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공식 외교라인이 무능하다면, 유능한 글로벌 대기업의 민간 외교라인을 활용해야 한다"

충수염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태운 법무부 호송차량이 15일 오후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충수염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태운 법무부 호송차량이 15일 오후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론’이 재계 안팍에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대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정 등 사회 문제에 이 부회장이 자유로운 몸으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국가 비상시국에 글로벌 기업 수장의 인적 네트워크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과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를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정재계, '이재용 사면' 촉구...청와대 국민청원글 등장

특히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백신 확보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정부의 오판으로 백신 구매의 골든타임을 놓쳐 국민적 고통이 장기화되었다"며 "공식 외교라인이 무능하다면, 유능한 글로벌 대기업의 민간 외교라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달 예정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이재용을 특사(特赦)해서 백신 특사(特使)로 임명하는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재계도 가세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글로벌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경영 현장이라며 “삼성의 과감한 투자로 반도체 산업을 살리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백신 확보에도 힘을 보태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제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대규모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사면해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반도체 산업과 국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이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신 민간 외교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여론도 이재용 사면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사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현재 70억수준의 뇌물공여죄가 적용되고 경영권승계를 위한 죄목을 적용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까지 불법이라는 내용까지 추가하고 재판 중"이라면서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문제까지 추가하고 심지어는 프로포폴 투약까지 그야말로 쥐 잡듯이 이재용 부회장을 몰아붙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경제성과가 삼성의 덕이라고는 못하지만 그동안 삼성이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본다"며 "이제 이재용 회장을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반도체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이 백신도 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사면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3일 만에 약 1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반도체 강국 위상 흔들릴 위기...삼성, 총수 부재에 '한숨'  

이같이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힘을 받는 배경에는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미·중 무역분쟁 및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8.4%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EU) 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에 나서는 등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로서 너무 오랫동안 글로벌 경쟁자들을 앞지르기 위해 필요한 크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자리에 참석한 삼성 등 주요 기업 경영진들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도 요청했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며 "미국 노동자와 미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내걸고 반도체 자급률 높이기에 나선 상태다.

이와 달리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대규모 투자결정을 위한 최고 결정권자의 부재 상황에 직면한 삼성전자의 위기가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국정농단 공모' 사건의 형이 확정된 만큼 사면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도 사면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 포기로 실형을 확정받아 지난 1월 26일, 기결수 신분으로 전환됐다. 다만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뇌물, 알선수뢰, 알선수재,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범죄자의 사면권은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던 만큼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은 현재로선 확정할 수 없다.

앞서 4차례 진행된 특별사면에서도 기업 총수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석방·형집행정지 등 인신 구속 상태를 벗어날 방법도 거론된다. 그중 가석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 형이 확정되기 전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던 이 부회장은 가석방의 최소 요건은 채웠다. 그러나 실제로 법무부 산하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려면 약 70~80% 정도 형기를 채워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약 6개월 이상의 형기를 더 채워야 해 일각에서 나오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은 물론 가석방 대상으로도 포함되긴 어려울 전망이다.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삼성 불법승계'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이 비중 있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다른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을 시 가석방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형집행정지 사유 역시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으로 규정돼 있어 이 부회장이 해당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삼성 측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교에 나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의문이다"며 "이 부회장의 복역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반도체 대란도 '자동차 반도체'가 문제인데, 삼성은 이 분야도 아니다. 과연 특별사면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충수염 수술을 받은 후 27일만인 지난 15일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의료진들은 입원을 연장하며 몸 상태를 더 지켜보자고 했지만 이 부회장은 "괜찮다"며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