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3.6%p 높은 인상률…경영계 "소상공인 능력 초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새벽 제9차 전원회의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새벽 제9차 전원회의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서정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을 5.1%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는 이날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의결했다. 

이에 경영계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조치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명백히 초월했다"면서 "이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 투쟁을 거듭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이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용자위원들은 한계·영세기업의 생존과 취약계층의 고용안정,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을 호소하며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현실을 외면한 공익위원들의 인상안에 대해 충격과 무력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 5.1% 인상된 9160원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제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 환경은 악화되고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달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5.1% 인상하는 것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나아가 실업난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용춘 전경련 최저임금담당 부서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5.1%의 수치는 전례없는 높은 수치"라며 "이 같은 인상 정책을 시행 할 시 경제 체력이 감당 할 수 없는 결과에 더해 자영업자들은 고영여력이 상실될 것이며 이는 청년실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높은 금액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전망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인상률로 보면 역대 최저 수준인 올해 1.5%보다 3.6%포인트 높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였지만, 지난해 2.9%로 꺾인 데 이어 올해는 1.5%로 떨어졌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생존 자체를 목표로 버티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반면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끌어올린 것은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임에도 백신 접종 등으로 경기 회복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7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1.0%p 오른 4.0%로 제시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3%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과 고용 지표 개선세에 따른 결정이다.

국내 취업자 수는 올해 4∼5월 연속으로 작년 동기보다 60만명 넘게 증가했다. 5월 기준 취업자 수는 2731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2월 수준(2751만명)을 거의 회복했다. 고용 지표의 개선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일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그만큼 덜어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줬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근로자도 상당한 어려움을 당했다"며 "이런 상황을 낮은 임금으로 계속 끌고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은 수준으로 묶어둘 경우 노동자 간 임금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그간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는 벗어났지만, 2018∼2019년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대폭 인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임금 지급 능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제한적인 인상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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