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경제이슈] ‘공정경제3법’ 통과에도 남은 논란…전속고발권 유지, 왜?

2020.12.11 17:44:54

공정위가 고발한 담합행위 95%는 중소·중견…대기업보다 소송대응 취약
경성담합 등 경쟁법 위반 판단은 전문성 요구돼…검찰보다 공정위가 적격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내년 말부터 시행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경성담합에 한해선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최종 의결에선 유지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비해 소송 대응력이 떨어지는 벤처‧중소‧중견기업들의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중 하나다. 3법 가운데 본회의 표결에서 얻은 찬성표(142명)가 가장 적었는데, 이는 법안을 검토한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정위 전속고발권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로 1980년 도입됐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짬짜미 등 ‘경성담합’ 행위에 한하여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계획이었다. 공정위가 아닌 시민단체, 경쟁기업 등의 고발만으로도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 경우 검찰 자체 판단에 따른 수사도 가능해진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8일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정부안)을 의결했다. 총 6명의 의원 중 찬성이 4명(민주당 3명·정의당1명), 기권이 2명(국민의힘)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11시에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폐지’에서 ‘유지’로 선회한 수정안이 통과됐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안건조정위에 참석했던 의원으로써 이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정위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주장하던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부안에 동의했는데,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이 제출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수사, 별건수사 문제에 더해 기업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있다”며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고발한 부당 공동행위 95%는 중소·중견…대기업보다 소송대응 취약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은 해당 제도가 탄생했던 1980년부터 시작됐다. 공정위는 당시 공정경제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해 일차적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고, 검찰은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검찰은 지속적으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기업 고발이 지나치게 늘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고도성장기의 논리로 도입된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도 대기업 고발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기업의 부정행위를 방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2016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기업들을 고발하지 않고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전속고발권 폐지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공정위도 김상조 전 위원장 시기부터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추진해왔다. 법안이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올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기도 했다. 경성담합에 한해선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재계의 반발은 당연히 거셌다. 수사와 고발 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악의적이거나 음해 목적을 가진 고소·고발에 검찰 수사가 시작될 수 있고, 이는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기업들을 만나보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게 전속고발권 폐지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만 공정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이런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건 대기업에 비해 소송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1월 4일 논평을 통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중소·중견기업이 무차별적인 소송위험에 노출된다”며 “소송대응능력이 있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에 대해서만 폐지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또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김원모)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2016~2019년) 간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한 98건의 사건 중 대기업이 가담한 담합사건은 10건이었고, 중소·중견기업 관련 담합사건은 88건이었다. 전체 고발 대상사업자 수 391명 중 95.6%(374명)도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엔 “가격담합과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속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점 등을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 적혔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1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소·중견 기업들이 법적 대응력이 약하고 준비가 덜 됐다”며 “(전속고발권 유지는) 후퇴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가 최근 3년간 적극적으로 고소·고발에 나서고 있고, 조달청·중소벤처기업부가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검찰에 반드시 고발하게 돼 있는 ‘의무 고발 요청 제도’가 도입돼 있어 현장의 우려도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성담합 등 경쟁법 위반 판단은 전문성 요구돼…검찰보다 공정위가 적격

경성담합 행위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세밀히 파악해야 하는 경쟁법 위반 사항이라 일차적인 법 위반 판단에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도 전속고발권 유지 결정에 힘을 싣는다. 특히 가격담합의 경우 단순히 가격의 외형적 일치만으론 담합 합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쟁법 집행기관인 공정위 판단이 필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 담합할 경우는 오히려 소비자 이익이 제고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도 “경성담합 성립여부와 같은 사항이야 말로 경쟁법 집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형사절차가 개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9일 논평을 내고 “국민에 공개 약속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철회한 것은 정권 핵심 인사들과 긴장 관계에 있는 검찰을 견제하려는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여당 내에선 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중복수사, 별건수사”를 언급하며 전속고발권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10일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검찰개혁을 하고 있는데, 경제권력까지 넘어가게 하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검찰개혁에 역행한다고 지적하시는 분이 (당내에)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한 공정거래법 개정에 합의한 2018년 당시엔 검찰이 공정위와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해 6월 검찰이 공정위 기업집단국을 압수수색하고 퇴직자 대기업 재취업 압박 혐의로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을 재판에 넘겼는데, 일각에선 이러한 수사 배경에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내년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싼 재논의 가능성도 관측된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재추진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적었고,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공정경제 3법도) 아쉬운 점이 있는데, 의원총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문제제기가 된 만큼 향후 문제점 보완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선배,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3%룰 최대주주 합산과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영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재발의를 논의하겠다”고 적었다.



강민혜 unicor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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