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쟁’ 정치권에 이어 언론도 2차전
한동훈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 수사 의도”
野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이게 국정농단”
MBC “무죄지만 취재 윤리는 위반했다”
보수 언론 “‘제보자 X’ 신뢰성 없어”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관련된 검언유착 사건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연합뉴스>
▲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관련된 검언유착 사건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조성우 인턴기자] 작년 ‘검언유착’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야권은 여권 세력이 무리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이 관계돼 있어 여야 공방은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당시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MBC와 유착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이 전 기자를 경찰에 고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보수 언론은 일제히 이들의 입장에 반박하는 보도를 냈다. 이에 답하듯 MBC는 “이 전 기자에게 무죄가 선고됐지만 취재 윤리는 위반했다”는 보도를 하며 언론끼리의 ‘2차전’이 시작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수 부장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취재에 가담해 공범으로 기소된 백모 기자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써 당시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혹을 받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받은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바 있다. 

‘검언유착’ 사건은 앞서 이 전 기자가 지난해 3월 신라젠 의혹으로 한동훈 검사장과 친분을 거론하며 금융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취재를 하던 과정에서 촉발됐다. 이 전 기자는 검찰수사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압박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비위에 관련한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 한 의혹으로 고발됐었다. 

이번 ‘검언유착’ 사건은 작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채널A 사건 관련수사 방해’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는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야권에선 이른바 ‘윤석열 때리기’를 위해 여권이 무리하게 판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렇듯 검찰과 여권에 이어 언론도 ‘2차전’을 벌이는 숨은 이유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건에 관련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건이 무죄로 끝난다면 윤 전 총장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받은 징계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징계가 취소된다면 작년부터 이어졌던 여권과 윤 전 총장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윤 전 총장이 명분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 이동재 전 기자가 공판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6일 이동재 전 기자가 공판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재 입장문 “무리한 수사…정언유착도 수사해달라” 한동훈 “거짓선동 책임 묻겠다” 

사건 당사자인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 16일 선고 공판 직후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 아래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젊은 기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압수수색, 검찰과 연결고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한 폭력 수사, 법리와 증거를 도외시한 구속 수사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이 밝혀진 만큼 어떠한 정치적 배경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없었는지, 제보자·MBC·정치인 사이 '정언유착'이 없었는지 동일한 강도로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이 전 기자는 “법리적으로 판단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짧게 입장을 나타냈다. 

사건에 연루됐던 한동훈 검사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이 사회에 정의와 상식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로써 잘못이 바로잡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이는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면서 “추미애, 최강욱, 황희석, MBC, 소위 ‘제보자X’, 한상혁, 민언련, 유시민, 일부 KBS 관계자들, 이성윤, 이정현, 신성식 등 일부 검사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초유의 독직 폭행과 폐쇄회로 화면(CCTV) 감시를 당하면서까지 무리한 두 번의 압수수색에 법에 따라 응했다”며 “며칠 전 사법부의 무죄판결이 나왔다. 추미애 씨가 고른 수사팀이 9차례 무혐의 결재를 올리는 등 ‘검언유착 프레임’이 허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또 한 검사장은 “추미애 씨가 고른 수사팀이 9차례 무혐의 결재를 올리는 등 ‘검언유착’ 프레임이 허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칠 뿐 아니라 이성윤(당시 서울중앙지검장)팀이 결정적 증거라고 내세운 부산 녹취록이 오히려 제가 무고하다는 증거라는 점이 오래전에 드러났다”고 말하며 당시 수사를 지적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공판도 검언유착스럽다며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공판도 검언유착스럽다며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공판진행도 검언유착스러워” VS 이준석 “추미애, 어떻게 A/S할 거냐”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무죄가 선고됐지만 여야 정치 공방은 확장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서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은 수사 방해도 공판진행도 검언유착스러웠다”며 “이 사건과 관련한 거악인 내부조력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찰총장의 집요한 감찰과 수사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널A 측이 진행한 진상조사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이 증거를 동의하지 않고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자인 채널A 측이 법정 출석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중요 증거가 전문증거로 취급되도록 해 공소사실 증명에 쓰이지 못했다”며 “그야말로 완벽한 검언의 재판방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무리한 수사가 판을 키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총선을 2주 앞두고 여당과 일부 언론은 소위 ‘검언유착’ 논리를 가동해 본인들이 총선의 대전략 중 하나로 삼았던 검찰개혁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판을 키운 여권의 정치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여당의 정략적 호들갑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이제 추 전 장관과 범여권 인사들은 어떻게 국민들에게 애프터서비스를 하실 건가”라고 반문하며 여권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김도읍 정책위원장은 “이 사건은 현 정권 인사, 친정권 방송 등이 합작해 정권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윤 전 총장과 한 검사장을 찍어내기 위해 만들어 낸 잘 짜인 시나리오다”며 “MBC는 사기꾼과 짜고 몰래카메라까지 찍고 민언련은 보도 1주일 만에 (이 전기자를) 고발했다”며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키운 언론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정미경 최고위원도 언론 비판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민언련은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을 고발한 단체다. 언론 감시 운동한다면서 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한다”며 “권력의 도구 됐으니 민언련은 해체하고 편향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방송심의를 규제할 사람들을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언련이 문재인 정권과 어떤 협력을 하고 MBC와는 어떤 공모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런 게 국정농단이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번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보도했던 언론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한동훈 검사장은 이번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보도했던 언론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MBC “취재 윤리 위반했다” 보수 언론은 “제보자X 신뢰성 없다”…언론 2차전 

