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평위 B위원 사퇴 선언 “제휴평가위가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존재”
언론을 클릭저널리즘으로 전락시킨 네이버 등 뉴스포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네이버 뉴스포털의 뉴스스탠드(가판대)에  종합경제지 섹션에 고작 79개 언론사만 나열돼 있다.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은 차별하지 않고 모든 언론사에 검색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네이버 뉴스포털의 뉴스스탠드(가판대)에  종합경제지 섹션에 고작 79개 언론사만 나열돼 있다.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은 차별하지 않고 모든 언론사에 검색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스는 9월 1일 자 뉴스에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연합뉴스의 요청을 수용해 '32일 포털 송출 중단' 제재에 대한 재심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제재를 받은 언론사가 요청한 재심의 요청을 제평위가 받아들인 것은 2015년 출범하고 처음 있는 결정이다. 

미디어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제평위 위원 중 종합일간지 소속 A 위원이 재심의 안건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평위 B 위원은 재심의 결정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제평위의 재심 결정에 반발한 제평위 B 위원은 제휴평가위원들에게 “제휴평가위가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존재여서는 안 된다”며 “작동하지 않는 자율기구에서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6일 제평위로부터 기사형 광고를 수천 건 포털에 송출했다며 '32일 포털 노출 중단·재평가' 제재를 받았다. 그러자 연합뉴스는 “공영 언론이자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서 막중한 공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연합뉴스에서는 매우 적절치 않은 행태였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지난달 30일 제평위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2015년 10월부터 공동으로 구성 운영하는 위원회로 네이버·다음의 뉴스포털과 제휴를 원하는 언론사를 심사해 제휴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기존 제휴 언론사의 광고성 기사와 선정적 기사를 찾아내 벌점을 매기고 송출 중단, 계약 해지 등 제재를 결정하고 있다. 

제평위는 외관상으로 언론 유관단체 및 이용자 단체, 학계 및 전문가 단체 등 15개 단체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파견한 사무국 직원들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평위는 지난 2월 26일 '뉴스제휴평가위원회 5년간의 공과(功過)'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전 현직 위원들조차 전문성 부족, 불투명성, 포털의 절대적 영향력 등의 문제점을 일제히 지적했다. 

더팩트의 2월 26일 자 보도를 보면, 패널로 참석한 이선민(4기·5기 제평위원) 박사는 "제평위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느꼈다, 제평위가 포털로 향해야 할 비판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보도에서 이희정(1기 제평위원) 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 실장은 "지난 5년간 가장 아쉬운 부분은 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라며 "포털이 밀실에서 좌지우지한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며 "그런 걸 보면 포털의 힘이 큰 반면 언론사가 얼마나 무력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런 논의에서 빠져있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포털이 나와서 같이 의논을 해줘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같은 보도에서 이근영(2기·3기 제평위 위원장) 프레시안 경영대표는 "제평위에서 하는 일은 입점, 제재 등 두 가지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기사가 나오고 이를 또 얼마나 재생산하는가 라며 언론 생태계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논의할 수 있는 별도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포럼의 발제를 맡은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검색 제휴 입점 심사는 폐지하고 개방형 입점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 임원은 “중소 인터넷 언론사에는 저승사자와 같이 갑질을 서슴지 않던 제평위가 연합뉴스의 재심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것은 사실상 네이버·카카오 측에서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척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평위가 출범한 지 6년이 됐지만, 제재를 받은 언론사가 청구한 재심을 받아들인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은 네이버 등 거대 뉴스포털의 문제점을 공론화시켜왔고, 올해 들어서 강력한 언론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3선, 경기 화성시을)은 지난해 11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다음 양대 포털 사이트가 “편집을 하는 언론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언론개혁의 과제로 뉴스포털도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7월 22일 폴리뉴스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 등 포털 시장의 ‘언론 장악’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사례”라며 “전 국민이 동일한 시간대 동일한 신문을 받아보는 건, 북한의 노동 신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 언론의 독과점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언론을 왜곡시키는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미디어오늘 8월 12일 보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개혁 첫 단추이고 다음은 포털개혁”이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환경, 생태계 개선을 위한 첫발이고 다음은 포털사이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최형두 의원은 지난해부터 지역 언론을 살리는 대책으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로 편중된 온라인 뉴스 독점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7월 2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너무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고 언론 분야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미디어 환경 개선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각 언론사가 기자들을 고용해서 열심히 취재한 내용을 다음·네이버가 마음대로 기사를 편집해 네이버·다음 신문을 만드는 행위는 언론 환경에 좋지 않다고 본다”며 포털의 뉴스 편집 기능을 없애는 신문법 개정 속도전을 예고했다.

역사 속에 영원한 것은 없다. 20년간 대한민국 언론을 지배하면서 언론을 클릭저널리즘으로 전락시킨 네이버 등 거대 뉴스포털이 저항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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