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헌 필요성 공감하나 방역‧민생에 집중할 때”
이낙연 “토지공개념 명시해야…‘토지독점규제 3법’ 발의”
정세균 “4년 중임제와 국가균형 발전 개헌”
추미애 "토지공개념 3법 부활시켜 양극화‧불평등 해소"
윤석열, 5.18 묘역 참배 후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강조
최재형 “현행 헌법에 명시된 권한대로 운영하는 게 먼저”
김동연 “승자독식 깨려면 5년 단임제 바꿔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73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73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아 지난 17일 여야 대권주자들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것을 밝히면서 그중 일부는 세부 개헌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권 주자들은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장한 반면, 야권 주자들은 대체적으로 개헌 논의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가운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만이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을 주장했다.

與, 이재명 외 후보들 토지공개념, 4년중임제, 지방분권 등 제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17일 SNS에서 “87년 6월 민주항쟁 이전까지 독재자들은 정권유지를 목적으로 수차례 헌법을 바꿨고, 34년 전 만든 현행 헌법은 시대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며칠 후면 3주기를 맞는 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님은 경제와 복지, 노동과 평화,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87년 체제를 넘어 ‘7공화국’으로 가자는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했다”면서 “저 역시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민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강화 등 헌법 개정 필요성에 크게 공감됐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6·15기념 민주평화광장 한반도평화본부 특별좌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문제가 된 환경 문제, 토지공개념 강화 등을 포함해 근본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이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금 현재 우리 국민들의 민생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특히 방역 문제가 아직도 종결되지 않은 만큼 지금은 방역과 민생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내 삶을 지켜주는 개헌, 추진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시대정신이던 대통령 직선제 등 정치적 민주주의를 담았다”면서 “(34년이 흐른 지금) 시대 변화와 국민의 새로운 요구를 구현하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이루자”며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게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토지공개념 3법'을 '토지독점규제 3법'으로 바꿔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토지독점규제 3법은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이다. 위헌 판결이 났던 택지소유상한법을 되살려 서울과 광역시에서 1인당 택지 소유 가능 면적을 400평(약 1320㎡) 미만으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기호순),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 <사진=연합뉴스>
▲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기호순),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전 총리는 17일 SNS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73년 동안 우린 헌법을 여섯 번 개정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헌법의 본령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권력분점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정립하고 혁신 세상을 아우르는 열린 가치를 심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제7공화국의 기틀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개헌론을 띄웠던 정 전 총리는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가균형 발전을 기초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나아가 대통령 임기 1년 단축을 국민께 약속드리고 차기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치르자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한 대한민국의 시작은 개헌이다. 개헌 없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약속은 모두 공허한 국민 기만이다”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3월 SNS에 “헌법 속에 잠들어 있는 토지공개념에 숨을 불어넣을 3법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90년대에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법, 2000년대에 종합부동산세법 등이 도입됐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기되거나 크게 후퇴됐다"며 "이로써 우리 경제는 부동산 투기의 광풍에 무방비로 노출돼 극단적 양극화와 자산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4일 광주시의회에서 비전발표회를 열어 "광주·전남을 국가균형발전의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는 개헌을 추진하고 '헌법재판소'를 광주에 유치해 헌법중심도시 광주로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17일 ‘제헌절에 서울공화국 해체를 다짐합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리며 “선진국 대한민국을 가로막는 근본 모순, 최대 불공정은 '서울 올인, 지방 차별'”이라고 짚었다. 이어 “저를 제외한 모든 경선후보는 아파트, 철도, 기업, 대학, 이 세상 모든 좋은 것은 서울로 몰아주자고 한다”며 “3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를 죽일 것이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추진하는 이유도 서울공화국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생각이 없고, 대한민국의 기득권자들, 민주당 경선후보들 조차 모두 서울에 집과 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서울 사람만 잘 사는 '서울공화국'을 이제 해체해야 한다”며 “자치분권을 신념으로 정치를 해온 저 김두관은 아무리 힘들어도, 저 혼자서라도 서울공화국 해체를 외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들며 수도권 집중문제 해결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17일 SNS를 통해 “박용진이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은 ‘행복국가’”라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해서,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 보장’의 나라를 만들고 싶디”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제10조에 담긴 ‘행복추구권’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3일 “한 사람에게 모든 짐과 권한이 주어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는 것이 맞다”며 “대한민국 정체 체제에 변화와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野, 윤석열‧최재형 헌법 내 권한 보장…홍준표 “개헌 논의는 정권 초기에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7일 제헌절을 맞아 광주를 방문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SNS를 통해 “헌법정신과 5.18정신은 맞닿아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항쟁이 바로 5.18 민주화운동이다”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헌법정신을 이어가면서 개헌보다는 헌법 틀 안에서의 권한 보장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나 “청와대의 우월적 독점으로 인한 국정 난맥상이 심각하다.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심지어 행정관들이 내각을 지휘하고 있다”면서도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 결정권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청와대 권한을 옮길 수 있다는 교수님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메시지를 내 “흔히들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극한적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헌법에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어 “헌법은 대통령과 헌법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다.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5일 대구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국민이 4년 더 하라 하면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4년 중임제로 바꿔야 올바른 나라 발전을 이끌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개헌 이야기를 하는 건 전혀 맞지 않다. 내각제 운운하는 건 재집권에 자신 없을 때 임기 말에 하는 이야기다. 개헌을 한다면, 꼭 해야 한다면, 정권 초기에 개헌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16일 SNS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정수는 '민주공화국'이라고 생각한다”며 “1919년 상해임시정부가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헌장의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었다. 이는 1948년 제헌헌법의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승계됐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오늘날 민주와 공화의 헌법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은 아직도 요원하다”며 “보수와 진보 어느 쪽도 헌법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정치 영역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정치의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것”이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5년마다 집권하는 승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현행 정치구도에선 정쟁과 파국이 불가피하고 국가의 장기 비전을 세울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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