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기자의 의사 파업 체험...‘의사 없는 병원에서 살아남기’

2020.09.09 11:48:04

의사 파업, 의료현장 인력 부족 심각...응급실 의사조차 부족
급한 산모조차 받기 어려운 진료...누구를 위한 병원인가

기자는 최근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검사결과 코로나19와 무관하여 안도했지만, 병원 진료과정에서 의사 파업 여파를 체험했다. 응급실에서 바라본 환자들의 모습을 기사에 담아봤다.

갑작스러운 복통과 응급실 방문

일상적인 출근 중에 갑작스러운 복통이 생겼다. 심한 통증에 출근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직행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의사 파업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2차 재확산에 파업까지 겹친 상황에 종합병원도 다르지 않았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코로나19 관련 체크를 받았다. 최근의 2차 재확산사태를 고려한 듯 꼼꼼하게 진행됐다. 기자도 최근 상황을 의식하여 긴장했으나 다행히 코로나19 증상은 없었다. 그제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다시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의사 진찰을 받았다.

의사에게 복통에 대해 설명했다. 의사는 3분 남짓한 진찰 후 심전도 검사와 피검사, CT 촬영, X-RAY 촬영을 받도록 했다. 

응급실 방문한 지 2시간...결국 외래진료

검사 후 2시간이 지나서 기자는 의사에게 정밀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내과 쪽 외래진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예약을 해도 2~3시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증상이 완화되어 응급실에서 대기하지 않고 별도로 외래진료를 받기로 했다. 한편 기자는 응급실 침대를 배정받지 못했다. 간호사는 빈자리가 없다고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벤치에 앉아있기에는 솔직히 힘들었다.

이날 응급실에서 실질적인 통증에 대한 치료는 받지 못했다.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지만 응급실이라고 해도 각 분야 전공의나 전문의가 진료하지 않으면 치료의 방향도 기본적인 것 밖에 할 수 없다. 의사 파업의 여파가 응급실에서도 드러났다. 결국 외래진료를 통해 자세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밀려드는 환자...파업으로 의료공백 현실화

예정된 검사를 기다리면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을 지켜봤다. 한 명 뿐인 응급실 의사는 바쁘게 뛰어 다녔다. 계속되는 환자 이송으로 다들 정신이 없어 보였다. 파업으로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그중 호흡기 관련 환자가 방문하자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호흡기 관련 증상이 있어서 코로나 의심 환자로 응급 후송됐지만, 환자가 엉치뼈 부분이 아파서 진료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병원 측은 격리병실에 들어가면 엉치뼈 부분은 X-RAY 등 관련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호흡기 관련으로 연락받았는데 다른 부분은 미리 듣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방역복을 입은 의사는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갈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구급대원들은 다른 병원에서도 받지 않아서 가기 어렵다고 했다. 계속 지켜보고 싶었으나 기자의 검사 차례가 되어서 이동했다.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면서 링거 등 처방을 받았다. 응급실에서 대기하면서 다른 환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당장 쓰러질 것 같은 환자도 진료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로 보이는 환자가 눈 부분에 페인트가 덮여서 응급실로 이송됐다. 매우 심각해 보였다. 같이 온 근로자 동료들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응급실 간호사가 상태를 확인했다. 환자는 안과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는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파업으로 응급실에 안과 전공의가 올 수 없었다.

간호사는 안과에 재차 연락했다. 결국, 그 환자는 1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안과 일반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이동했다.

한편 응급실에 오전 내내 보이는 의사는 한 명이었다. 혼자서 모든 응급환자를 대처하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의사 파업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응급실 담당 의사는 진료하기 바빠 보였다. 그럼에도 벤치에 불편하게 앉아있는 기자를 위해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차분히 상태를 설명해줬다. 환자로서 이날 제일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응급실에는 계속 해서 환자들이 밀려들어왔다. 의식이 없는 환자들도 많았다. 간이벽 넘어로 들려오는 환자들의 고통을 듣는 것이 힘들었다. 

오전에 2번이나 진료를 받은 기자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내 최악의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응급실에 산모가 온 것이었다. 어머니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방문한 산모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산모는 응급실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환자 상태 체크에 나선 간호사도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산부인과 환자의 경우 초진이면 응급실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간호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의사 파업으로 산부인과는 진료가 어렵다고 재차 설명했다. 결국, 그 산모는 외래 혹은 다른 병원을 선택해서 간 것인지 응급실을 나섰다.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 피해는 국민이다

8일부터 전공의들은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속속 복귀했다. 그러나 의료 최일선 현장에서 본 의료파업의 여파는 심각했다. 

넘쳐나는 환자에 비해 의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코로나 대응 인력으로 차출된 의료진에 더해 파업까지 겹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의료 인력확충과 미룰 수 없는 의료 부분의 개혁을 하려고 한 것이고, 의사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진행에 반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파업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장기화할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의사가 정작 그 자리에 없다면 국민들은 의사 파업에 대해 지지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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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greensable@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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