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비거니즘Veganism 대 패거리즘의 싸움이다

하늘과 바다, 땅과의 경계가 선명한 시절이다. <사진=정하룡>
▲ 하늘과 바다, 땅과의 경계가 선명한 시절이다. <사진=정하룡>

 

양력 2022년 1월5일은 음력 신축년 12월이고 절기력으로는 23번째 소한小寒이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한 무렵은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이다.

그래서일까. 대통령선거가 63일 남은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조직이 어마무시해 지휘 통제가 불가능하다. 선거조직을 초슬림화해 실무형, 청년세대가 캠페인을 주도할 수 있는 선거대책본부를 꾸리겠다는 게, 그 이유다. 

맞다. 만나면 헤어지고, 이별 후 재회가 더 절절한 법이다. 자연의 법칙에 따르면 지금 싸늘하게 헤어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모르는 게 있다. '이준석'이 남은 이유를... 혹자들은 말한다. 이준석도 김종인 패거리일텐데, 소한의 혹한 속으로 내쳐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다.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연기만 잘 하라" "가만히 있으라" "내가 비서실장이 돼서 직접~"하겠다는 발언 뒤에 '쿠데타'처럼 발생한 이별이었다.  

김 위원장은 신축년 2월부터 수 차례 '별의 순간'을 주술처럼 주문해왔다. 이런 '언어들'이 윤 후보세대(?)의 귀에 '열정페이'나 '희망고문'처럼 들렸을까? 하지만 우리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동시에 기억한다.

또 있다. "가만 있으라 해서 가만 있었다!" 이건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너무 '뼈아픈' 이니셜이다. 윤 후보의 무의식이 '세월이 된 기억'을 소환했기 때문일까? 어떠튼 가만 있지 않아서 발생한 이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준석'이다. 탄핵에 재미들었는지 '준석이를 탄핵하라'고 국민의힘 패거리들이 '쌩난리'다. 자기들끼리 모여 벌이는 '아사리 판'이 마치 소설 '동물농장'을 보는 듯하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6일 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사퇴결의안은 철회됐다.) 사실 결별해야 할 패거리들은 따로 있다. 패거리즘으로 똘똘 뭉친 외부의 김종인, 윤 후보 내부에 똘똘 뭉쳐진 채 또아리를 틀고 앉은 패거리즘들과 이별해야만 한다.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당대표 '이준석'이 가진 '상징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상징의 다른 말이 '시대의 부름'이요, '시대정신'이다. 이런 상징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 어찌 대통령을 낼까? 

묘하게도 신축년의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의 국민의힘 '이준석'에게 대표성을 안겨줬다. 이게 무슨 뜻이냐. 물론 메마른 선거시스템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그동안 "비단주머니"... "연습문제"... 등으로 이어진 버릇없는(?) 정치적 언술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이를 한마디로 비거니즘Veganism이라 하자.

물론 일부분만 떼어온 거다. 가령 머리감는 샴푸(물비누)를 '고체 비누'를 사용한다든가, 이념 말고 이익, 두루뭉실 말고 디테일, '지구는 나 중심으로 돈다'라든가, 2030 말고 비거니즘, 부모세대로부터 아쉬움(?) 없이 자란 세대의 삶의 방식 말이다. 극도의 개인으로 산산히 흩어진 줄 알았던 '모래알 세대'가 '이준석'이라는 이름으로 '시멘트'가 돼 문득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뭔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주머니'에 무엇이 들었는지... 지하철 출근길에 인사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플랫폼노동이 뭔지, 젠더·게임이 뭔지... 기존의 패거리즘으로 똘똘 뭉쳐진 '김종인' 꼰대세대는 모른다. 특히 권력욕으로 시커멓게 도사리고 있는 국힘 내부 '윤핵관'들, 윤 후보 자신 속에 켜켜이 쌓인 '검사관'으로는 이준석의 '연습문제'를 죽었다 깨어나도 풀지 못할 것이다. 

임인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김종인'과의 이별가를 부른 후의 전선은 '이준석'과 '윤핵관'으로 형성됐다. 비거니즘과 패거리즘과의 한 판 승부가 벌러질 것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이 전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상징성으로 따지고 보면 송영길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다르지 않다.) 

윤 후보 '이별가' 속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주겠다" "시간을 달라"는 노랫말이 애절하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윤핵관과의 이별가도 이어져야 한다.  이준석과의 포옹을 시작으로 홍준표·유승민과도 얼싸 안아야 한다. 또 안철수와는 어떻게 포옹할 것인가도 예비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권자와의 포옹이 가장 시급하다.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가치들, 어떤 나라를 만들까에 대한 기분좋은 정답이 듬뿍 든 '문제풀이'를 내놓을 때다. 

소한이다. 정초한파正初寒波 강추위가 몰려온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소한부터 입춘 전까지 혹한酷寒을 대비해 땔감과 먹을거리를 충분히 예비했다. 그 첫 땔감으로 '김종인과의 결별'을 선언했으니 그 다음 먹거리로 '윤핵관과의 이별가'를 권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