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사 여의도 이전‧선거기획단으로 시장 보선 준비
김무성, ‘마포포럼’으로 세 구축하며 ‘킹메이커’ 역할
‘서울시장 출마설’ 안철수, ‘공유정당’ 등 비전 제시
새보수계, 카페 ‘하우스’ 오픈…유승민은 신간 출판
국회는 한창 21대 첫 국정감사로 분주하지만, 물밑에선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 야권이 서울‧부산시장 선거 및 대선에 대비해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동시에 ‘새판짜기’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김종인을 필두로 당명, 당헌당규 개정에 이어 여의도로 중앙당사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내년 보궐선거와 대선 준비를 위한 외연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철수‧유승민 등 대선주자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16년만에 ‘여의도 컴백’한 국민의힘, 현판식 열고 선거기획단도 출범
국민의힘은 5일 여의도 남중빌딩에 마련된 새 당사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2004년 여의도 당사 매각 이후 16년만의 ‘여의도 컴백’이다.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해왔던 그동안에도 당사를 임차해 왔다. 당사 매입 기념으로 국민의힘은 모두가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선언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이날 현판식에서,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변화해서 그간 우리가 일궈냈던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그를 통해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그다음에 이어지는 대선에서 다시 정권을 되찾아온다는 이런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선거기획단을 조기 출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선거기획단은 정책과 공약 등 선거 전략 수립과, 후보군 발굴 및 인재 영입을 담당한다. 흔히 언급되는 ‘미스터트롯’ 방식 등 경선 흥행을 위한 ‘룰 세팅’도 준비 중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당무감사를 통해 선거를 대비한 내부 정비에 나선다. 기존 당협위원장들의 물갈이 규모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막말 근절, ▲세금체납, ▲지역구 내 실거주 여부, ▲청년·여성 소통 실적 등이 중점적으로 평가될 이번 당무감사에서는 ‘태극기 세력’ 떨쳐내기가 주된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조만간 서울‧부산시장 보선 후보 공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후보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구체적 선거 준비 작업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자당의 귀책사유로 인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 또한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역할론 제기…‘마포 포럼’에 김종인과 국민의힘 의원 대거 참석
김종인 “대선후보는 스스로 커야 한다”
안타깝게도 차기 대선에서의 보수 야권의 전망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이에 ‘킹 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제대로된 대선 주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30년 이상 정치를 경험했기에 경륜이 풍부한 그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소위 ‘마포 포럼’으로 불리는 그가 주도하는 포럼은 지난 6월 창립 당시만 해도 전현직 의원을 합해 46명이었으나, 최근 60여 명으로 덩치가 커졌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최근 마포포럼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8일 마포 포럼에는 이진복·정병국 전 의원 등 30여명의 전·현직 국회의원인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장 직접 차출론마저 나오는 김 대표는 최근 언론에 “집권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기로, 국민의힘 선장의 구상을 우선 청취하는 게 당연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70이 넘어 선출직 선거에 나온다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부정했다.
8일 ‘마포 포럼’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김 전 대표와 직접 만나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 이유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부산 선거를 압승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당력을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8일 ‘마포 포럼’에서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며 "과거 선거를 경험해봐도 초기에 지지율 높은 사람이 대권 후보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한 “한두 사람이 대권을 향해 열심히 뛰는 듯하다”며 “대선 후보는 누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커야 한다. 자기가 부단히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진영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목소리도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자신의 SNS에서 “야권 통합을 해야 하며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을 분열시켜 장기집권을 노리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SNS에서 “국민의힘이 야권의 큰 집으로서 범 야권의 대선주자 모두를 초청하는 ‘위클리 토크콘서트’를 주최해야 한다”며 “그래야 동시다발적인 붐업이 가능하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공유정당’ 및 37대 정책과제 발표
'한국형 기본소득' 등 국민의힘과의 정책연대 추진
최근 장제원 의원 등을 중심으로 ‘연대·통합’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안 대표는 6일 ‘공유정당 플랫폼 및 국정감사 37대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책을 국민에게 배달한다”는 취지의 공유정당 플랫폼 ‘철가방’을 발표했다.
