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후폭풍 ①] ‘미투 의혹’ 사회적 책임 논란

2020.07.13 14:18:29

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종결돼 법적 책임 없어
‘실형’ 안희정, 사실관계 인정한 오거돈과 차이
여성단체 “실체 진실 규명 먼저”
정의당 “朴, 죽음 말고 살아서 해명했어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몰고 온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승소하면서 과거 스타 법조인으로 단박에 떠올랐던 자타공인 ‘페미니스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아이러니하게도 '위계/위력을 이용해 4년간 여자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추문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성 관련 추문에 연루된 민주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으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여당은 고인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원순 전 시장은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에서의 승소, 그리고 그 이후의 정치인생 전반에서 친여성 행보를 걸어온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인이었다. 서울시 젠더 특보 임명, 여성권익담당관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그가 여성 비서에 대한 성추행에 연루됐기에 시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문제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 형을 최종 선고받아 복역 중인 안 전 지사나, 모든 혐의를 손수 인정하고 현재 재판 절차에 들어간 오 전 시장과 달리 박 전 시장은 혐의점에 대한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면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서에서도 성추행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에 정식 검경의 수사 절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크다. 미래통합당의 의원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는 13일 성명을 내고 “경찰 조사가 안 된다면 성폭력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가 나서야 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진행 중임에도 침묵하고 있는 여가부는 친문여성은 보호하고 비문여성은 방치하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원래 박 전 시장의 우군이었던 여성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들마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기자협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피해호소인 보호가 우선’이라는 성명을 12일 내고 “고인이 여성 인권 향상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고인이 서울시 직원이었던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는 사실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답할 사회적 책임이 고인을 애도하는 분위기에 묻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의혹을 제대로 밝히는 것은 질문의 답을 찾는 첫 단계”라며 “현행 법체계는 이번 의혹 사건에 공소권 없음을 결정했지만,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면제한 것은 아니다. 법적 차원을 떠난 사회적 정의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죽음으로 인해 법적, 정치적 책임은 벗었지만 도의적 정의에서 오는 사회적 책임은 철저한 실체 진실 규명을 통해 져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또한 11일 성명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피해자 용기에 도리어 2차피해를 가하고 있는 정치권, 언론, 서울시, 그리고 시민사회에 분노한다”며 “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진상규명 중요…청문회서 질의하겠다”

정의당 “고인 명예만큼 피해자 명예 중요”

안철수 “너무나 이중적이고 특권적이며 도덕적, 윤리적으로 타락”

미래통합당은 당연히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강조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며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한 통합당은 성일종 비대위원을 통해 “박 시장에 대한 추모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도 중요하다”며 “추모가 끝난 후에는 여비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이뤄져 피해 여성의 억울함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오는 20일 있을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짚을 방침이다. 박완수 통합당 의원은 “공소권이 없더라도 이미 고소가 접수된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경찰청장으로서의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기에 청문회에서 질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류호정 의원의 ‘추모 안 간다’는 발언으로 대규모 탈당 사태를 빚고 있는 정의당은 11일 논평을 내고 “생전에 성평등을 위해 서울시 젠더특보, 젠더자문관을 둘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고인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부끄러워 할 것 같다”며 “고인의 명예만큼 피해 호소인의 명예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고인의 추모만큼 피해 호소인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살아서 해명하고 해결하지 않고 죽음으로 답을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박 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2차 가해를 우려해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타락한 집단인 이 정권은 단순히 반칙과 특권에 멈추지 않고 거짓과 위선의 이중성까지 겸비한 ‘불가역적’(돌이킬 수 없는) 타락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정권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정의와 공정을 외치고 개혁을 말하지만 말과 행동이 정반대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부동산투기에서 막말과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인식과 행태는 너무나 이중적이고 특권적이며 도덕적, 윤리적으로 타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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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neoruri92@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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