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공동소송 勝·개별소송 敗
금소연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

(왼쪽부터) 한화생명, AIA생명 사옥 <사진=폴리뉴스 DB>
▲ (왼쪽부터) 한화생명, AIA생명 사옥 <사진=폴리뉴스 DB>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즉시연금 미지급 공동소송’에서 법원이 연일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AIA생명의 재판에서도 소비자 승소 판결이 나왔다.

25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제203민사단독 재판부(판사 소병석)는 한화생명과 AIA생명보험의 즉시연금 가입자 7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연금 청구소송에서 소비자인 원고 승 판결을 내렸다. 지난 19일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된 2건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청구 공동소송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내면 한달 후부터 연금 형식으로 보험금을 매달 받는 상품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그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지난 2018년 소비자들은 생명보험사들로부터 보험금을 덜 지급받았다며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보험사들이 만기환급금 마련을 위해 연금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했는데 해당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설명서(산출방법서)에 해당 내용이 기재돼 약관에 적힌 것과 효력이 같다며 보험금 반환을 거부했다.

2018년 금감원이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1조원 가량이다. 미지급금은 삼성생명이 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850억원, 700억원 수준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보험사들이 이를 거부하며 소송으로 번졌다.

재판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지난해 7월까지 소비자 측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을 상대로 승소했다. 반면 가입자 개인이 진행한 소송에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지난해 10월 승소하며 앞서 진행된 소송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사진=한화생명 홈페이지 캡쳐>
▲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사진=한화생명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이 삼성생명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고, 이틀 후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도 소비자가 승소했다.

AIA생명은 소송 과정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한다고 밝혔으나 소멸시효를 내세워 금감원의 지급권고 이전 3년까지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법원은 AIA생명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고 미지급 보험금 전액을 가입자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비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주 변호사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입자의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은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보험사가 고의로 가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누락해 약관이 작성됐다”며 “약관을 만든 측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비자의 주장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1심에서 패소한 보험사는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항소심은 올해 안에 진행될 예정으로 법원의 최종 결론까지는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건에서도 당연히 원고승 판결을 기대하며 생보사들의 자발적인 지급을 바란다”며 “소수 소송참여자 배상 및 소멸시효 완성의 꼼수를 없앨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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