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 정책·집행 역할 충돌
여야 막론하고 관련 법안 발의
전문가들도 “개혁 촉구” 한목소리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대선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산적한 현안 탓에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대선 시기마다 등장하는 이슈다. 당시 금융감독 체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관치금용’의 적폐로 꼽히던 금감위와 기존 재경부 금융정책국을 합쳐 금융위를 신설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된 현재 금융감독 조직체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위가 금융 산업 정책과 감독 정책을, 금감원이 감독 집행을 맡으며 정책과 감독 기능이 충돌하는 데다, 감독 기능이 이원화돼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감독 집행 권한을 위탁받고 있어 감독 기능이 정책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9년 라임·옵티머스 등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하는 동안 제대로 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독 업무를 하면서도 법률 제정권이 없다 보니 감독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세부 규정 하나 바로바로 만들 수 없다”며 “금융위를 해체해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합쳐 감독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 금융감독 체계가 개편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경제·금융 공약을 맡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금융위가 담당하던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감독 정책기능을 맡긴다는 내용이다. 

윤창현 의원은 금감원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 임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릴 경우 금융위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금감원의 힘을 빼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용우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각각 한 개씩 발의했다.

전문가들도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를 촉구하고 있다. 금융분야 학자 15인으로 구성된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이하 금개모)’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 감독 개혁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금개모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가 금융감독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휘둘려 금융감독의 기본 원칙까지 저버리는 구조적 문제점을 청산할 때가 됐다“며 "금융산업정책 권한은 정부의 경제정책부처가 보유하되, 금융감독 기능은 공적 민간기구에 통합적으로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 원칙과 금융감독 기구의 재량을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감독 소프트웨어 개혁’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금융감독 조직 개편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행 감독 체계에서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기능만 떼어 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따로 설립하는 식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 보호 정책이 미흡하다”며 “소비자보호청 등 별도의 독립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개편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 관련 현안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조직 개편에 나설 경우, 당면한 과제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국회에서 금융 행정 체제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데 비단 이번에만 그런 게 아니고 과거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들이 발의된 바 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지속이나 금융 불균형 심화 등 여러 가지 현안이 많기 때문에 당면 현안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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