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전우용 역사학자③ “차기 대선 시대정신은 적폐청산과 상생(사회적 대타협)”

2021.04.08 13:37:29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 의지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적폐청산은 실패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아젠다 설정 능력과 설득 능력
코로나19…역사적으로 역병이 돌고 인구 급감하면 살아남은 세대에겐 황금시대 열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인류적 재난을 겪은 후 처음 치러지는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 <폴리뉴스>는 3월 17일 역사학자이자 팔로워 43만명을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 전우용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의 문제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전우용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썼지만,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침했다. 하지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하나의 아젠다로 만든 것은 성공했다”며 “검찰이 얼마나 불공정한가, 부동산을 둘러싼 이른바 야바위가 어떤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놓인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구감소와 기후변동, 기술발전으로 인한 직업세계의 변화를 들고 “인간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상황이 앞에 놓여있다”며 “이걸 바로잡는 게 다음 정권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차기 대선 시대정신을 “적폐청산 시즌2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상생(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밝히고, “우리 앞의 엄청난 격란의 시대를 인식하지 못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몰락에 가까운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아젠다여도 설득할 수 없으면 안 된다”며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아젠다 설정 능력’과 ‘설득 능력’을 꼽았다. 

한편, 전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며, “역사적으로 역병이 돌고 인구가 급감하면 살아남은 세대들한테는 그야말로 황금시대가 온다. 이게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시간되면 승진하고, 시간되면 집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 재산이 늘어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던 세대”로 6.25 전쟁을 겪은 세대를 들었다. 

그런데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는 역병이긴 한데 인구를 대폭 줄이진 않는다”며 “지금 두가지 문제가 상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시대와 인구감소가 우리에게 ‘공유경제’를 제시했는데 “코로나가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팬데믹이 왔는데 사람이 잘 안 죽는 것이 “인류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 문제를 우리가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서 폭력적이거나 비합리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누구를 비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출발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 인류가 겪지 못한 위기가 있다는 걸 솔직하게 얘기하고, 합의 구간을 만들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아서 토론을 시킬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썼지만,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하나의 아젠다로 만든 것은 성공했다. 그게 업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검찰이 오래된 관행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 얼마나 불공정한가 드러났다. 부동산을 둘러싼 이른바 야바위가 어떤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드러났다.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다. 

우리 사회에 놓여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감소와 기후변동이다. 거기다 드론이라든가 A.I. 같은 기술발전으로 인한 직업세계의 변화. 이 변화를 어떤 분들은 가볍게 생각하는데, 직업은 개인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다. 인간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상황이 앞에 놓여있다. 이걸 바로잡는 게 다음 정권의 과제다. 

적폐청산 시즌 2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얘기해도 좋고, 어떤 표현을 쓰든지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직업들이 계속 생겨날 텐데, 그러면 누군가 양보를 해야 되고 누군가에게는 살 길을 열어줘야 된다. 그 전망을 제대로 제시하는 정권이 되어야 한다. 우리 앞의 엄청난 격란의 시대를 인식하지 못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몰락에 가까운 길이 될 거다. 

-두 번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이재명 지사의 경우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데.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상생과 적폐청산을 말씀드렸는데, 아무리 좋은 아젠다여도 설득할 수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저는 그거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아젠다 설정 능력이다. 두 번째는 설득 능력이다. 그게 없으면 이제 싸움이 되는 거다. 이재명 지사의 아젠다 선정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우리 사회가 닥쳐올 격랑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설득의 문제가 남았다. 의제는 머리로 하는 것인데, 설득은 온몸으로 하는 거다. 인상, 말, 글, 제스처, 평소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이런 부분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는 정치인으로 밟고 올라갈 것인지. 왜냐면 이재명 지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하다. 격렬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지가 이재명 지사 개인으로 봤을 때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전망하시고 또 우리는 뭘 준비해야 될까?

역사적으로 보자면 역병이 돌고 인구가 급감하면 살아남은 세대들한테는 그야말로 황금시대가 온다. 왜냐하면 경쟁이 줄어들고, 임금이 올라가고, 가난한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이게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다. 역병이나 전쟁은 그걸 겪은 세대들한테는 끔찍한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그게 지나가고 나면 살아남은 세대는 행복한 세대가 된다. 

6.25 전쟁을 겪고 나서 우리가 군사독재나 빈곤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전쟁에 살아남은 그 세대만큼 인생을 계속 팽창하면서 살아본 세대가 없다. 시간되면 승진하고, 시간되면 집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 재산이 늘어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던 세대가 한국 역사상 6.25 전쟁을 겪은 세대 밖에 없다. 조금 지나면 밑에 후배가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승진하고, 직장에서 30년 정년제도가 만들어진 게 60년대다. 공무원이 아니면서 정년퇴직을 자연스럽게 생각한 세대는 그 세대가 끝이다. 97년 IMF 때 사실상 정년제도가 사라졌다. 

그런데 코로나는 역병이긴 한데 인구를 대폭 줄이진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이전 4차 산업혁명이 인구감소와 같이 일어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두가지 문제가 상충하고 있다. 

하나는 A.I. 시대와 인구감소가 우리에게 제시했던 것 중에 하나가 공유경제다. 간단히 얘기하면 테슬라나 현대, 중국에서 조만간 원동기 차량 생산을 중단, 전부 전기차량으로 바꾼다는데 전기차는 사실 차량이 아니라 전기로 가는 컴퓨터다.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된다. 10년만 지나도 부르면 자기 앞에 차가 오고, 목적지만 말하면 운전기사 없이 차가 다닐텐데 그런 차를 하루 2시간만 타고 22시간을 집안에 처박아두는 비생산적인 일을 과연 할까. 

이제 다른 사람과 같이 이용하는 공유경제를 생각해왔는데 코로나가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져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내는 것이 대인기피증이나 이른바 공유시스템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 이런 것들로 사회분위기를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스트레스 지수도 높여서 폭력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게 또 다른 사회적 분규,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 

인류가 자기선택으로 인구감소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도, 이런 식으로 팬데믹이 왔는데 사람이 잘 안 죽는 것도 인류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문제를 우리가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비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둘 다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출발을 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그 정도의 토론이 가능한 상황, 언론의 기반이 만들어졌는가. 지금 우리 언론의 행태를 보면 앞에 떨어질 폭포가 있는데, 누가 노를 이쪽으로 저었다 저쪽으로 저었다 이런 것만 보고있다. 지금 정말 위기다. 우리 앞에 인류가 겪지 못한 위기가 있다는 걸 솔직하게 얘기하고, 합의 구간을 만들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아서 토론을 시킬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 전우용 교수는 196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가톨릭대·상명대 강사를 거쳐 서울시립대학교 부설 서울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서울대학교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정책실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7만여명의 페이스북 팔로워와 43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저서로는 <서울은 깊다> <현대인의 탄생> <한국 회사의 탄생>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오늘 역사가 말하다> <서울의 동쪽> <우리 역사는 깊다1,2> <140자로 시대를 쓰다> <내 안의 역사> <망월폐견> 등이 있다.
 



김자경 tankg@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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