복잡한 무늬의 셔츠와 우)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강연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

수많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그렇듯 오 전 시장 또한 악수할 때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악수 시에 상대와 눈맞춤을 하지 않으면 소극적으로 비쳐질 수 있고 글로벌 매너에서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전달한다.

상대와 악수하면서 눈을 맞추지 못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div>
▲ 상대와 악수하면서 눈을 맞추지 못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

상대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도 눈맞춤을 해야 한다. 손과 팔은 좌석을 향하게 하고 상대의 눈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세련된 보디랭귀지이다. 

상대에게 자리를 권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div>
▲ 상대에게 자리를 권하는 오세훈<사진=연합뉴스>

오 전 시장에게는 대권 잠룡으로서의 정치적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고품격 정치인으로서의 외적 이미지를 구축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도를 한층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사)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정연아는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인기 강연가로, 여러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이미지컨설턴트로서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대회와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1997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매력은 설득이다’ 등 총 7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매체에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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