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조성우 인턴기자] 범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헌절인 지난 17일 각각 광주와 부산을 찾으며 밑바닥 민심을 챙기는 밀착 행보를 보였다. 정권과 대척점을 이뤘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독자 행보를 보여주는 윤 전 총장과 빠르게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의 행보는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윤석열 ‘여권 심장부’ 광주 민심 잡기…“‘국민 합의’ 전제로 헌법 전문에 5·18 정신 삽입 동의”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진보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를 찾아 외연 확장에 나섰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지방 행보로 광주를 선택하며 이날 오전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오래전 광주에 근무하던 시절 우리 민주화 열사들을 찾아가 참배한 이후 정말 오랜만에 왔다. 저는 오늘 내려오면서 광주의 한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으로 승화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해서 목이 메여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참배를 하면서 보니 저 스스로도 아직도 이 한을 극복하자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며 “그러나 피를 흘린 선열들의 죽음을 아깝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국민 모두와 후대를 위해서라도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이 고도산업화와 풍요한 경제성장의 기지가 됐으며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당초 5·18 희생자 유족회와 만나기로 했으나 유족회 측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되면서 5·18 민주묘지 추모탑 근처에서 ‘민중항쟁 구속자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족과 희생자들이 얼마나 그 트라우마와 고통서 힘들었을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런 숭고한 뜻과 희생을 좀 더 승화시켜서 보편적 가치와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는 밑바탕으로 삼아야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또 여기 막상 와보니 정말 미래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슬픔과 한이 더 커지는 거 같다”며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민중항쟁 구속자회의 한 관계자는 “5·18에 대해 진보든 보수든 하나도 해결해준 바가 없다. 5·18에 관련된 사람들이 마치 정부에서 큰 혜택이라도 받는 것처럼 허구를 날조하고 있다. 앞으로 혹시나 입지를 하게 된다면 5·18 정신이 세계사적인 광주항쟁이었다고 인식해주길 바라며 헌법 전문에 꼭 5·18 정신 넣어달라는 부탁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에서 첫 광주 일정인데 민심을 어떻게 읽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시민들께서 많이 환영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고 감동하였다”고 답하며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넣자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후에는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원 6명을 만나 차담을 가졌다. 오월어머니회 추혜성 씨(63)는 지난해 2월 광주 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았던 일을 언급하며 “그때 오월에 관한 생각을 들으려고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우리를 만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셨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당시 오월어머니회는 지방검찰청을 순회 중인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오월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피켓을 들고 견해를 물었지만, 윤 총장은 이에 답변하지 않고 승용차에 오른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그간 정치적으로 비칠까 봐 뵙질 못했다”며 “자유와 인권 등을 얘기하면 현 정부와 문제가 있을까 봐 공직에 있을 때는 자제했다. 어머니들의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추 씨는 “기대에 어긋나서 상처 됐다. 오늘 옛 전남도청 복원을 기다리는 농성이 1775일째다. 오월 정신을 절절히 느끼고 계시니 앞으로 행보가 과연 진실한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방명록을 봤다.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왜곡을 막을 수 있다. 또 책임자가 밝혀져야 화해와 용서를 할 수 있다. 오월에 대한 역사를 정리해주고 헌법 전문에 수록을 부탁드린다.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이날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방명록에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시민들과 만나려던 일정은 안전사고 우려로 취소됐다. 시민단체 대학생진보연합이 윤 전 총장의 민주묘지 도착에 앞서 ‘윤석열 광주방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지지자들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0여 명과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육두문자를 쓰거나 피켓을 뺏으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최재형 ‘겸손 데뷔’…부산 민심 잡기 본격 행보

같은 날 야권의 또 다른 유력 대권 주자로 평가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국민의힘 입당 후 첫 현장 방문을 하며 윤 전 총장과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7일 오전 부인 이소연 씨와 함께 부산 해운대구를 찾아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했다. 

이날 활동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국민의힘 해운대구을 당원협의회가 마련한 환경미화 봉사활동으로 언론에 알리지 않은 깜짝 행보였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을 “국민의힘 신입 당원이다”고 소개히며 “최근 부산시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박형준 시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같은 당 소속의 지자체장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이렇듯 입당 후 첫 행보로 현장 봉사활동을 택해 빗속에서 당원들과 쓰레기를 주운 것은 평당원으로서 ‘겸손한 데뷔’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에선 단순한 ‘겸손 데뷔’가 아니라는 관측도 나왔다. 대권 경쟁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처가 리스크’로 인해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 전 원장은 아내와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이 일종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공교롭게도 같은 날 윤 전 총장이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을 노린 반면 최 전 원장은 부산을 찾아 영남 민심을 챙기려 해 비슷한 듯하면서도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한편 최 전 원장은 18일 여의도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계파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며 “출신과 관계없이 유능한 분들을 모셔 미래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캠프명은 ‘최재형의 열린 캠프’로 정하고 ‘스몰·스마트·서번트'(small·smart·servant)의 3S를 모토로 삼겠다고 밝혔다.

캠프 공보팀장에는 김기철 전 청와대 행정관(이명박 정부), 메시지 팀장에는 김준성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서 부실장(안철수 공동대표실)이 임명됐다. 캠프 공보팀은 “기타 지지 지원 의사를 밝힌 전·현직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에 대해서는 추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