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승리하는 후보와 참모가 갖춰야 할 덕목 ‘통찰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11.28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11.28  <사진=연합뉴스>

직장 초년병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화려한 파워포인트와 길고 긴 보고서이다. 화려한 파워포인트와 길고 긴 보고서에 대해 한마디로 촌평하자면 주객전도이다. 

길고 긴 보고서를 밤새 작성하면서 초년병들은 아주 상세하고 꼼꼼한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파워포인트를 밤새 만든 뒤에 스스로 뿌듯해 한다. 자신이 봐도 이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착각이다. 파워포인트에 사용되는 디자인과 시각적 효과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더 뚜렷하게 만드는 보조재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화려한 파워포인트는 오히려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게 만드는 커튼 역할을 한다. 

길고 긴 보고서는 읽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좋은 보고서는 간결하고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한 보고서이다. 보고서가 간결해야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쉽게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일수록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데,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읽어야 하는 보고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친절하고 꼼꼼하게 사소한 내용들까지 모두 보고서에 반영해도, 리더는 그 모든 내용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선거를 뛰는 후보는 흔히 경주마에 비유되곤 한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보는 바쁘다. 그러나 주변을 무시해선 안된다. 앞만 보고 달리면 주변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후보의 자질과 참모의 자질이다. 참모들은 후보가 이동하는 차량에서도 빨리 읽고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본질에는 현재 상황과 대응 방안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참모들이 아무리 훌륭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더라도, 후보가 보고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후보가 보고서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춰야만, 훌륭한 보고서와 후보의 시간과 체력만 빼앗는 보고서를 구분할 수 있다. 

세상에는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고, 열심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신입사원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을 때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달리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메시지를 접하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이순자씨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순자씨의 ‘대리 사과’는 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당 인사들은 즉각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런데 윤 후보의 메시지는 “거기에 대해선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이다. 이 메시지를 보고 정치 기자 입장에서 ‘황당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치 스캔들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는 연예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회피하는 모습이나, 검찰에 출두하는 피의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하는 장면이 연상되어서다. 

‘드릴 말씀이 없다’를 과연 대선 후보의 ‘메시지’로 볼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첫 번째 가정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참모들이 모두 신입사원인 경우이다. 신입사원들처럼 밤새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화려한 파워포인트와 길고 긴 보고서를 쓰고 뿌듯해 하는 참모들만 가득한 것이다. 

분명 캠프에서는 이순자 발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런데 보고서가 너무 길어서 윤 후보가 이동하는 차량안에서 모두 읽어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현장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이야기한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후보 입장에서는 앞이 캄캄할 것이다. 

두 번째 상황은 캠프에서는 완벽한 보고서를 올렸지만, 후보가 아예 보고서를 쳐다보지도 않았거나, 또는 보고서를 무시하는 상황이다. 

두 번째 상황은 국민의힘 지지자 입장에서 앞이 캄캄해진다.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참모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라는 것은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작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의 눈높이에서, 후보가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만 놓고 보면 후보와 참모 중 누구의 통찰력이 더 결여되어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다. 국민의당에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의당 앞에 또 다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통찰력 결핍이 후보와 캠프의 합작품이라면, 가시밭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우리는 신입사원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흔히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잘해라.’

잘 해라는 말. 과연 누구에게 해야 할까? 윤 후보에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참모에게 해야 하는 말일까? 아직까지는 아리송하다. 그러나 결론은 오래지 않아 나올 것이다. 100일만 기다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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