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5주년. 광복 정신 계승 집회는 없었다
'정부 비판' 태극기 집회에 의사협, 노동단체 시위까지

15일 8.15 광복절을 맞아 보수집회 참석자들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 원단희 기자>
▲ 15일 8.15 광복절을 맞아 보수집회 참석자들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 원단희 기자>

[폴리뉴스 원단희 기자]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주최한 ‘8.15 국민대회’ 집회가 15일 광화문에서 열렸다. 태극기 보수단체들의 문재인 탄핵ㆍ박근혜 석방의 정치집회가 이어지면서 광복절 본연의 취지가 빛을 바랜 모습이다.

그동안 8.15 집회에서는 일본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위안부 문제 등이 거론되어 왔다. 일제강점기 시절에서 비롯된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밝히고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그 연장선에서 2019년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 대회’나 2018년 일제 강제징용 유해 35위를 추모하는 '유해봉환 국민 추모제' 등이 있었다.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를 이유로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이 일부 단체에 한해 서울시가 내린 처분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보수단체 ‘일파만파’와 노동단체 ‘민주노총’이 집회를 가지게 됐다. 이날 보수단체 집회는 광화문에서, 노동집회는 종로에서 열렸다.

승인받지 못한 보수단체들이 일파만파 집회에 참여하면서 광화문 집회의 몸집이 커졌다. 가로수에는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 물러나’, ‘박근혜 돌아와’ 라고 적힌 팻말이 걸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비가 많이 올 때는 버스정거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근처 건물 앞에서 잠시 비를 피하다가도 다시 대열에 합류해 자리를 지켰다. 이날 오후까지 내린 비에 사람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연신 “문재인 사형, 문재인 탄핵, 문재인 파면”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보수단체가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8.15 국민대회'가 끝난 후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원단희 기자> 
▲ 한 보수단체가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8.15 국민대회'가 끝난 후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원단희 기자>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의 결은 다양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연단에 올라 문재인 정권의 최종 목표가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이라 주장했다. 경기도 의사협회 이동욱 회장도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집회를 금지시킨 것은 독재“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발언이 끝나자 집회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외에도 4.15 부정선거 진상규명 요구, 부동산 대책・차별금지법・인국공 사태에 대한 비판 등이 있었으나 광복절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는 없었다. 2019년 광복절 광화문에서 “아베 정권 규탄한다”, “강제징용 사죄하라”, “침략 지배 사죄하라”라고 외쳤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5일 열린 보수집회로 통제된 광화문 거리 <사진= 원단희 기자>
▲ 15일 열린 보수집회로 통제된 광화문 거리 <사진= 원단희 기자>

 

한편 종로에는 노동시위가 있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전태일 3법’에 대한 입법 발의 운동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의 생존권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고 해고 당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하반기 투쟁의 출발로 민주노총 전 조합원의 힘으로 ‘전태일 3법 입법 발의 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광복 75년이 지났다. 위안부 임용수 할머니가 직접 정의연의 기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어수선한 요즘,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광복절마다 의미를 되새겨왔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 광화문 광장에는 “문재인 탄핵”이라는 보수단체의 정치적 구호만 가득했다. 75번의 광복절이 있었고 그때마다 태극기는 휘날렸으나 오늘의 태극기는 의미가 달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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