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제10장 99조 역선택 방지 조항, 경선룰 반영 관건... 후보들 이해관계 첨예 대치
찬성, 윤석열, 최재형, 원희룡.. 친문 지지층 역선택 우려 ‘정권교체에 도움돼야“
반대,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민심 확장성 고려해야”
이준석 "역선택 방지 조항 배제 최고위 추인... 그러나 선관위 수정 권한 있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경선룰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느냐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역선택'이란 특정 정당이나 대선주자를 지지하지 않는 일반 유권자들이 그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외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역선택 방지'를 위해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방지조항을 당헌에 규정해놓았다. 국민의힘 당헌 제10장 보칙 제99조 여론조사 특례 1항에는 '당이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외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지지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역선택 방지 조항'이다. 

이 '역선택 방지 조항'인 99조 1항을 이번 대선경선룰에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대선주자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며 갈등이 폭발되었다. 

앞서 경준위는 9월15일 1차 컷오프에서 여론조사 100%로 8명을 선출하고, 10월8일 2차 컷오프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로 4명을 선출키로 했다. 이어 11월9일 선출되는 최종 후보는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경선룰에 포함시키면 여론조사 대상이 '국민의힘 당원 또는 지지층'으로 한정되는 것이다. 여론조사 비중이 1차 100%, 2차 70%, 본경선 50%인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일반 국민대상의 선거인단 여론조사 설문대상을 누구로 하느냐는 대선주자들의 사활이 걸린 '뇌관' 이다. 

당헌 99조 1항 역선택 방지 조항, 윤석열·최재형ㆍ원희룡 '찬성'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언뜻 보면 중도층과 대중지지율이 높고 입당파로 당원 조직기반이 취약한 윤석열, 최재형 후보가 역선택 방지조항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상은 반대다. '反윤석열 성향'이 강한 민주당 지지층, 특히 '친문 강경파'가 윤 후보를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상과달리,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입당파인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역선택을 차단해야 한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당원 지지층이 강한 당내 주자들인 홍준표‧유승민‧하태경 후보는 오히려 여권 지지층들의 관여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 '중도층 확장성이 필요하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필요성'을 주장한 이후 발언은 삼가한 채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2일 CBS라디오에서 “결론적으로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 분들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선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 장제원 총괄실장 장제원 의원은 지난 1일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후보자 대리인 의견수렴자리 참석 후 기자들에게 "최근 나온 다양한 여론조사를 보면 역선택 방지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증명됐다"며 "예를 들어 국민의힘 후보간 대결에서는 두자릿수 이상 지지를 받는 분이 양자대결로 가거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들어간 다자대결로 가면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공표된 여론조사만 봐도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과정에 개입한다"며 "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우리 지지자들의 열망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형 후보 측도 같은 입장이다. 최재형 캠프 전략총괄본부장인 박대출 의원은 이날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역선택을 막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높이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설명드렸다"며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심하게 말해 경선조작까지 의심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역선택은 이제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테면 대깨문(문재인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하는 상황"이라며 "오늘 당 선관위에 여러 데이터들을 가지고 설명드렸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한길리서치에서 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여론조사기관에서도 '역선택 문제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유승민·하태경 '역선택 방지 반대'

홍준표 “역선택 아니라 확장성” 하태경 “타당 지지자까지 모아야 강한 후보”

2일 홍준표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역선택을 내세워 반쪽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는 시도는 어떤 형태로도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고, 하태경 후보는 '다른 당 지지자들 표까지 모아낼 수 있는 후보가 강한 후보다'라며 확장성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 2일 홍준표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역선택을 내세워 반쪽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는 시도는 어떤 형태로도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고, 하태경 후보는 "다른 당 지지자들 표까지 모아낼 수 있는 후보가 강한 후보다"라며 확장성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2일 홍준표 후보는 '역선택'이라는 용어 대신 ‘교차투표’라는 용어를 썼다. 홍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때 민주당 지지층이 오세훈후보에게 21.7% 나경원후보에게 8.7% 지지를 보냈는데 본선에 가서 오 후보가 우리당 지지율을 훌쩍 넘겨 득표율 57.5%로 압승했다"며 "이는 역선택이라고 하지 않고 확장성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홍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역선택을 내세워 반쪽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는 시도는 어떤 형태로도 배격해야 한다"며 정 위원장을 압박했다.

