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주년 특별연설...부동산 정책 기조 유지하지만, 실패 사실상 인정
"실수요자 부담 완화, 다양한 정책적 지원 확대할 것"

1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에서 관계자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 관련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에서 관계자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 관련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동산 정책의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면서, "무주택 서민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면, 부담이 되는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 "가격 안정 이루지 못해...정부 할 말 없는 상황"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언급하면서도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년 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그동안 정책의 결과가 보궐선거로 ‘엄중한 심판’을 받았고,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유지해온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 어느 정도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연설에서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정부가 공공 주도 주택공급만 고집했지만, 이제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민간을 통한 주택 공급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자산불평등 개선 위한 부동산 투기 차단, 실수요자 보호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였다.

우선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서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산 불평등 개선을 위한 부동산 투기 등 부동산 부패 청산에 대해서는 “공직자와 (LH 등)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아,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과 불법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을 완결 짓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에 국토교통부가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국토부는 아시다시피 이 시점에 주택 공급 차질을 차질없이 집행해 나가는 것, 그리고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 된 국토부와 LH를 개혁하는 것, 국토부 내부에서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한데 더해, LH 공사의 비리까지 겹치면서 “(보선을 통해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고, 그런 자세로 남은 1년을 새롭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가격, '강력한 규제로 잡겠다'...집값은 솟아올라

문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부동산 규제 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언급을 내놓았었다. 지난 2017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더 강력한 대책 주머니 속에 많다”거나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현재 방법이 안 된다면 강력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 반드시 가격을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10일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의지를 다졌고, 지난해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생각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겠다”며 새로 규제를 만들고 강화하는 방향의 메시지만 내놓았다.

올해부터는 그 발언 내용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우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올해 1월 11일 신년사에서는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공급확대에 역점”을 둬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 나온 대책이 3기 신도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공 전세주택, 신축 매입약정 주택 공급 등을 포함한 ‘공공주도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었다.

임기 말에 와서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아파트 실거래가 변동률을 나타내는 ‘실거래 지수(기준시점 2017년 10월=100)’를 보면 수도권의 경우 정권 초기인 2018년 2월 101에서 2019년 2월 106으로 슬며시 오르더니 지난해 2월 115에서 올해 2월에는 145.5로 급격히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대출규제 풀릴까?...문 대통령, "실수요자 집 사기 어려워", 송영길 대표 "확 풀자"

전국 기준으로도 지난해 2월 105에서 올해 2월 127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 의지가 무색하게, 정부는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이 솟아올랐다. 대통령 말대로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다. 이미 오른 집값을 전제로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킬 명쾌한 정책이 나올지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강화하려는 목적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정책이)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어려움으로 작용을 하고 있던지,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당정청 간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당정청 간에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부동산 정책의 보완을 이루도록 하겠다” 말했다.

지난 보선을 패배 이후 민주당 일각에서 유권자들의 세부담 완화 목소리에 응답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인상안을 내놓은 데 이어, 송영길 신임 당 대표 또한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90%까지 “확 풀자”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집값의 10%만 있으면 나머지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자는 것이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출 규제 조건에서는 ‘실수요자가 집 사는데 어려움’을 언급하고, 당 핵심 인사들도 규제 완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제한적이나마 세 부담과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정책의 전환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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