MBC는 지난 16일 이 전 기자의 무죄 선고를 보도하면서도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갔다. 이날 MBC는 보도를 통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일부 드러난 취재 행위에만 법적 판단이 내려졌을 뿐, 의혹 전반의 진위 여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기자와의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압수된 지 1년도 넘은 자신의 휴대전화 잠금을 푸는데, 한 검사장이 '방어권'을 내세워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며 “재판부가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고 취재 윤리를 위반한 건 명백하다’고 했다”며 이 전 기자의 혐의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MBC 장인수 기자는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증거가 명백한데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며 한 검사장이 사건과 관련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어 수사에 허점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언련도 지난 16일 성명을 발표해 “사법처벌 피한 검언유착 사건, ‘면죄’로 착각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검언유착 사건의 주요 혐의인 ‘강요미수’가 사법처벌로 이어지지 못한 판결은 매우 아쉽지만, 재판부가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명백하게 지적하고 판결 자체가 이동재 전 기자 등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런데 법원도 강력하게 질타한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이 무죄선고를 빌미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양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적반하장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보수 언론은 MBC와 민언련의 입장에 반발하는 보도를 냈다. 중앙일보는 19일 사설을 통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쳤지만 이 전 기자 등의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한동훈 검사장과의 ‘검언 유착’ 의혹도 사실무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들을 고발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되돌아온 질문에 답할 차례다. MBC는 끊임없이 제기돼 온 채널A 보도와 관련한 의문에 대답해야 한다. 이 전 기자는 ‘제보자X의 함정에 당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만나는 현장을 MBC가 불법적으로 몰래 촬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제보자 X’를 통해 보도한 행태를 비판했다. 취재원의 제보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전 기자는 작년 2~3월 사이 ‘검찰 추가 수사’를 거론하며 수감 중인 이철씨를 협박해 여권 인사 비리 자료를 받으려 한 혐의(강요 미수)를 받았다. 여기서 제보자 지씨는 이철씨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이 전 기자를 수차례 접촉했던 인물이다. 사기·횡령 전과 5범으로 ‘제보자X’로 불렸던 지씨는 이 전 기자와의 접촉을 미리 MBC에 알렸고 MBC는 그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찍어두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19일 윤 전 총장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첫 공식 재판에서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혐의’에 관해서도 다뤄졌다. 증인으로 나온 심재철 검사장은 “윤 전 총장이 당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는지 보면, 총장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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