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탈탄소’로 인한 ‘좌초자산화’ 대비 나서
4개 업체, 각기 차별화된 신사업 전략 추진
“본업인 정유 산업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국내 정유사들이 ‘친환경 중심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 국내 정유사들이 ‘친환경 중심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친환경 중심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정유업은 ‘좌초위기산업’으로 분류된다. ‘탄소중립’ 시대에 석유산업이 저무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탄소중립’에 ‘코로나’ 이중고…전세계 정유업체 신사업 추진

업계에 따르면 영국 석유기업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는 최근 ‘석유시대의 종말’을 선언,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을 4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확대해 종합 에너지회사로 거듭날 것임을 밝혔다. BP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에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츈은 석유업체들이 저탄소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생존불능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신사업 추진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로 인해 정유업계 자체가 수요가 급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아무래도 정유업계는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지난 1월 서울시와 SK주유•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설비와 전기차 충전설비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SK에너지는 전기차 충전소•충전기 확대 설치•운영도 검토 중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충전소 37개소에서 충전기 40기를 운영 중이다.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 등 미래형 주유소로 전환하며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모빌리티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에너지플러스(Energy Plus)’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후 GS칼텍스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모빌리티 기업과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지난 3월 기아와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설치 투자와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신사업 중 하나로 수소 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액화 수소 생산•유통 사업을 검토 중이다. 또한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 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최근에는 버스•트럭의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도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주유소 신사업 발굴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공유 전기 자전거 ‘일레클(elecle)’과 제휴해 일레클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초대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를 오픈했다. 이곳은 기존 4개의 주유소•충전소를 약 3000평의 부지의 초대형 주유소•충전소로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와 같은 친환경 미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달 초 글로벌 수소 기업 에어프로덕츠와 ‘수소 에너지 활용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에너지•석유화학 분야 세계 최다 특허 보유사인 하니웰 UOP와 ‘RE플랫폼(Renewable Energy,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위한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밖에도 2030년까지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등 3대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로 높일 전망이다. 하니웰 UOP와 기술협력을 통해 기존 정유공장을 미래 사업 원료와 친환경 유틸리티(전기, 용수 등)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RE플랫폼’으로 전환하게 된다.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급하지 않게” 

국내 정유업계의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이 단기적으로 성급하게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준환 석유정책연구팀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금씩 방향은 다르지만 국내 4개 정유사가 탄소중립이나 ESG 영향으로 신사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현재 정유 산업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지,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정 팀장은 “정부도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대응기금’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을 고민하고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아직 정유업체가 정부에 구체적인 지원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