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 리스크’, 이재명 ‘아들 리스크’에 사과했지만...
김건희 리스크에 '여론 역전'...윤석열, 이재명에 역전 당해
양당 선대위 “후보가 공식 발표한 기조에 따라 갈 것”
전문가 “정당간 맞불 놓는 상황 이어질 것…국민 눈높이 맞게 대응해야”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양당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가족 리스크’로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여론은 흔들리고 있고, 당 선대위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이 사흘간 연이어 나타나자 국민의힘 선대위 활동 자체가 정상 가동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 윤 후보는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 3일이 지난 17일 오후에서야 공식 사과를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별위원회’에서는 김씨 허위경력 고발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혀 향후 '법적'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아들에 대한 보도가 나온 당일날 법적 처벌까지 지겠다며 즉각 사과했지만, 추가 보도들이 나오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는 성매매 의혹 관련해 수사를 촉구했다.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대선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리스크로 회오리가 몰아친 후 나온 여론조사는 이미 출렁이고 있다. 1위를 지키고 있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급락해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되었다.
게다가 '가족 리스크'가 사과로 끝나지 않고 대선후보 가족을 모두 소환하는 '가족 검증' 여론으로 서서히 예열되고 있어 그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 ‘김건희 리스크’ 이후 윤 지지율 급락....이재명, 윤석열에 역전, 오차범위 내 李 우세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이 본격 보도된 14일부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 아들에 대한 보도는 16일에 나와 이번 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건희 리스크’가 정점에 있던 기간에 민심에 반영된 것이어서 대선 지지도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갤럽이 12월 3주차(14일~16일)에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4자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박빙의 차로 앞섰다. ‘어느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이재명 36%, 윤석열 35%였다.
2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이 후보는 동률이었고 윤 후보는 1%포인트 하락해 두 후보 간 격차는 1%포인트 오차범위 내로 역전되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이재명 31%, 윤석열 42%로 윤 후보가 11%포인트 앞섰던 것에 비하면 한달만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또 SBS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14~15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35.4%, 윤석열 33.3%인 것으로 나와 역시 두 사람 지지율이 역전되었다. 직전 조사인 지난달 27~28일 조사(이재명 32.7% 대 윤석열 34.4%)와 비교하면 이 후보는 2.7%p 올랐고, 윤 후보는 1.1%p 하락해 이 후보가 윤 후보에 2.1%p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했다.
한편,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11~13일 ‘대선후보나 배우자, 선거캠프 관련자의 과거 사생활과 발언에 대해 검증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74.4%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88.0%로 전체평균보다 높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62.8%로 다수였으나 전체평균보다는 낮았다.
‘후보자‧배우자‧관련자들의 사생활이나 발언 등에서 더욱 문제가 있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이재명 42.0%, 윤석열 41.5%였다. 격차는 0.5%p로 두 후보 중 어느 후보가 더 문제가 많은 후보인지를 변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가족 리스크'가 '가족 검증론'으로 불붙어
'가족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후보 가족 검증론'이 전면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6일 아들 불법 도박에 사과한 후 인터넷기자단 공동인터뷰에서 "무한 검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그건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 "선출직 본인 다음으로 배우자는 굉장히 검증을 세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녀들은 (중요도에서) 조금 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하는 권력의 크기가 본인, 그다음 배우자, 자녀는 사실은 권력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는 것"며 '배우자 검증'을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김건희씨를 겨냥한 '윤석열 가족비리검증특위'를 이미 지난 11월에 띄운 상태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 병역' 문제로 선거기간 내내 검증대에 섰던 15대 대선 이회창 후보를 예로 들며 "이회창 대선 때보다국민들이 더 예민해졌다"며 "그 대단했던 이회창 후보가 본인 문제로 두 번이나 낙방했던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문제 아니다, 결혼 전의 문제다' 라는 식으로는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선은 본인뿐만 아니라 전 가족이 검증대에 서는 선거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을 납득시킬 대책을 찾으라"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여론은 선관위에서 합법이라고 판결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문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가족 검증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리스크'가 '가족 검증론'으로 전면화될 경우, 국민을 위한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것은 물론 대선판이 '온 가족의 문제를 끌어내어'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은 이날 "시대정신에 대한 비전과 민생을 향한 정책은 없고, 온통 양당 후보와 가족들의 범법행위로만 도배되고 있다"며 "갈수록 콩가로 대선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환장하겠다”…전반적으로 전전긍긍
