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선대위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인과의 공식 결별을 선언하고, 권영세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이제 ‘홀로 서기’로 본인이 책임지고 가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인데, 대선후보 윤석열의 리더십이 이제 본격적인 실험대에 올랐습니다.

새롭게 구성될 윤석열 선대위가 어떤 힘을 발휘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대선을 60여일 앞둔 시점에 제1야당 선대위 해체’라는 그야말로 초유의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의 발화점은 지지율 변화입니다. 앞서 제가 울산회동을 통한 봉합국면을 보며, 이 불편한 동행이 지속될 것인가의 관건은 ‘지지율 추이’라고 했었는데, 연말 연초 여론조사에 나타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의 급락이 직접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대선후보 선출 후 일찍 터뜨린 샴페인의 분위기가 당내 세력간 권력다툼을 낳았고, 새시대위원회의 외부인사 영입도 새로운 갈등 요소를 더하는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대선 승리를 낙관할만큼 후보 지지율이 지속되면 이 모든 갈등이 묻힌 채 갈 수 있었지만, 연말연시 여론조사 결과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2022년 새해 첫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역전했다. 앞으로 대선이 60여일 남은 시점에서 윤 후보의 최대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KBS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결과 (KBS 화면 캡쳐)
▲ 2022년 새해 첫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역전했다. 앞으로 대선이 60여일 남은 시점에서 윤 후보의 최대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KBS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결과 (KBS 화면 캡쳐)

신년 벽두에 발표된 방송 3사의 여론조사는 모두 10%p 안팎의 오차범위 밖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섰습니다. 특히 선거 판세를 좌우할 캐스팅보트 영역의 지표들이 모두 역전된 모습입니다. 윤 후보가 우위를 보이던 20대와 중도층에서 모두 10%p 이상의 격차로 이재명 후보가 우세했습니다. 특히 4.7재보선 이후 지속적으로 야당 우위를 보이던 서울지역의 지지율 역시 10%p 내외의 차이로 반전되었습니다. MBC 조사(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2021.12.29.~31일)의 경우는 16.9%p 차이였습니다.

전화면접조사에 비해 야당에 유리한 결과를 보여 왔던 ARS조사도 분명하게 바뀐 흐름을 보였습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12월 5주차 조사는 이재명 40.9%, 윤석열 39.2%, 1.7%p 오차범위내 차이인데, 최근 수개월간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가 앞선 결과입니다. 특히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재명 49.5%, 윤석열 40.6%로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오늘 발표된 4개 여론조사기관 공동 NBS(1월 3~5일조사)에서는 이재명 50%, 윤석열 26%로 당선 가능성을 예상했습니다.

신년 벽두 여론조사, 이재명-윤석열 역전... 김건희, 윤석열 거친 언사, 김종인, 이준석 갈등 원인

'후보 연기자론'에 입각한 대선후보 패싱 '김종인發 대선 선대위 전면개편'을 '김종인 쿠데타'라고 규정한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과 결별을 선언하며 '윤석열發 선거개편안'을 5일 발표 '홀로서기'를 결행했다. 이준석 대표도 당내에서 '대표 사퇴론'이 거세게 일자 결국 후보와 손잡고 선거업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지지율 하락 요인 중 하나였던 국민의힘 내부갈등은 '후보 중심의 윤석열 선대본부' 구성으로 일단락되었다. (사진/연합뉴스) 
▲ '후보 연기자론'에 입각한 대선후보 패싱 '김종인發 대선 선대위 전면개편'을 '김종인 쿠데타'라고 규정한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과 결별을 선언하며 '윤석열發 선거개편안'을 5일 발표 '홀로서기'를 결행했다. 이준석 대표도 당내에서 '대표 사퇴론'이 거세게 일자 결국 후보와 손잡고 선거업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지지율 하락 요인 중 하나였던 국민의힘 내부갈등은 '후보 중심의 윤석열 선대본부' 구성으로 일단락되었다. (사진/연합뉴스)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윤석열 우위가 일부 박빙 승부로 바뀌는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불과 2~3주만에 여론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것인데, 몇 가지 눈에 띄는 일들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사과가 있었지만, 오히려 ‘윤석열식 공정과 정의’에 대해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윤 후보는 호남에 가서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발언으로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사로잡힌 운동권 세력’이라면서 80년대 민주화운동 자체를 폄훼하는, 과거 공안검찰 수준의 언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대통령 사면이 결정되고 TK를 방문한 윤석열 후보의 언사는 더욱 거칠어집니다. 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을 두고 ‘대선도 필요없고 정권을 내놓고 물러가라’고 하더니, 여당 후보를 두고 ‘확정적 중범죄자’, 같이 토론하자니 ‘같잖다’고 언급합니다. 그동안 수없는 설화를 뿌리면서도 정치 초년생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이 함께 했지만, 유력 대선후보가 할 수 있는 말의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다가 토론을 거부하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는데, 두 후보의 토론을 연상하게 하는 유튜브의 대담프로가 공전의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지금도 조회수가 계속 늘고 있는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제 문제에 대해 양 후보의 시각과 정책방향을 적나라하게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고, 특히 캐스팅보트가 되는 젊은 층이나 중도층에게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판단하는 큰 계기가 되지않았나 생각됩니다.

