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 두고, '원칙론과 연기론' 맞서
이재명·추미애·박용진, '원칙론'..."당헌·당규 원칙 따라야"
이낙연·정세균·김두관, '연기론'..."상당한 이유있다. 원칙 어긴 적 없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 25일 최고위 열어 "대선 경선 일정 결정"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회의 공개 여부와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회의 공개 여부와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김서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판을 좌우할 '경선 연기' 문제를 최종 결정짓게될 25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내는 비상상황에 드러갔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의원총회 격론에도 어떤 결정이 나지 않자 25일 최종 결론은 25일 당 지도부가 다시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칙론' 입장이 강한 송영길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연기론' 입장에서는 시도당위원장과 시도지사까지 참여한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더라도 당무위에서 부결가능성이 있어 25일 경선일정 문제가 최종 결정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경선 일정을 두고 '원칙론'과 연기론'이 엇갈리고 있다. 대개 이재명계가 '원칙론', 비이재명계가 '연기론'으로 나누고 있지만, 대선주자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첨예하게 맞부딪치며 입장차가 명확하다.

'경선연기론'으로 당을 균열시킨 파열음은 점차 커져만 가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민주당의 후폭풍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추미애·박용진 '원칙론' vs 이낙연·정세균·김두관·이광재 등 '연기론'

통칭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재명·추미애·박용진 등 대권주자들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원칙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낙연·정세균·김두관·이광재 등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대권주자들은 원칙을 깨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후자는 당헌·당규 88조 2항에 따라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원칙을 깨는 게 아니므로 충분히 경선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두 진영 간에 ‘상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2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유불리를 따지면 그냥 결선을 미루자고 하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선을 9월에 진행하든, 이를 미뤄 11월에 하든 자신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당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 지사는 “원칙과 규칙을 지켜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서 지난 21대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을 만든 것과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해 ‘국민들에게 석고대죄’ 해야 할 일을 당이 했음을 상기시켰다.

지난 총선 당시, 당이 원칙을 지켰다면 오히려 여권 전체의 파이가 커졌을 것이라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또한, 보궐선거 때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열리는 재·보궐선거는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당헌·당규’를 고쳤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우리를 신뢰하나?”고 물었다.

대표적인 이재명계 의원인 김병욱 의원(분당구을·재선)은 지난 16일 폴리뉴스와 ‘김능구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경선 시기를 정한 당헌은 작년 8월에 만들어진 룰”이라고 말했다.

대선이나 총선 등에서 경선 시기 등 규정 때문에 잡음이 생기자, 지난해 이해찬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룰’들을 모아서 세칙으로 있던 것을 ‘당헌·당규’로 만들었다

세칙은 당 지도부가 바꿀 수도 있지만, 당헌·당규는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명확한 규정으로 예측 가능한 선거를 치러 성과를 낸 것이 지난해 총선이었다. 김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이렇게 잡음 없는 깔끔한 총선은 없었을 것”이라며, “룰은 합의해서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건데, 그것을 지켜야 하는 시점에 임박해서 룰을 논의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대표가 안 나타났으면 밋밋한 경선이 됐을 것”이라며 경선이 흥행하려면 “후보군들의 캐릭터나 출마의 변이나 시대 정신이나 이런 부분을 가지고 치열하게 맞붙는 그런 경선이어야 한다. 시기만 연장한다고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을지 그에 대한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의원은 “당헌·당규의 원칙을 훼손하면, 지난 보선 때 국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신 못 차리는 구나’하는 비판만 더 매서울 것”이라고 정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정책토론회 뒤 기자들을 만나 “주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변경이 어렵다는 것은 연기를 주장하는 분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경선 일정 유지에 힘을 실었다. 송 대표는 “(당내 지지율) 5위 안에 드는 세 분(이재명, 추미애, 박용진)이 다 그대로 가자는 의견인데, 그것을 단서조항으로 묵살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당규 88조는 “대통령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 대표가 언급한 단서조항은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송영길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는 특별당규는 반드시 꼭 지켜야 할 당규라고 정했다”고 밝혔다. 단서 조항을 따지기 전에 지켜야할 당규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측은 연기를 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송 대표는 상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대표와 최고위원들이라고 언급했다.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경선 연기 주장에 대해 “선관위에서 시행 세칙으로 정하는 것인데, 당규에는 한 후보가 경선에서 50%를 못 넘으면 결선투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당내에 세력을 모아서, 결선투표까지 몰고간 후에 한 쪽을 밀어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양승조 충청남도 도지사(왼쪽 두 번째) 출판 기념회에서 민주당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양 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박용진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양승조 충청남도 도지사(왼쪽 두 번째) 출판 기념회에서 민주당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양 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박용진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경선 연기 “원칙 어기는 것 아니다”…”상당한 사유는 당무위에서 정해야”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당규 88조에 등장하는 ‘상당한 사유’는 ‘코로나19’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코로나19를 국난으로 규정했을 정도로 상당한 이유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의총 당시에 발언을 많은 의원들이 했는데,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이 압도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백신 보급률이 70% 이상 되는 10월쯤 마스크를 벗고 국민경선을 축제처럼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보자는 이유에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것으로 “그게 원칙을 어겼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송영길 대표 경선 연기를 결정할 상당한 사유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대표와 최고위원에 있다고 언급한데 대해 “당헌·당규를 해석할 권한은 특정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반발했다.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의원은 현재 일정대로라면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경선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참여 경선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 지난 대선 당시 일반 국민 130만명이 경선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휴가철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어려움이 있으니 일정을 연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지난 당대표 경선 당시 17개 시도에 유세를 하러 다녔지만 당과 관련된 사람은 30명만 현장에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장소의 제한 때문에 유튜브로 경선을 치러보자고 했는데, 유튜브 접속자 수는 200명도 채 안 됐다. 이런 식으로 대선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당헌·당규를 바꾼 것이 지난 재보궐 선거 패배의 원인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도 재보궐 당시 당규를 고쳐 경선 방식 등을 바꿔가며 성공했다”며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이 합리적인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칫 지난 전당대회 때처럼 30명 당원만 모아놓고 소리지르다가 끝나는 졸속 경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송 대표의 의중은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180일 전에 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다.

이낙연·정세균계 의원 60여명은 지난 19일 대선 경선 연기가 필요하다며 의원총회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민주당 지도부에 제출한 바도 있다.

정세균 전 총리 지난 1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잡히면 비대면으로만 경선을 하는 것보다, 제대로 경선을 하는 것이 국민들의 알권리도 충족시키고 또 경선 흥행도 가능할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은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총리는 경선 시기를 정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무위원회 결의로 조정할 수 있다”며 송 대표와 이견을 보였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 지도부가 대선 경선 일정이나 대선 전략을 “잘 짜달라”며 공을 지도부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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