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시대 한반도②] 바텀업 출발점은 어디, 종전선언-6.12싱가포르선언 될까?

2020.11.24 17:26:21

美의 ‘한반도 분단질서 현상유지’ 관성 타개할 ‘페리 프로세스 시즌2’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 
美 대중봉쇄망 구축목표와의 부합 여부 중요, 文대통령 ‘민주주의-인권 가치동맹’ 강조

[폴리뉴스 정찬 기자] 변화된 ‘한반도 정세’를 맞아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변화 방향을 잴 수 있는 바로미터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맞물려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의 가늠자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6개월 내에 사실상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운명도 걸려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①북미관계 정상화 ②평화체제 구축 ③한반도 비핵화 ④유해송환 4개항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북미 비핵화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종전선언’을 빌어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 직후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일부 경제제재 완화라는 북미 거래를 주선해 성사를 눈앞에 뒀던 경험이 있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방해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최종 성사가 무산됐지만 싱가포르 합의정신 단계로 되돌아가자는 함축적인 의미를 종전선언 제안에 담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 판을 상향식(Bottom up)으로 구축해 나갈 경우 그 출발점을 어디로 잡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의 2017년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원점으로 해 북한을 몰아세우면 ‘새판 짜기’는 어렵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 한국 정부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 한반도에서의 평화적 행동을 촉구하는 매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북미 종선선언을 비핵화협상 타결과 정전협정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입구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제안을 ‘미국의 이익’이란 기준에 맞춰 검토하고 판단할 것이다. 블링컨 후보자의 국무장관 취임절차 등을 감안한다면 6개월이 고비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송영길 국회 국회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1월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만남을 소개하면서 “(비건 대표는) 자신이 겪었던 하노이 회담 실패의 교훈부터 모든 것을 충실하게 바이든 인수위 팀에 전달을 해서 시행착오가 안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말한 대목이 주목된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결정에 있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정상회담 성과 중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가 바텀업 방식으로 갈 경우 북미협상의 출발점을 6.12 북미공동성명으로 잡느냐의 여부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 여부와 맥락을 같이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종전선언’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바이든 당선이 확정된 직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강 장관은 11월13일 귀국 직후 방미 활동에 대해 한국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을 바이든 당선자 측에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두고 국내 정치공방이 치열하다. 보수언론과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이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를 등치시키면서 국내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나아가 한미동맹이 파탄 나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에 놓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리 프로세스 시즌2’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1999년 5월 빌 클린턴 대통령 대북특사로 다녀온 뒤 내놓은 ‘페리 프로세스’가 2000년 10월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방미와 공동코뮈니케 체결로 이어지면서 북미수교 문턱까지 간 상황을 되살린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1월18일 ‘페리 프로세스’의 장본인인 페리 전 국방장관,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함께 화상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담고 있다. 이는 블링컨 후보자가 진행했던 ‘이란 핵협상’과도 닮았다. 심지어 협상수단으로 ‘강력한 제재’과 ‘군사적 옵션’을 동원한 것도 비슷하다.

美 대중봉쇄망 구축목표와의 부합 여부 중요, 文대통령 ‘민주주의-인권 가치동맹’ 강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중국과 따로 떼놓을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을 바탕으로 미일동맹 강화, 한·미·일의 대중봉쇄망과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한반도문제’는 이러한 대중봉쇄 전략에 복무하지 않는 한 직접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전략적 인내’를 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러한 인식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정책은 ‘대중봉쇄망 구축’이란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놓고 반대하진 않겠지만 협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주류사회 내 뿌리 깊은 ‘북한 악마화’도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동의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한국의 외교적 춤판’이라고 했고 트럼프 행정부 내 주류들도 비슷한 정서였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뚫고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정책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 여부를 1차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이 ‘한반도 분단과 냉전’이라는 현상을 변경하기보다는 유지하려는 관성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대중국 전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정책방향을 전환할 수도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한국정부가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고 ‘한반도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의 단초를 담은 것이 ‘페리 프로세스’다.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미국이 판단하도록 한 것과 비슷하게 ‘한반도프로세스’가 동북아 평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고양시켜 국제사회가 중국을 견제하는 힘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면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이 확정된 11월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가치 동맹으로서 공동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국제연대와 다자협력의 실천에 힘을 모으고, 코로나 극복과 기후위기 대응 등 세계적 현안에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거 냉전체제의 군사동맹에 치중했던 한미동맹을 바이든 정부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바탕에 둔 ‘가치동맹’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한국이 중국으로 경도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가치동맹을 거론한 것은 중국이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한 ‘중국 경도’는 없을 것이란 신호다.  

군사동맹과 함께 중요한 것이 ‘소프트파워’다. 홍콩에서 보듯 ‘민주주의 가치’가 중국에 주는 충격은 군사적 봉쇄만큼이나 크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공유하는 가치가 더 많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국은 대중국 ‘소프트파워’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게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또 경제적 관계로만 보면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중 의존도가 높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의존적이다. 금융과 소비, IT산업은 중국 제조업과 소비와 직접 엮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 제재를 감행했지만 독일 등의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이탈했다. 이를 두고 중국 영향력에 포섭됐다고 볼 수 없듯이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민주주의 가치’와 ‘문화’는 다르다. 이는 또한 바이든 시대 미중 대결의 핵심 코드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한반도프로세스’는 ‘민주주의·인권 가치 전선’을 확장하는 중요한 고리다. 바로 이 지점은 미국이 기존의 한반도 현상유지 관성을 뚫고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서게 할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인영 장관이나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말한 ‘페리 프로세스 시즌2’는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 또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어떻게 평가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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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jc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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