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윤석열 정직 2개월 징계가 남긴 것

2020.12.16 10:18:02

 

정직 2개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징계 결과를 보노라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동안 윤 총장을 행해 쏟아졌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서슬퍼런 말들, 공룡 여당 의원들의 응징 의지, 그리고 마침내 가세한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에 대한 비판 광경까지 생각하면 턱없이 미약한 징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접하며 윤 총장에게 해임의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이 ‘쿠데타 세력’이라고 주장해왔다. 윤석열이 쿠테타 세력의 수괴였다면 응당 해임하고도 모자랄 일이었다. 아니, 진즉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하거나 국회에서 탄핵 의결을 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징계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민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여권 내부에서는 ‘정직 6개월’ 혹은 ‘정직 3개월’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해임 결정을 내렸을 경우 여론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고, 윤 총장이 제기할 소송에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불안이 컸던 이유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정직 2개월이라니. 이제까지 거론된 징계 수위 가운데 가장 약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징계가 발효되고 2개월 뒤, 그러니까 내년 2월 중순이면 윤 총장은 다시 복귀하게 된다. 물론 법원이 윤 총장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게 되면 복귀는 즉시 이루어지게 된다.

예상보다 약한 징계에 대해, 의결을 마치고 나온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 양정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국민’은 누구일까. 윤석열 징계에 반대해왔던 절반이 넘는 다수의 국민들은 아니었다. 윤석열 징계를 응원해왔던 추미애 장관 혹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정 위원장이 말한 국민이었다. 실제로 그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기대를 밑도는 이번 징계 결과에 대해 이미 강한 불만들을 토로하고 있다. 징계위원회 스스로도 정직 2개월로는 성에 차지 않아하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던 곤혹스러움이 읽혀진다.

정직 2개월의 징계 결론은 징계위원회 스스로의 자기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징계 청구 사유 가운데 징계위원회가 인정한 혐의는 ‘판사 문건 작성 등 판사 사찰‘,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 등 위신 손상’ 등 4가지다. 하나 하나가 엄청난 죄들이다.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판사들 사찰을 지시하고,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으며, 더욱이 정치적 중립까지 어겼다면 당장 해임하고 사법처리까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징계사유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것들을 달아놓고, 막상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까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4전 4패’를 당했다는 조롱이 나오던 상황이 아니었던가. 여기서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 ‘5전 5패’까지 된다면 정권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되어있다. 그러니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면서도 정직 2개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과정은 숱한 편법과 위법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채 예정된 징계 각본에 따라 정직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낳았다. 징계위원회가 시간에 쫓기듯 징계절차를 진행하며 내내 보인 모습은 궁색할 수밖에 없었다. 여권이 윤석열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차라리 문 대통령이 해임하거나 국회에서 탄핵 의결을 했어야 할 일이다. 이렇게 위법 부당한 징계로 법치주의의 원칙을 파괴하고 죄를 뒤집어 씌우는 방식으로 할 일은 아니었다.

추미애 장관이 구성한 징계위원회는 윤석열을 징계했지만, 아마도 국민들이 그들 징계위원회를 다시 징계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징계의 마지막 과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완성된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부담으로 두고두고 남게 될 것이다. 이 코로나 위기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민들은 결국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지금이 그러고 있을 때냐고, ‘무엇이 중헌지’ 알고는 있냐고. 오늘 아침 코로나 확진자는 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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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yuc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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