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 두려워”
친문 누리꾼 “이재명 대통령감에선 멀어졌다”
권성동 “이낙연과 달리 文과 차별화하려는 전략”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누구보다 강하게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을 주장해왔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방침에 정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원망’을 언급하는 등 정면 반발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다만 이후 ‘오로지 충심’이라며 부연하는 글을 써 부정적 해석을 경계했다.

이 지사는 6일 자신의 SNS에 재난지원금 선별지급과 관련 <미안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적폐세력과 악성 보수언론이 장막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권토중래를 노리는 것도 느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불환빈 환불균’을 언급하며 “어쩔 수 없이 선별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고 밝혔다.

당심 아닌 민심 잡기에 나선 이재명…친문 누리꾼들 이재명 강하게 비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라는 이 지사의 언급을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왔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의 메시지를 두고 “당심을 얻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이 지사가 개인적으로 내린 것 같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 당 밖의 표심을 잡아 우위성을 입증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며 “친문세력이나 권리당원보다는 다수의 입맛에 맞는 얘기를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친문 성향의 누리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재명 도지사는 이제 대선감에선 멀어졌다”는 글이 베스트게시물을 차지했다. 해당 글에선 “한마디로 나가리”, “자기 정치만 한다”, “저 분 찍을 사람 여기는 없겠죠?”,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 등 이 지사를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다.

‘“여론 안 좋으면 내 뜻은 그거 아니였어“가 이재명의 방식’이라고 비판하는 글에서는 ”결국 본인만 대선지지율 오르고 당과 정부만 피해보고 이 이슈가 끝날 것 같다“며 ”일부러 그러는거고, 그게 이재명식이다“, ”정말 비열한 정치다“라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물론 이 지사를 적극 옹호하는 반응도 많아 누리꾼들은 크게 논쟁을 벌였다. 이 지사에 대한 견해가 친문 진영 안에서 상당히 논쟁거리임을 뜻한다.

‘충심’ 언급하며 수습한 이재명

이 지사는 논란을 의식했는지 6일 또다시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는 ‘오로지 충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까지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만,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입니다.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며 “보수언론은 더이상 저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위기에 처한 우리 국민들 삶의 무게를 함께 덜고 일어서기 위한 것이라면, 선별 지급 기준에서 소외된 분들이 버티고 있는 그 무게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쉬운 길을 말하지만, 저는 무겁고 아픈 현실을 외면하며 낙관적인 미래만을 말할 순 없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어 “이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저의 충정이자, 선출직 행정관의 의무이고, 이를 왜곡하지 말아달라”라며 “지금 언론은 정쟁이 아니라 고단한 국민들의 삶을 대변해야 할 때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권성동 “차별화 통한 대권행보…독선적 면모도 보여”

대학 선후배 사이로 이 지사를 잘 알고 있는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이 지사의 행보를 두고 “(이 지사가) 경기지사로서 경기도정업무에 매진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중앙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정을 책임지는 도지사 입장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글이 굉장히 자극적이다”라며 “임기가 1년 반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달리 차별화를 해서 대권 행보에 나서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과 자신의 정책만이 정당하고 선이라고 생각하는 독선적 면모도 다소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의원은 지난 지난달 3일 방송된 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게 되면 이 지사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발언했었다.

한편 청와대는 6일 이 지사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문재인 정부'를 거명하며 강한 비판을 가한 것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음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입장문 전문이다]

<미안합니다.>

젊은 남편이 너무 살기 힘들어 아내와 함께 결혼반지를 팔고 돌아와,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밤새 하염없이 우는 아내의 어깨를 싸안고 같이 울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짧은 글을 읽는 동안 어느새 제 눈에서도 눈물이 나네요.

그러나 이 젊은 부부와 같이 갑자기 사정이 나빠진 사람은 이번 지원의 대상이 못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입니다.

적폐세력과 악성 보수언론이 장막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권토중래를 노리는 것도 느껴집니다.

“불환빈 환불균”

2,400 년전 중국의 맹자도, 250년전 조선왕조시대에 다산도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하물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습니다.

어쩔수 없이 선별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결혼반지를 팔고 밤새 울었다는 그 젊은 부부에게 지금은 하나마나한 얘기겠지만 ‘그래도 내일은 해가 다시 뜬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잠이 안 오네요.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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