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초선들 “전원 철야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겠다”
與, 정의당과 갈등으로 180석 상시확보 힘들자 필리버스터 허용
김웅 “필리버스터에 정해진 의제 없어야 한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야당의 비토권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민회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어질 국정원법 개정안과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저지 투생에 나선 것이다. 현재 김웅 의원(초선, 서울 송파갑)이 12시 30분경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재선 의원까지 참여가 확대될 경우 열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초선 의원 58명 일동은 “편법·탈법 쪼개기 임시회를 열어서라도 야당의 필리버스터마저 틀어막겠다던 집권여당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야당의 의사를 존중해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며 “알겠다. 오늘부터 전원 철야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국가정보기관이 사이버 공간까지 전부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서 마음에 안 드는 국민들까지 사찰하고 감시하게 만드는 국정원 악법을 막아야 한다"며 "대북전단을 보내면 우리 국민을 감옥에 집어넣겠다는 소위 ‘김여정 하명법’도 막겠다"고 밝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초선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전원 참여 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이미 신청한 다선 의원들은 예정대로 하고 그 순서가 끝나면 초선의원 전원이 참가한다. 그 후에 다선 의원들이 참가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종료 시기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정의당과의 공조 깨지자 필리버스터 허용으로 선회

초선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참여는 정의당과 김남국 민주당 의원 간의 갈등으로 인한 민주당의 ‘180석 연대’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은 당초 국회법 규정에 따라 총 180명의 의결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24시간 이후 종료시킬 구상이었다. 그러나 김남국 의원으로 인해 정의당과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180석의 ‘상시적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신청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종결 동의 제출이 가능하고, 이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정의당과의 공조가 어려워지자 재적의원 5/3인 180석을 항상 마련할 수 없기에 내려진 민주당의 결론이다.

사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등 3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놓은 상태였다.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선 지난 9일 김기현 의원이 약 3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정기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마무리됐다.

전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이 의원에 이어 김병기 민주당 의원,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참여했다. 현재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초선들, 정치적 쟁점 뿐 아니라 정책도 논의한다

이번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진행하는 필리버스터의 특징은 정치적 쟁점뿐만이 아니라 경제정책과 민생 현안 등도 논한다는 데 있다. 현재 필리버스터를 진행중인 김웅 의원은 자신이 필리버스터 연설이 시작된 9시경 “필리버스터 무제한 허용을 해줘서 감사하다”며 “(2016년 당시) 여당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할 때 은수미 의원은 유성기업과 송파3모녀 사건을 얘기했다”며 홍익표 의원이 제기한 필리버스터 주제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그 부분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필리버스터에 의제가 어디 있고, 제한이 어디에 있느냐고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으로 스스로 설득하고 우리당에 이야기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은 필리버스터 연설에서 “민주당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혹자는 전략적으로 매우 뛰어난 정당이라고 평가하겠지만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까 게임 핵(hack-해킹 프로그램)을 쓰는 정당이라고 한다”며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형사 고소 사건이 많은 편”이라며 “선의에만 기대하려 하는데 그런 사회는 발전할 수가 없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되고 있는가?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며 국정원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권한이라는 것은 분산시켜야 하는게 시대의 소명이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경찰개혁 부분에 있어서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당의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보고, 그런 목소리에 대해서 지우셔야 한다”고 민주당에 올바른 개혁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자신이 검사 시절 겪은 65년을 넘는 시간 동안 가정 폭력을 당하고 살아온 할머니가 남편을 상해 치사한 사건을 언급했다. 쌍방 폭행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호해 줄 거처를 마련하는 거 어려웠다며 불가피한 가해자들에 대한 보호 시설이 어디에도 없다며 현행 형사사법 제도의 흠결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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