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언론과 국민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알다시피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대선 공약이었다. 당선자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데 논란이 제기될 이유는 없겠지만, 당초 공언했던 ‘광화문 시대’가 아닌 ‘용산 시대’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당초 윤 당선자가 내놓았던 집무실 이전 공약의 취지는 훌륭했다. 그는 지난 1월27일 국정운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 민관합동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월 15일 선거운동 출정식에서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참모진들과 좀더 가까이서 긴밀하게 소통하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이며, 시민들 속에 가까이 가겠다는 의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인 검토와 판단이 끝나기도 전에 윤 당선인이 공약 재검토 가능성에 대한 퇴로를 차단하면서부터 생겨났다. 그가 “5월10일 임기 첫날 새 집무실로 출근하겠다”고 못박으면서 시한에 쫓기며 이사해야 하는 모습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광화문 집무실’이 아닌 ‘용산 국방부 집무실’ 론이 급부상하면서 이 사안에 대한 여론의 기류도 갈라지는 상황이 되었다.

윤 당선자 측의 ‘청와대 이전 TF’는 광화문 정부청사의 경우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경호가 어렵고 공간이 협소해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수위원회는 윤 당선자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 청사라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더 검토하기로 했다지만, 일단은 국방부 청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한 용산 국방부 청사 집무실은 당초 의미를 부여했던 광화문 집무실과는 여건과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용산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고, 미군 부대 이전으로 남는 일대 부지를 공원화해 국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윤 당선자 측의 설명이다. 시민들이 공원을 걸으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바라볼 수 있어 기존의 폐쇄적인 청와대 모습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용산이라는 지리적 위치는 시민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청와대와 다를 바가 없다. 국민과의 소통을 상징할 용산공원 조성 일정은 아직 기약하기도 어렵다. 단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나 합참의 이전이 연쇄적으로 따라야 하기에 일이 무척 커지게 된다. 국방부가 함께 청사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군과 동거하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어떻게 해석될지도 대외적으로 민감한 문제이다. 이런 이유들로,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다. 급기야 여야 간의 논쟁거리로 부상하는 상황까지 낳고 있다. 대선 패배로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집무실’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선되고 나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를 포기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애당초 윤 당선자도 그 포기 이유를 알 수 있었을텐데, 현실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약이 나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나온 모든 공약이 다 그대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니, 문제가 있거나 조정이 필요한 공약은 재검토가 필요하며 그것을 위해 인수위원회도 있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마치 윤석열 정부의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인 것처럼 비쳐지게 된 상황이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최우선적 국정과제는 국민 전체의 일상을 위협하게 된 코로나 방역이고, 그에 따른 민생 문제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무리없이 진행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찬반의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데 동의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초 의미 부여를 했던 광화문 이전도 아닌 용산 이전을 위해 많은 비용과 논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를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라는 대안이 갑작스럽게 부상하면서 과도한 관심과 논란을 받게 되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사안을 국정과제 1호로 삼으며 국민의 시선을 모아가야 할 윤 당선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거듭 못박았던 공약을 이제와서 되돌릴 경우 정치적 위신의 손상도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용산으로의 이전이 두고 두고 여러 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면, 지금은 그 문제에 매달려 씨름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끝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면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설명을 하든지,  그것이 어려우면 이제라도 포기하고 정말 시급한 국정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일단 외교부 청사를 사용하다가 용산 이전 여부는 시간을 갖고 판단하든가 할 일이다. 새 정부가 찬반 여론이 뜨거워지는 사안에 매달리며 시작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윤 당선자의 소통의 리더십이 지금 시험대 위에 오른 것인지도 모른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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