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재할땐 명확한 규정 필요…금감원, 잘못된 법리 적용”
징계 금융사들 행소 잇따를듯…금감원 "판결 존중…항소 방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에서 문책경고 등 중징계하자 이에 대해 취소를 요구하며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해 원금 손실이 발생하자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으며, 경영진이 내부 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손 회장은 금감원의 징계에 대해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금융사고에 따른 경영진 제재 근거로 삼을 수 없으며, 최고경영자(CEO)가 DLF 상품 판매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았기에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부는 "금융사가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는 형식적·외형적인 면은 물론 그 통제기능의 핵심 사항이 포함됐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재 사유 5건 중 4건은 무효이며,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1가지 사유 한도에서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분(징계) 사유 5가지 중 4가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형식적으로는 내부 통제를 위한 상품 선정 절차인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위원회 위원 9명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는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제재하려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손 회장은 기존 임기인 2023년 3월까지 지주 회장직 수행과 연임 가능성도 열리게 돼 주목된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제재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판결문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는 “향후 항소 및 상고 가능성이 있어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선례가 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이 그동안 금감원이 무리하게 지배구조법을 적용해 제재했다고 주장해 오면서 이번 판결에 따라 잇달아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법원이 최종적으로 손 회장 등 CEO들의 입장을 들어줄 경우,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은 결국 금감원의 부실 감독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편, 이날 판결로 금융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 금융위의 규제완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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