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심사 단계 여러겹 .... 거래소‧금감원‧증권사‧한국공인회계사회‧회계법인 등
다만 감사보고서 심사는 사기업 ‘회계법인’만 보면 ‘끝’
한국거래소‧금감원, 감사 내용은 감사인 몫이라는 입장 ... 국감도 손못대
국회 정무위 의원들 '어떻게 손봐야 할까' 만지작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상장은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이 공개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부적격기업이 증권시장에 진입하면 해당 기업 부실위험이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 확산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불량기업의 증권시장 진입을 통제할 수 있는 주요 관문인 대표주관회사(증권사)의 기업실사‧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이 샅샅이 작동해야 투자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관문 곳곳에서 심사의 일부 책임이 구조적으로 외주화되고 있다.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삼은 회계법인 감사가 상장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감사-기업실사-기업감리-상장예비심사-금감원 점검 단계 걸쳐야 '상장' 가능 

상장은 과거 소수 특수 관계인 주주로만 구성되어 있던 지배구조가 다수 투자자에게 분산되는 효과를 낳는다. 때문에 상장준비기업은 복잡한 심사 절차를 거친다. 해당 기업이 상장 이후에도 원활한 시장 유동성을 유지하고 공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재무구조 안정성과 투명성을 갖췄는지 등에 대한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상장이 가능하다. 다소 복잡한 단계를 단순화해서 보면, 가장 먼저 상장준비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감사인(회계법인)을 지정받아 최근 사업연도에 대한 재무제표 감사를 받는 것이 시작이다. 이어 대표주관회사(증권사)의 기업실사와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거친다. 감리는 선행 감사가 온전히 이뤄졌는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점검이 마무리되면 상장을 위한 주요 관문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심사 주요 관문 곳곳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이 많다. 기업 회계와 관련된 감사의 일부 책임이 구조적으로 ‘외주화’되면서 심사에 일부 구조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재무의 적정성을 판별하는 핵심 단계로 볼 수 있는 회계 감사는 온전히 해당 회계법인의 감사에만 맡겨져 있다. 이에 대한 재검증도 샅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금융감독원도, 한국거래소도 해당 감사의 적절성을 들여다 볼 의무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감사의 적절성을 들여다보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가 진행되지만 이 단계에서도 온전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사들의 이해단체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감리는 모든 상장신청기업이 아닌 일부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기업실사 담당하는 '증권사' 책임 강화됐지만 ... 부실 기업 상장시 패널티는 '글쎄' 

각 절차를 짚어보면 상장 심사에 대한 책임이 지속적으로 외주화되면서, 상장이 사기업에 맡겨져 있는 과정이 좀 더 명확히 들어온다. 먼저 상장준비기업은 기업실사와 공모가격 등의 선정을 책임질 증권사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금감원에 회계감사인(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어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는 상장준비기업의 경영실적과 재무‧회계 상황‧사업 현황‧내부 통제 제도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기업 실사’를 진행한다.

이 때 증권사는 실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우려되는 사항을 미리 확인해 이를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은 ‘회계감독선진화’ 방식을 내놓으면서 국내 증권사 기업실사 책임을 강화했다. 실사가 꼼꼼이 진행되도록 해서 주관사들이 재무제표를 포함한 주요사항에 대한 ‘허위기재’나 '정보 누락' 등의 미비점을 선제적으로 확인해서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실사를 담당한 주관사의 부실 실사에 따른 상장폐지 등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주관사가 받는 패널티의 실효성은 높지 않아 감시가 헐겁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주관사가 담당한 기업이 상장 이후 2년 이내 관리종목‧상장폐지 등 종목으로 지정된 경우, 해당 주관사는 2년간 ‘성장성 특례상장’을 주선할 수 없을 뿐이다. (상장기업이 외국기업일 경우 외국기술특례기업 상장 주선 3년간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다양한 상장유형중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도 증권사 추천을 받아 상장할 수 있는 ‘성장성 특례상장’은 한해에 1~2건 정도 이용되는 상장 유형에 불과하다. 대부분 상장은 일반상장‧기술평가상장 등의 과정을 밟는다. (일반상장은 이익을 실현중인 기업이, 기술평가상장은 이익은 없지만 복수 기술평가기관에 의해 높은 기술 등급을 인정받은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상장 유형이다) 결국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의 부실 심사에 대한 책임이 가볍다는 뜻이다. 

