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녹취록 보도에 '윤석열' 적시, JTBC 단독과 달라 논란
'녹취파일 확보'가 아닌 '내용 확인'한 MBC, '윤석열' 적시
CBS "녹취록에 윤석열 대명사 없다" 단독보도로 MBC 반박
MBC 노조 "MBC, 불법·불공정 행위에 편승" 비판 성명

 MBC가 지난 6일 단독 보도한 '김웅-조성은' 녹취록 보도. 사진=mbc 캡처
▲  MBC가 지난 6일 단독 보도한 '김웅-조성은' 녹취록 보도. 사진=mbc 캡처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MBC가 6일 단독 보도한 '김웅-조성은' 녹취록 뉴스가 신뢰성과 공정성에 비판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MBC 녹취록 보도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급됐지만 SBS·JTBC 등 보도에서는 그런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CBS는 녹취록에 '윤석열 총장' 언급이 없었다는 단독보도로 MBC를 반박했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뉴스는 지난 6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풀 핵심 증거로 지목된 '김웅-조성은' 녹취록을 서로 단독 보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SBS와 MBC의 녹취록 보도 내용이 달랐다.

두 방송국 모두 '단독'임을 강조했지만 서로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MBC가 취재한 녹취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고발장 접수 방식을 놓고 은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당부했습니다. "찾아가야 되는데,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된다"고 한 겁니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SBS 8시 뉴스가 단독 보도한 '김웅-조성은' 녹취록 보도. 사진=sbs캡처
▲ 같은 날 SBS 8시 뉴스가 단독 보도한 '김웅-조성은' 녹취록 보도. 사진=sbs캡처

 

반면 SBS 8시뉴스는 <특히 김 의원이 자신이 고발을 하면 검찰이 시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 씨가 고발하는 것이 좋겠다, 대검에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고 이야기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고 돼 있다.

정리하자면 MBC는 직접 인용 따옴표(")로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된다"라고 했으며, SBS는 간접인용 기호(')로 '자신이 고발을 하면 검찰이 시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 씨가 고발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한 것이다.

JTBC는 SBS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도했다. JTBC도 '윤석열'이란 언급 없이 김웅 의원이 "대검에 접수하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 '녹취파일 확보'가 아닌 '내용 확인'한 MBC, 직접 인용으로 '윤석열' 언급

    CBS 단독 보도로 MBC 반박 "윤석열로 추정되는 대명사 없었다"

CBS가 7일 단독보도한 '윤석열 언급 없었다' 뉴스. 사진=CBS 캡처
▲ CBS가 7일 단독보도한 '윤석열 언급 없었다' 뉴스. 사진=CBS 캡처

 

즉 MBC만 녹취록에 대한 맥락을 다소 다르게 보도한 것이다. 또 MBC는 '녹취파일을 확보했다'가 아니라 '녹취파일 내용을 확인했다'로 보도했는데 '직접 인용'을 사용해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결국 7일 CBS 노컷뉴스는 이 녹음 파일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이나 윤 전 총장으로 추정될 만한 대명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CBS는 "검찰은 지난해 4월 3일 있었던 김웅 의원과 조성은씨 사이의 통화 녹취 파일 2건을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복구해 공수처에 넘겼고, 이 녹음 파일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이나 윤 전 총장으로 추정될 만한 대명사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와 유승민 계 국회의원 후보 김웅 의원 간 연결 고리가 없는 점에서 MBC가 자의적으로 '윤석열이 시킨 것'으로 넣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러 곳에서 제기됐다.

먼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는 MBC와 SBS의 녹취록 보도 화면 캡처를 함께 게재하며 대조했다. 

그는 지난 7일 "MBC가 '녹취파일을 확보했다'가 아니라 '녹취파일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것"이라며 "입회한 변호사나 당사자 등을 통해 확인한 걸 텐데, SBS가 확인한 내용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웅 의원의 '윤석열 총장' 말만으로 윤 전 총장의 연루 증거가 될 수 없지만 녹취파일을 육성으로 틀어서 확인해 달라"며 "이럴 줄 알았다. (포렌식에) 입회한 변호사나 당사자 등을 통해 확인한 걸 텐데 SBS가 확인한 내용과 다르다"며 MBC를 비판했다.

또한 뉴스버스 측이 공개하지 않았던 녹취록 원본(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법사위에서 공개한)에는 김웅 의원이 "윤 전 총장하고는 전혀 상관없다", "(고발장)그거 제가 만들었다"라고 말한 점과, SBS·JTBC가 밝힌 "내가 고발하면 검찰이 시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 씨가 고발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한 부분이 맥락상 연결된다는 점에서 MBC의 보도는 더욱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 공영방송 중립성 위기 MBC, 내부 기자들도 비판 성명 나와 "진실 추구 아닌, 불법 행위에 편승"

    네티즌들 "MBC가 MBC했을 뿐" "조작 방송국" "어쩐지 맥락상 뜬금 없었다" 비난 봇물

MBC 녹취록 보도에 비판과 분노를 표현하는 네티즌들. 사진=게시판 캡처
▲ MBC 녹취록 보도에 비판과 분노를 표현하는 네티즌들. 사진=게시판 캡처

 

이에 MBC 기자들로 이뤄진 노조(MBC 본부노조와는 다른 조직)는 지난 7일 '수사기관 언론플레이에 편승한 보도국은 각성하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MBC 노조는 "SBS나 한겨레, 혹은 경향신문의 유사한 보도를 보더라도 대검에서 포렌식 한 녹취 내용을 기자가 직접 듣거나 워딩까지 확인하지 못하였는데 유독 MBC만 '워딩'을 확인했다는 직접 인용부호를 넣어 단독 보도를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 내용을 재판 전에 유출하거나 언론에 공개하는 피의사실공표를 그토록 '검찰 적폐'라며 맹공해 왔던 MBC이지만 야당 후보와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는 대검 포렌식 기밀 녹취 내용을 직접 인용으로 보도하는 '특권'을 행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MBC 노조는 "직접 인용 보도했으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워딩을 구체적으로 듣거나 녹취를 들었던 것이고, 전문을 보도한 것이 아니니 특정인에게 불리한 내용만 편집한 내용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편향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기자로서 진실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불법 혹은 불공정한 행위에 편승한 것이 된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통해 취재한 것이라면 보도 내용의 왜곡과 와전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여러 커뮤니티 네티즌들은 "윤석열이란 단어가 들어갔으면, SBS가 안 썼겠느냐" "MBC가 MBC했을 뿐" "조작 방송국" "문비씨" "어쩐지 맥락상 뜬금없었다"라는 단어를 써가며 격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MBC 조작방송'이라는 제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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