같은 날 하태경 후보도 "공직선거법상 대선 본선 투표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다"며 "다른 당 지지자들 표까지 모아낼 수 있는 후보가 강한 후보다"라며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어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 청취결과) 후보 12명 가운데 단 3명만 '역선택 방지 조항'을 고집하고 있다"며 "선관위와 각 캠프는 더이상 소모적인 논란으로 평지풍파 일으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승민 “경준위‧최고위서 확정한 룰 고치려면 선관위원장 사퇴하라” 

유승민 후보는 경선룰을 정하는 데 있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으려는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승민 사람’으로 알려졌던 이준석 대표는 이번 과정에서 유승민 후보에 '경고'까지 주며 둘은 얼굴을 붉히고 있다. 이 대표가 '역선택 방지 조항' 경선 도입  재검토를 밝힌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 31일 기자회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 유승민 후보는 지난 31일 기자회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유 후보는 지난 31일 국회 긴급기자회견에서 정홍원 위원장에게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 위원장은) 경선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이미 확정한 경선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고 한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180석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던 우리 당은 겨우 122석을 얻고 기호 1번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패배의 이유는 단 하나, 청와대의 지시대로 공천 전횡을 일삼던 이한구 공관위원장 때문이었다"라며 "정 위원장은 제2의 이한구가 되려고 하십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의 평가가 시작되니까 지금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후보에게 정권교체와 당의 운명까지 걸고 같이 추락하자는 것입니까"라며 "선관위가 특정 후보를 위한 불공정한 룰을 만들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홍원 "역선택 방지, 아직 확정된 것 없다"

이준석 “경준위안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배제 추인했다... 그러나 선관위에 수정 권한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결론을 신속하게 내서 논란이 장기간 지속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결론을 신속하게 내서 논란이 장기간 지속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역선택 방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정홍원 위원장 발언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역선택 방지 배제'를 결정한 경준위안을 무효로 돌리며 "경준위안은 하나의 안이다. 경준위 안을 전부 다시 재검토 하겠다. 가감하기도 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비판이 계속되자 정 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관위 회의에서 다시한번 입장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안도 성안이 된 것이 없고 확정된 게 없다"며 "경준위에서 만들어 놓았다는데, 경준위는 자료 수집을 하는 역할이지 그 안이 확정안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가 최종 확정을 하거나, 최고위에서 의결을 거쳐야만이 확정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배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정 위원장 발언과 달리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배제를 추인했다. 이 대표는 "서병수 (전) 경준위원장은 활동 종료 보고를 통해 3차례에 걸친 경선, 여론조사·당원투표 비율을 포함한 경선 계획안을 보고했고 최고위는 해당 안을 추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 추인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역선택 도입여부에 대한 서병수 경준위원장과의 질의 응답도 거쳤다"고 추가 설명도 했다. 서병수 전 경준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배제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선관위는 경선준비위원회의 안을 수정하고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추가적인 논쟁을 막기 위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경준위의 경선 계획안은 최고위의 추인을 받았지만, 선관위 논의는 이와 별도의 절차인 만큼 이 안이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홍원 선거관리위원회를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결론을 신속하게 내서 논란이 장기간 지속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배제는 최고위원회의 추인을 받았지만, 대선주자들의 갈등은 좀처럼 수면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역선택 반대파 대선주자들의 '불공정성' 반발은 계속될 것이고 '선관위 수정권한'이 있다며 '선관위에 최종 공'을 넘긴 상황이어서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이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여부에 달려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실제 대선후보 여론조사 실시 과정에서 '역선택'이 방지될 수 있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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