연말에 벌어진 이런 일들이 여론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데, 이 과정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늘 본인이 해명한 바에 의하면, 선대위의 주요 인사나 정책들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선대위 해산을 먼저 얘기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의총에서 ‘윤후보의 비서실장 노릇을 할테니, 해준대로만 연기해달라’는 주문까지 했습니다. 정치 컨설팅을 하는 경우는 늘상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대선후보를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자리했는데 뒷방 노인네처럼 취급했다는 분노가 섞인 발언으로 보입니다.

새롭게 구성하는 실무형 선대본의 성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결국 '후보자의 리스크를 후보 본인이 극복해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특히 분란을 종결하는 마지막 수순은 '이준석 당대표의 거취문제'입니다. 분란은 그 당사자가 물러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제 윤 후보의 말처럼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당대표를 선거전략상 교체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이준석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지만, 후보와 당 대표의 관계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윤석열 후보 스스로가 해결의 주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변수 안철수 "정권교체 민심이 야권 단일후보를 선택지로"... 안철수 15% 대선판 흔들 분기점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사진=연합뉴스)
▲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사진=연합뉴스)

아무튼 60여일 남은 선거전은 새로운 변수를 안고 전개될 듯 합니다. 최근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비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권유지 의견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지지율 열세로 돌아선 윤석열 후보를 보면서, ‘정권교체의 민심이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선택지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달 27일 한길리서치 조사(아주경제 의뢰 12.25~27)에는 여야 후보의 교체필요성을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56.6%가 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무려 70.4%였습니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45.5%가 찬성했는데, 단일화시 35%가 윤석열을, 21.4%가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연초 글로벌리서치가 조사(JTBC 의뢰 1월 1~2일)한 바로는 안 후보로 단일화하자는 의견이 더 높았는데, 후보 단일화에 찬성하는 답변자로 한정하면 윤 후보 55.9%, 안 후보 35.9%였습니다.

국민의힘 내홍의 반사작용이 안철수의 상한가로 나타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윤석열 후보에서 이탈한 표가 모두 옮겨간 것은 아니겠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아침 발표된 머니투데이-갤럽의 조사(1월 3~4일)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12.9%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단일화의 복잡한 구조상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향후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서 안철수 후보의 입지는 넓어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저는 '그 분기점을 다자구도에서 15% 지지율'로 판단합니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간 격차가 10%p 이상에서 형성된다고 가정해도,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지지율입니다. 이 경우 야권단일화의 요구는 지금과는 차원을 달리 할 수 있고, 안철수 후보는 그야말로 캐스팅보트의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최근 김종인은 ‘2012년에 안철수는 이미 끝났다’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21.41%였습니다. ‘초딩 철수’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보는 민심은 확실히 존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6일 mbn-알엔써치 조사에서는 안철수로 단일화 하면, 이재명 후보를 이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 단일화 3자대결에서 이재명 33.7%, 안철수 41.6%, 심상정 4.8%로 조사되었다. (그래픽/알앤써치)
▲ 6일 mbn-알엔써치 조사에서는 안철수로 단일화 하면, 이재명 후보를 이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 단일화 3자대결에서 이재명 33.7%, 안철수 41.6%, 심상정 4.8%로 조사되었다. (그래픽/알앤써치)

오늘(6일) 오후 발표된 MBN-알엔써치(1월4~5일조사)의 조사결과를 보면, 야권단일후보 안철수를 가정할 경우 3자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를 7.9%p 앞선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후보단일화에 좋은 기억이 없는 안철수 후보는 일관되게 완주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데, 두 달은 대선판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를 경계하듯 ‘데드크로스’라고 표현했는데, 객관적으로 보아도 완전한 ‘골든크로스’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 후보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을 뿐 40% 박스권을 완전히 탈피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40%대 초중반에 있는 임기말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국힘의 난맥상을 접하고도, 민주당이 이낙연 전 총리와의 원팀 등 내부 결속과 현장 민심 파악을 강조하며 선대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윤석열 후보가 다시금 반등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인데, 대선주자 윤석열은 대통령 윤석열로서의 자격 증명을 스스로 해내야 합니다. 이준석 당대표 문제를 주도적으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고, 본인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과 좌표를 제시하면서 특히 TV토론에 나와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대통령 자격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앞서 강조했듯이 윤석열 후보의 검증과 맞물려, 안철수 후보의 부상 여부가 계속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대선까지 남은 60여일, 가장 커다란 변수는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용된 여론조사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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