윤 후보 부인 '김건희 리스크'가 국민의힘을 덮쳤다. 특히 제대로 된 사과 없는 모습에 민심의 거센 역풍에 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단기적인 리스크 대책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가족 검증'까지 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 듯 이준석 대표는 17일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에 대해 "우리 측 악재가 하루 이틀 먼저 나와서 선반영 됐던 것이지, 이재명 후보의 가족 문제도 꽤 심각한 사안들이 제기돼서 곧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건 정치평론가로서 이야기한 것이고, 당대표로서는 환장하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4일 YTN의 김건희씨 의혹 보도가 있은 뒤,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민심의 역풍을 우려 빠른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6일 이 대표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우선으로 국민들 보기에 부족함 없이 초기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17일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전반적으로 완전히 파악하면 본인 스스로 곧 사과를 할 것이다.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김 총괄위원장과 이 대표의 '공식 사과' 요청에 윤 후보는 결국 이날 오후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러나 법적 문제와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선대위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아서 (윤 후보가) 일단 사과를 하셨으니, 언론이나 여론 추이를 저희도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윤 후보) 사과도 굉장히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고, 후보가 말씀하신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윤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 아젠다를 갖고 어필하고 여당과 차별성을 둬야 하는데 자꾸 배우자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물론 민주당도 별 다를 바 없긴 하지만 빨리 국면 전환을 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가족 검증이 이번에 특히 과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처럼 당사자 일이 아니어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응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이회창 후보 때는 아들의 문제라기보다 이회창 후보가 병역 면제를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는 지점에서 지금 현안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는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어차피 맞을 매를 빨리 맞고 예방주사를 맞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위기라기보다 기회일 수 있다”며 “숨기고 질질 끌 것이 아니라 여론의 질타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사를 하고 팩트체크를 한 다음 선제적으로 잘못한 것에 대해선 사과하고 수사가 필요하면 좌고우면 않고 하는 것이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이재명이 말한 ‘책임져야 한다’ 기조대로 갈 것”
윤석열 후보가 '가족 리스크'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 불법 도박에 성매매 문제까지 드러나면서 민주당 역시 민심 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후보의 불법도박에 대한 즉각적인 공식 사과 효과도 없어졌다.
당 차원에서는 '가족 검증'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지만 대응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헌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어제 이 후보가 사과를 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고 발언했는데, 선대위 대응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후보가 처음 정치권에 나와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했을 때 여야 가리지 않고 수사하고 공정을 내세웠었다. 선대위 출범식 때도 ‘위선 정권’ 바로잡겠다고 해놓고,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으면) 상당수 중도층에서도 민주당을 벌하고 싶은 분들도 과연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후보 가족에까지 검증이 넓혀가는 것에 대해 “후보 본인이 가족이 행한 일을 모르고 있다 드러난 경우일지라도,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갖고 유권자들이 검증을 할 수 있다”며 “그래야 대통령이 된 후라도 측근에 대해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가늠할 수 있다”고 답했다.
■ 전문가 “최소한 검증 필요하지만 과도한 신상털기 우려” “가족 검증 과도? 두려우면 나오지 말라”
17일 오후 윤 후보의 공식 사과가 있은 뒤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의 가족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폴리뉴스>는 대선 후보 가족 검증과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물었다.
유창선 평론가는 “아직까지 사과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인데 윤 후보에 이어 당사자 김건희씨가 조만간 사과할 것 같고, 그래야 진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나 후보 본인도 아니고,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은 필요하지만, 신상 털기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오랫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말들이라 미칠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데, 경력을 허위로 한 내용도 문제지만 사과를 안 하고 자기변명만 했다든가 고압적인 모습을 보였다든가 해명 과정이 국민들한테 영향을 줬다고 해석이 된다”면서 “‘왜 그쪽 얘기만 듣느냐’ 등은 좋은 대응 방식이 아니었고 사과도 떠밀려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어 “당 차원의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으로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들이 튀어나오는 것이기에 대응을 한다 해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대책은 쉽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 정당간 맞불을 놓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보 본인도 아닌 가족에 대한 검증이 과도하지 않냐’는 질문에 “과도한지 적당한지 관점을 둬야 하는지는 유권자가 판단하는 것이고, 그런 것이 두려우면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대통령 가족이다 하면 평균 이상, 혹은 보통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겠나. 대통령 출마를 할 거면 사과를 먼저 하든지 인정을 하든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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