그는 “공유정당 플랫폼을 활용해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소통 방식으로 발전시키겠다”며 플랫폼을 두고 “오픈베타 형식의 공개를 시도할 것”이라며 “완성 직전에 많은 국민들이 직접 사용해보면서 개선할 점이나 추가할 기능에 대한 제안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는 “기존 정당이 당원 중심 정당이라면 국민의당은 공유정당 플랫폼을 통해서 당원이 아니더라도 정책 방향에 동의하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용자들의 제안을 분석하고, 반복된 제안을 하나의 분류로 합치는 등의 기능을 적용할 것이고, 인공지능(AI)뿐 아니라 다른 새로운 기술도 먼저 도입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은 “저출생·노령화,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가 초래할 양극화의 심화,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신종감염병의 주기적 도래 등 사회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37대 정책과제도 함께 발표했다. 37대 정책과제 중 첫 번째 과제는 청년 기본소득이다.
근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공정경제 3법'에 관한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큰 견해 차이에도,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의 ‘정책 연대’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청년 기본소득을 포함한 ‘한국형 기본소득’은 양당이 첫 정책연대 과제로 삼고 있는 사안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연금개혁도 검토가 됐다”며 김종인 위원장의 기본소득 정책화에 함께할 의사를 비쳤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다만 "국민의힘에서 '한국형 기본소득'과 관련해 좀 더 세부적 논의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서 일정이 약간 연기됐다"며 "정책연대가 되면 과제와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안 대표의 지지율도 상승세다. 안 대표는 한국리서치에서 지난 3∼4일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범야권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9%를 기록한 안 대표는 뒤를 이어 8%를 기록한 윤석열 검찰총장 과 6%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유승민 전 의원 및 5%인 홍 의원과 3% 원 지사를 앞섰다. 이에 안 대표의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들의 주가 상승도 일어나고 있다.
대선 지지율 호조와 함께,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계속 돌고 있다. 안 대표 본인이 서울시장 출마설을 부정하지만,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등 측근들은 안 대표의 출마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라는 게 생물이다.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는 분이 굉장히 많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도 '안철수 대표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크게 부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8일 ‘마포 포럼’에서 안 대표에 대해 “옛날부터 봤는데,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고 혹평했으며, 기자들의 질문에도 “우리 당 사람이 아닌데 묻지 말라”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런 김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밀고 당기기’라고 표현했으나, 김 위원장을 잘 아는 국민의힘 핵심 인사는 지난 6월 “김 위원장이 안철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언질을 주기도 했다.
새로운보수당계, 정치 카페 ‘하우스’ 개점…유승민은 서적 출판
한편, 야권의 대권주자들과 이른바 ‘킹 메이커’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행 중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 최근 NLL 공무원 피격 사건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치를 재개한 유 전 의원은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개소한다. 새로운보수당계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공동으로 운영할 정치카페 ‘하우스’(how’s)도 개점을 앞두고 있다.
‘자루’라는 이름의 선거기획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카페 ‘하우스’는 유 전 의원의 신간 출판기념회를 첫 시작으로 삽을 뜬다. 카페 ‘하우스’는 새로운보수당계로 대표되는 범 개혁보수 성향 정치권 인사들이 차기 대선을 대비하는 용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유 전 의원의 신간은 국방과 안보 관련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과거 정부 및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평이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서점과 카페가 결합된 형태가 될 카페 ‘하우스’는 약 100명이 모일 수 있는 특강 공간도 마련한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며, 원내에서는 새보수당 출신인 유의동·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여했고, 백경훈‧이효원 등이 사무국장격 자리를 맡는 등 당내 청년 정치인들도 주요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라 전 의원도 이름을 올린다.
‘하우스’의 점장을 맡을 오 전 의원은 6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유 전 의원과는 무관하게 운영되는 곳"이라며 "하우스는 보수진영만 제한해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보수진영) 대권주자의 한 계파적 성향이 묻어나는 곳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우스’에는 진보진영 인사인 최장집 교수의 특강이 예정돼 있으며 진중권 전 교수도 섭외 중이라고 전해졌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하우스’의 개점을 두고 “서울‧수도권 중심으로의 보수 야권의 확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보수당계가 맞는 포석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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