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수백개 리튬이온으로 구성 "재활용시 각각 분해해야"
분해 시, 유해 물질에 폭발 위험도 커...BBC “현 기술력 부족”
배터리 평균 수명인 10~15년 후 "폐배터리 쏟아져 나올 것”
완성차 업계, 자체적 ESS 사업 추진하고 향후 전기차 시장 선도해나가야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명이 약 10년 전·후인 가운데, 향후 쏟아질 '폐배터리'의 처리 방법이 완성차 업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명이 약 10년 전·후인 가운데, 향후 쏟아질 '폐배터리'의 처리 방법이 완성차 업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리 지고 있다. 전기차는 전기 배터리로 구동이 되는데, 전기차에 사용되는 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 수명은 10~15년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배터리의 수명이 다한 후, 재활용 및 폐기처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완성차 업계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동차 배터리의 평균 수명에 다다를 때까진 약 5년에서 10년 정도가 남았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수명 다 된 '리튬 이온 셀' 배터리... 쉽지 않은 재활용 문제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도 배터리는 들어간다. 실내조명이나 각종 전자기기를 구동하기 위해서다. 이 배터리는 '납 축전지' 또는 '납산 배터리'라고 불리는 2차 전지다. 납과 황산으로 만들어지는데, 특히 납산 배터리는 현재 기술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수백 개의 리튬이온 셀로 구성된다. 전기차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유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기로만 운행되기 때문이다. 차가 구동되기 위한 만큼의 전력을 발생시키려면 대량의 리튬 셀이 들어간다. 전기차가 대부분 크고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기차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재활용을 하거나 폐기처분 해야 하는데, 재활용 시 수백 개에 이르는 리튬 셀을 일일이 분해하는 공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대량 방출된다. 완벽히 해체되지 않을 시 폭발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현 기술로는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버밍엄대학의 재료공학과 교수이자 버밍엄 전략 부품 및 필수재료 센터 공동국장인 폴 앤더스 박사는 지난달 30일 BBC와 인터뷰에서 "10~15년 뒤면 많은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게 될 것"이라며 "재활용 방법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몇 퍼센트가 재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다"면서 "대략적으로는 5%라는 게 중론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수치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사실 두렵다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전례가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면서도 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선 직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업계 게임체인저 될 ESS산업

배터리를 다 쓰게 되면 이 폐배터리를 모아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다세대 주택 등에서 다시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 할 수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라고 불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코나EV 등 리콜 대상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관련 업체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코나EV 등 LG에너지솔루션이 제작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총 2만 6699대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리콜을 진행하기로 했다. 리콜은 지난달 29일부터 진행됐다.

리콜 대상 차가 모두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2만 6699개의 폐배터리가 나온다. 코나EV가 출시된 지 3년 됐기 때문에 수거된 배터리의 수명은 7년 이상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이 폐배터리들은 재정비 과정을 거쳐 ESS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자체 배터리 성능평가 시스템으로 사용후 배터리를 평가하고 잔존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는 모듈 또는 팩 단위로 나눠 ESS로 재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배터리 재사용에 대한 국내 기술표준이 없다는 점이다. 또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선 철저한 안전 검증이 필요한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용후 배터리 안전검사 제도 도입을 위한 전압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기술 표준 없이 2만 6000여개의 배터리를 모두 재사용하는 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만 6000여개의 배터리를 모두 성능 평가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제조사별로 형태·크기·구성물질 등이 다양해 재사용·재활용하기가 복잡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집 및 향후 규격 표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를 추출하는 재활용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용후 배터리 활용 사업이 초기 단계라 2만 6000여개의 배터리를 모두 재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보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 입장에선 일부는 ESS로 활용하되 상당수 배터리는 일괄로 분해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완성차업계가 자체적으로 ESS 사업을 꾸려나가야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ESS 사업을 통해 완성차 업계가 시장을 자체적으로 주도해 나가면, 향후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현대 글로비스 쪽에서도 ESS 관련 사업부를 런칭시킨 것으로 알고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률은 전세계 3~4위 수준인데, 신사업은 결국 10년 후 쏟아져 나올 폐배터리 부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폐배터리) 가공 처리법을 표준화하고 안전성 등 관련 법안이 자리 잡게 되면 신사업으로써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아직까지 폐배터리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사이클에 대해 연구하고 세팅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면서 "아직 국내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보급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수준이다. 이미 나오고 있는 폐배터리에 대해서도 명확한 활용 방안과 법규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관련법 개정과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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