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경 박사 “정의당, 대안으로 존속해야”
김용신 선대본부장 “20대와 같은 6석이나, 국회 내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
이대근 교수 “겉보기엔 현상 유지, 실제는 후퇴한 결과”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포스터 <자료=정의당 제공>
▲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포스터 <자료=정의당 제공>

[폴리뉴스 송희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섰던 정의당이 21대 총선에서 6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의당이 진보진영의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책적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와 심상정 의원실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를 공동주최하면서 총선 결과를 총평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이 진행한 토론회에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이 대표로 발표를 하고 토론에는 김용신 정의당 선거대책본부장, 이대근 우석대 교수,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앞서 심상정 대표는 거대 야당의 비례위성정당을 언급하면서 “정당의 발전은 선거제도 개혁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선거제도 개혁을 중심에 두면서 정의당의 정체성 후퇴 또는 훼손 그리고 기대가 높았던 만큼 또 상실감과 실망감도 내부적으로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많은 제언, 평가, 조언을 달라”면서 “이번 총선 평가를 계기로 과감한 혁신과 쇄신을 통해 더 강하고 유능한 대안정당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우선 대안으로 존속해야 한다”

발표를 시작한 서복경 연구원은 “21대 총선이 ‘코로나19에 압도된 선거’라는 평가는 맞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정책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거나 ‘코로나19 때문에 시민들이 ’묻지마 지지‘를 한 선거’라는 등의 평가는 이 사태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쓴소리부터 날렸다. 

서 연구원은 비례위성정당 창당 계기를 언급하면서 “이번 선거의 조건과 투표참여를 고려할 때, 정의당 투표자 구성은 ‘양당이 싫어서’ 선택했을 가능성보다 ‘양당이 아닌 대안’을 선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며 “정의당은 의원 수나 당원 수가 아니라, ‘청년정치’ ‘여성정치’ 등 기성정당의 박제된 슬로건보다 시민들이 주목하는 의제에 대한 선제적 반응성과 공감 능력, 시민사회에서 제안된 정책대안에 대한 수용성과 의회 내 의제 선도성 등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서 연구원은 정의당의 과제로 “현재 시기가 정당체제 재편성을 위한 이행기적 성격을 갖는다면, 이런 조건에서 ‘정의당이라는 주체의 준비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의제·조직·리더십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대안으로 존속해야 한다”며 “의제 측면에서 정부나 더불어민주당 혹은 민주당 내 차기 대권주자들과는 건강한 경쟁 관계를 형성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기성 정당화 지적 “마름정당·민주당 2중대”

김용신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정의당 선거결과의 의미 관련 “선거제 개혁을 통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한 선거 전략은 실패했다”며 “의석수에 있어서 20대와 같은 6석이나, 국회 내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됐다”고 자평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21대 총선을 계기로 정의당 8년과 진보정당 20년을 돌아보고, 정의당 시즌2를 준비해야”한다며 “시즌2는 정의당의 발전전략 등 당 주요 노선, 당과 당원의 정치·조직 활동 및 실천의 혁신 등을 아래로부터 전당적 논의와 결의를 모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대근 교수는 정의당의 총선 결과를 두고 “‘악조건 속 선전’과 ‘정치적 성장 없는 정체상태’ 모두가 진실”이라며 “어떤 진실을 선택할 것인가가 정의당의 미래를 좌우할 것. 현상 유지를 원하면 ‘선전’을, 전면적 개혁을 원하면 ‘정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보층의 증가, 정치참여의 확대, 사회개혁 욕구 증대, 원내 제3당의 존재감 상실 등 진보정당에 유리한 여건 속에 치러진 선거임에도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겉보기엔 현상 유지이지만, 실제는 후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1대 총선 구도가 반드시 정의당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거대 양당제 복원, 경쟁적 위성정당 창당, 제3당(민생당)의 무기력증에 불만을 가진 시민이 존재했으므로 이들을 결집시킬 공간이 있었다”며 “만에 하나 정의당이 충분히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노선과 정책, 차별성,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기성정치에 실망한 유권자 사이에서 제3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의당은 시민들을 유인할 만한 매력을 스스로 발산하지 못하고, 결국 정의당의 역량 부족은 역설적으로 양당 체제를 재생산하는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의당의 기성 정당화를 지적하며 “새로운 의제와 담론으로 기성 정치를 깨우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득권 정당으로부터 지대 할당을 받으려는 마름 정당”이며 “조국 옹호로 민주당 2중대로 변질”했다며 “4년 전의 6석이 가능성을 품은 숫자였다면, 현재 6석은 희망의 씨앗이 보이지 않는 동결된 6석”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상일 소장도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연대·공조 전략에 치중해왔고, 보수 세력의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정의당의 독자 노선보다 우위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가 진보정치에 기대한 것과 정의당이 유권자에 화답한 메시지는 서로 엇갈렸으며 매칭되지 못했다”며 “선명한 진보적 가치의 메시지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정의당의 1차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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