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인터뷰

(왼쪽부터) 김태은 지회장과 김미정 사무국장. <사진=고현솔 기자>
▲ (왼쪽부터) 김태은 지회장과 김미정 사무국장. <사진=고현솔 기자>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보험상품 개발·판매 분리)를 위해 신설한 법인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출범한 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회사와 설계사들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폴리뉴스>는 지난 14일 여의도 63빌딩 앞 천막농성장에서 전국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의 김태은 지회장과 김미정 사무국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들은 지난 1월 21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과정에서 회사의 일방적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 GA(자회사형 보험법인대리점)로의 강제 이동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노조를 결성, 수수료 정상화와 단체교섭 등을 요구하며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들은 노조를 결성해 수수료 정상화와 단체교섭 등을 요구하며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사진=고현솔 기자>
▲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들은 노조를 결성해 수수료 정상화와 단체교섭 등을 요구하며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사진=고현솔 기자>

 

◇ 보험업 100년이지만 설계사 처우 그대로… 의무는 노동자, 권리는 자영업자

김 지회장은 수수료와 설계사 복지 문제 등을 사측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 지회은 “설계사들은 휴게실이나 쉼터도 없다“며 “하루라도 쉬면 손해는 오롯이 설계사의 몫이다. 기본급 등 출근했을 때의 수당은 없으면서 출근을 강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보험업 100년 중 75년 동안 설계사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설계사들이 상품을 판매해서 회사가 운영되는 것인데, 모두가 설계사들을 무시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규직이 임금협상을 하는 경우 연봉을 깎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계속 불리한 조건으로 수수료 계약을 체결했다”며 “모든 것이 일방적인 관계를 대등하게 바꿔야 한다. 노조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있다”고 설계사노조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지회장은 또 “설계사뿐 아니라 모든 곳에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가져야 할 권리를 알아서 챙겨주는 자본가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이야기도 나왔다. 김 지회장은 “보험설계사는 (회사가) 필요할 때는 노동자, 불리할 때는 자영업자”라며 “회사가 시키는 대로 (노동자로서의) 의무는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퇴직금이나 월차·연차 등의 권리는 주어지지 않고 (회사는) 단체교섭에도 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조합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노조 설립이 허가가 나는 등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노동자로 존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설계사들은) 직장을 떠날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보험료는 20년, 30년 평생 (회사로) 들어오는 것인데도 설계사의 수당은 보장받지 못한다. 노동자로서의 의무는 있지만 권리를 요구하는 순간 자영업자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험 판매환경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날짜별로 계약 건수를 확인하며 설계사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중간급 관리자들은 폭언·협박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설계사들에게 수수료를 대납해주고 계약을 체결하는 법을 가르친다. 설계사들은 (본인의) 수당을 깎아서라도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셈”이라며 “회사가 종용한 일이지만 걸릴 경우 책임은 온전히 설계사가 부담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 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불법행위 규탄 및 교섭 촉구 결의대회' 현장. <사진=고현솔 기자>
▲ 지난 9일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 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불법행위 규탄 및 교섭 촉구 결의대회' 현장. <사진=고현솔 기자>

 

◇ 노조-노조의 갈등 아닌 노조와 회사 사이의 일

한화생명의 기존 사무직노조와의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 측은) 노조-노조 갈등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러나 이건 엄연한 회사와 노조 사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미정 사무국장은 “(물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노조가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바뀌었다. 한화생명에서는 정규직노조가 대표노조였지만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경우 대표노조가 없었다. (설계사노조 측이 먼저)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한화생명의 단체협상권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승계가 됐다며 (설계사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과는 근로조건, 임금, 수당 체계의 차이가 심해 분리교섭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됐다. 분리교섭이 안되기 때문에 회사는 정규직노조와 설계사노조를 하나로 보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쉽게 말해 한 집에서 안방과 작은방을 나눠쓰는 사이. 같은 집의 일원으로 공동교섭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더불어 “우리(설계사노조)도 노동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은 노조, 사측과의 교섭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불법행위 규탄 및 교섭 촉구 결의대회'에서 김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삼성화재 설계사노조원들도 참석했다. <사진=고현솔 기자>
▲ 지난 9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불법행위 규탄 및 교섭 촉구 결의대회'에서 김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삼성화재 설계사노조원들도 참석했다. <사진=고현솔 기자>

 

◇ 설계사노조 설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사명감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고파

삼성화재 등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노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타사와의 연대는 어떻게 진행중이냐는 질문에 김 지회장은 “삼성화재(노조) 집회 현장에도 다녀왔다. (노조 구성원이) 1명이 됐건 여럿이 됐건 연대할 계획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움직여서 속도는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미 화살은 당겨졌다. (보험설계사들의 노조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삼성화재와 한화생명을 필두로 여러 곳에서 노조 설립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화재와 우리가 시작이라 전 보험사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지회장에게 한화생명 설계사노조의 향후 계획을 물었다. 그는 “임단협 등 당장의 문제들 말고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회사에 유리하게 설계된 여러 법과 제도들을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보험설계사들이 이 일을 하며 사명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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