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北핵능력 축소시 김정은 만나겠다”, ‘바텀업’ 접근 北美 기싸움 장기화 가능성
2기 트럼프 북미관계 연장선 잇기 장점, 한미 방위비·주한미군 문제 대두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월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 교정에 마련된 마지막 TV토론회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사진=내슈빌 EPA,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월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 교정에 마련된 마지막 TV토론회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사진=내슈빌 EPA, 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미국 대선이 일주일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느냐, 아니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정권이 교체가 일어나느냐의 마지막 고비다. 향후 한미관계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방향키가 여기에 달려 있기에 문재인 정부에게도 긴장의 한 주다.

청와대나 정부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 그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며 차기 미국 행정부를 향해 ‘종전선언’을 ‘한반도 정책이슈’로 제기했다. 

그리고 보름 후 문 대통령은 10월8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 만찬 화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이를 위한 한미 양국의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종전선언’은 미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에게 ‘종전선언’ 의제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든 ‘종선선언’을 매개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월13일 4박5일 일정으로 미국에 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고 돌아왔다.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핵심 현안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서훈 실장은 10월15일(미국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후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21일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한미 간 의견 조율의 흔적이 뚜렷하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대체한 평화협정 이전 단계에 진행되는 ‘정치적 선언’으로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입구냐, 아니면 북미 비핵화 협상 속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협상수단 중 하나냐를 두고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비핵화 협상 초기 프로세스라는데 한미가 인식을 공유했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의제를 미국에 던진 것은 미국 대선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의제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의 효력범위 내에 있고 ‘평화협정’ 추진의 첫 단추인 북미 ‘신뢰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1기 트럼프 행정부의 1, 2차 북미회담과 북미 실무협상의 연속선상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이고 ‘단계적 방식’으로 북미협상에 임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에는 북미관계 새판짜기 출발점을 ‘종전선언’에다 맞추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北 핵능력 축소하면 김정은 만나겠다”, ‘스몰딜-바텀업’ 접근 北美 기싸움 장기화 가능성도

대선 투표일 1주일을 앞둔 시점 미국 주요 언론들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바이든 후보가 우위에 있다. 그리고 한국 내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4년 전 이변을 낳았던 ‘샤이 트럼프’의 존재가 이번 대선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은 여전하지만 4년 전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0월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승리 확률 80% 대 트럼프 승리 확률 20%로 본다. 트럼프 승리 20%는 지난 기억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갖다 붙인 것”이라며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강하게 점쳤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북한을 내버려두는 전략으로 일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비록 실패했지만 1,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마저도 허물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바이든 후보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10월22일(미국시간)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에 대해 “핵능력 축소(draw down nuclear capacity)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만 만날 것”이라며 “반드시 핵 없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고 말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바이든 후보의 입장은 북한이 핵감축에 나서면 정상회담 조건이 갖춰질 것이고 정상회담을 할 경우에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 ‘빅딜’과는 달리 ‘스몰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으로 북미협상에 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동시·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고수해온 북한에게는 청신호다.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가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의 절충점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을 추진했다가 실패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설 경우 그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북정책의 방향은 한국 정부의 추동력이 관건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는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소통할 경우 ‘김대중-클린턴 정부’의 궁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북미협상이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실무협상부터 차근차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미협상 진행은 더디게 진행되며 북미 기 싸움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중재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2기 트럼프, 북미협상 연장선상에서 진행...방위비협상·주한미군 문제 대두될 듯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북미 비핵화협상의 경우 1기 행정부 성과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물러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연성’도 확보했다. 다만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협상을 대하는 북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이 미국의 선제적인 양보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 장애물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매개로 크게 뜸을 들이지 않고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문제 해결을 정책 우선순위에 놓고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앞세울 가능성도 있다. 쿠슈너 고문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간 아브라함 협정을 끌어낸 당사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슈너 고문에게 대북협상의 키를 잡게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임기 내 북한 핵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에서 쿠슈너 고문, 북한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각각 협상의 총대를 맬 경우 북미협상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미동맹 관계는 불안해질 위험성이 있다. 한미 방위비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도마에 오를 것이다. 이는 한국 국내정치 판을 뒤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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