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확산하는 '고발사주' 의혹…대검 진상조사 박차

2021.09.06 17:51:36

고발장 살펴보니…20페이지·피고발인 13명·140여개 휴대전화 이미지
파일마다 '손준성 보냄' 표시…손준성 "고발장 송부 의혹 사실 아냐"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검사가 야당에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기재된 고발장을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대선 정국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이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 연합뉴스가 입수해 확인한 문제의 고발장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범죄사실, 고발이유, 결론, 증거자료, 별지 등 총 20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앞서 알려진 대로 고발인은 공란이고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돼 있다.

피고발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뉴스타파 기자와 PD, MBC 기자 5명, 성명불상자 1명 등 총 13명이다.

고발장은 페이지별로 촬영된 이미지 형태로,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140여 개의 휴대전화 갈무리 이미지들 속에 포함돼 있다.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고발장을 포함한 이미지 파일들은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직접 받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지들 속에는 고발장 외에도 MBC에 검언유착 의혹을 제보한 일명 '제보자X' 지모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화면과 지씨의 실명 판결문을 촬영한 이미지가 포함돼 있다. 전송된 이미지 묶음들마다 상단에는 '전달된 메시지 손 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

하지만 최초 전달자로 의심받는 손 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윤 전 총장 측은 조작설과 공작설을 제기하며 여권 등 외부 공세에 역공을 취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권이) 프레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니 국민들이 보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향후 이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발 사주' 의혹 보도 당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대검찰청은 감찰3과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손 검사가 사용했던 대검 사무실 컴퓨터들을 확보해 손 검사가 실제로 해당 고발장 작성 등에 관여했는지 관련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전송된 이미지 속에 검사나 판사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지씨의 실명 판결문이 포함된 것을 고려해 사건 당시 판결문 검색·열람 여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검 감찰부는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에 텔레그램 메시지와 이미지 파일 전송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손 검사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열람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 단계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울 경우 감찰이나 수사로 넘어가 압수수색 등을 통한 강제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 검사와 윤 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김 의원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 없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갈무리 이미지상에서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텔레그램으로 고발장과 이미지 파일들을 전송한 뒤 마지막으로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당시 위법성을 인식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고발장이 윤 전 총장과 가족, 측근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인데다,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핵심 측근이었다는 점이 윤 전 총장의 개입을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지적된다. 다만 고발장 등에 윤 전 총장이 직접 관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를 판단할 확실한 증거나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의혹 제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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