감사 온전성 점검하는 '회계감리'는 회계사 단체인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그것도 '일부만' 

실사 단계를 거친 기업이 받는 ‘회계감리단계’ 역시 온전한 감리가 이뤄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해당 기업에 대한 회계법인의 선행 감사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는지를  ‘감리’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사업보고서 제출법인은 금융감독원이, 비제출법인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감리를 담당한다. 만약 회계감리 결과 회계기준 위반 등의 중요한 지적사항이 발견될 경우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도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감리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혐의 감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고발이나 제보 등이 있어야만 감리에 착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기업의 40% 정도만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사들의 특수단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회계법인의 선행 감사에 대해서 견제할 수 있는 겹겹의 단계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상장예비심사 핵심 '거래소'는 ... '감사인 제도 신뢰할뿐' 

상장예비심사를 통해 기업 심사의 질적‧형식적 내용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또한 선행 감사를 다시 들여다볼 의무가 없다고 봤다. 회계 전문가 집단이 아닌 거래소는 회계법인이 작성한 선행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 등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인 제도의 존재를 한국거래소는 신뢰하고 있다. 또 거래소는 감사인의 인증을 받은 감사보고서 등에 대해서 추가로 심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 거래소는 규제기관 또한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부실 심사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소액주주가 종종 한국거래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등에서 법원은 “한국거래소는 제출 서류의 진실성을 실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거래소 입장을 인정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재무 안정성과 같은 기업의 계속성,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 같은 경영투명성, 경영의 안정성, 기타 공익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 형식적‧질적 심사를 진행하는 핵심적인 의무가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 가이드북에서 거래소는 “투자자보호는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이다. 거래소는 상장 신청인의 투자자 보호 측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연합뉴스> 
▲ <금융감독원=연합뉴스> 

 

기업상장 마지막 관문 '금감원'은 "상장 심사는 거래소 몫" 선 긋기 

기업 상장 심사의 가장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금감원에서도 기업이 의도적으로 누락한 정보에 대한 적극적 심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상장심사의 책임은 한국거래소에 있는 것으로 봤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상장 절차와 관련해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기재누락이나 허위 기재, 불분명한 기재 등이 있는 경우 정정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상장심사는 한국거래소의 소관 업무“라고 선을 그었다.

증권신고서는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상장준비기업이 대표주관회사와 함께 제출하는 자료다. 금감원은 기업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반을 두고 심사한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기재 내용 중 일부가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판단하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미흡한 부분의 내용이 중요하고 정정될 수 없다고 보면 공모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다. 결국 상장의 단계는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매 단계에서 공적기관에 의해 사기업이 진행한 선행 회계감사의 적절성이 샅샅이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상장 심사 절차는 ‘촘촘’하지만 그 과정을 더듬어 보면, 기업의 의도적 정보 누락 등을 실질적으로 밝혀내야 하는 의무는 사기업인 회계법인에게 몰려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기업의 감사인인 동시에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을’의 입장도 있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미비점에 대해서 완벽하게 감사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감사인의 역할을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감사가 상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상장심사 중인 기업이 누락한 회계 정보를 놓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미비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초선, 충남 천안시병)은 “한국거래소가 다시 국회의 감사를 받아 상장 전반에 대한 투명한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현행 체제에서는 상장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의 경우 국회 국정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 이정문 의원실은 상장 전반에 대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과거 감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들이 투명히 공개되어서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의원실이 한국거래소와 금감원 등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게임즈 상장 심사에서도, ‘검증 공백’이 있었다. 거래소와 금감원은 모두 과거 합병 과정에서 주주 가치를 저해했다는 카카오게임즈 의혹을 직접 들여다보지 않았다.

[관련기사: 대박친 ‘카카오게임즈’...과거는 묻지 맙시다? 거래소‧금감원 상장 검증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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