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탄생, 한국의 보수가 허울뿐이었던 자유민주주의 실현할 좋은 계기”
“검찰주의자 중심 인적 구성, 자유주의의 핵심인 과정의 미학 구현 회의적”
"당선인 첫 과제, '기본소득;' 던져야... '음의 소득세' 추진해야"
"용산이전, 굉장한 카드... 절차와 과정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계기"
“尹, 빅텐트 칠 수 있는 사람, 당선인으로 빅텐트 추진해야...초당적 공약위원회 만들어야”

안병진 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와 사이버대 부총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안병진 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와 사이버대 부총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한유성 기자] 폴리뉴스 3월 두 번째 스페셜 인터뷰는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모셨다.

대전환 시대, 기후 위기와 팬데믹은 사람들의 일상을 새로운 모습으로 이끌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란 변화는 가능성의 영역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을 인류 문명의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압축 성장과 민주화를 통해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20대 대선을 통해서 새로운 리더십의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대전환의 큰 흐름 속에 능동적인 변화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중 간 대결이 초래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흐름은 정치외교와 경제, 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영역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에 미래학자이자 미국 정치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통해 대선결과를 포함한 우리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응 방안을 들어보고자 한다.

"尹, 한국의 보수 허울뿐이었던 자유민주주의 실현할 좋은 계기... '기본소득' 부터 제시해야"

안병진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탄생으로 보수의 기회가 온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석열 당선인은 보수, 진보 두 정부에 대해서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각을 세웠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보수가 허울뿐이었던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타락시켰던 기존 보수와 달리 윤 당선인은 초보적인 형태의 합리적 보수로서 자유민주주의를 해볼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며 "공정을 새 행정부의 기치로 내걸 수 있고, 그 점에서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결국 핵심 태제 중 하나가 견제와 균형"이라며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라고 표현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제는 '견제와 균형의 핵심'인 의회가 중심이 되고 대통령과 함께 협의하는 제도라는 게 본질이고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분들이 그걸 이해할까. 본인들이 역사에서 부여받은 소임, 기존의 보수가 타락시켰던 자유민주주의를 정상화해야 된다는 그 역사적 과제를 이해할까"라며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윤 당선인 주변의 인물들은 인수위 면면들만 보더라도 전형적인 검찰주의자들이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전형적인 검찰주의자들과 현 검찰의 공통의 모티베이션은 ‘정치의 사법화’이고, 그들은 정치 사법화의 귀재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연 이 사람들이 자유주의의 핵심인 과정의 미학, 즉 적법한 절차를 밟고 진영과 무관하게 '헌정주의'에 충성하는 듀 프로세스(Due Process)를 구현할 수 있을지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보수든 진보든 왜 적법한 절차에 그토록 강렬하게 집착하는가"라며 "예를 들어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는 법정에서 그냥 무효화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윤 당선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사람이 자신의 결단만 강조한다"며 "결단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조심해야 될 단어다. 파시즘의 철학자 칼 슈미트가 제일 좋아하는 게 결단이고, 그가 제일 경멸하는 게 과정"이라고 지적하면서 '과정과 법적 절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많이 읽었다는 '밀턴 프리드만'을 언급하며 "프리드만은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도 제시했지만 '음의 소득세'를 주장한 사람이다. '기본소득'의 보수적 아이디어가 음의 소득세"라면서 "음의 소득세는 사회적 안전망, 복지에 대해 관심있는 보수이고 작은 정부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인 보수"라면서 "제가 윤석열 당선인이었으면 음의 소득세(기본소득)부터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닉슨(Nixon)이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던졌던 게 기본소득"이라며 "그걸 통해서 민주당을 분열시켰는데, 노동계와 흑인을 비롯한 소수계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래서 닉슨은 임기 초반에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갔다"면서 "제가 한국의 보수라면, 김종인스러운 아이디어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을 것"이라고 미국 정치의 예를 들어 '기본소득' 필요성을 역설했다. 

용산이전, 굉장한 카드·환상의 아이디어...어마어마한 가치 축소 '보수의 천박한 시야'
과정없이 폭력적으로 무시... 과정 관리하는 것이 자유주의 핵심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20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하며 대국민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후 여야 공방과 신구권력 갈등의 논란만 남기고, 용산이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대국민 찬반 여론 수렴 과정과 절차를 밟지 못했다. ( ⓒ사진/공동사진취재단)
▲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20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하며 대국민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후 여야 공방과 신구권력 갈등의 논란만 남기고, 용산이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대국민 찬반 여론 수렴 과정과 절차를 밟지 못했다. (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안병진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굉장한 카드다. 스펙터클 하기도 하다. 굉장히 잘 잡은 것"이라며 “미국식 대통령제의 핵심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용산 이전과 관련 "환상의 아이디어다"며 "왜 노무현, 문재인 행정부는 용산이라는 아이디어는 배제했나?"라고 반문하면서 "세종시에 대한 건 헌법적인 문제지만 용산이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용산 이전 신의 한 수' 이유를 두가지로 말했다. "하나는 신중하게만 추진하면, 일단 청와대가 개방되는 것 자체의 스펙터클은 누구나 인정하는 요소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했고 "그 다음에 용산공원을 백악관 라파예트 광장처럼 장기적으로 바꿔 나간다면, 그것과 집무실 쪽이 연결된다면 그것도 환상적인 그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만약 김석철 선생님같은 거장이 계셨다면 지금처럼 윤석열 당선인이 무슨 군사작전하듯이 나와서 옆에 어설프게 그림 그려놓고, 이렇게는 안 하셨을 것"이라며 "아마 용산 이전이 가지는 세계사적 의미부터 시작했을 것"이라면서 "아마추어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정치적으로는 저게 의미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10일 날 어쨌든 청와대가 개방되면 여론이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것이 가지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저렇게 축소시키는 우리나라 보수들의 천박한 시야도 그렇지만, 과정을 관리하는 게 자유주의인데 그 과정을 폭력적으로 생략하고 무시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무실 이전 이슈를 저렇게 어리석게 관리하다 보니까 다시 진영의 대결이 전면 부활된 것"이라며 "거기다가 집토끼인 보수 일각에서도, 보수적인 분들의 특징은 안보 불안인데, 그런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그 다음에 중도층들이 다소 이반한 부분들이 지금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것도 자유민주주의에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과정을 관리하는게 자유주의인데 그 과정을 폭력적으로 생략하고 무시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집무실 문제의 과정을 관리하지 못하면 안 되고, 미국처럼 찬성과 반대 TF를 꾸려서 의견을 들어가면서 그걸 완성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의 국가적 과제를 '법적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의 핵심 'DUE PROCESS'(듀 프로세스)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안 교수가 거듭 강조하는 점이다. 

"尹, 당선인 됐으면 빅텐트 운동 해야...초당적인 공약위원회 만들어 70% 하면 역사에 남을 업적될 것"

안병진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타락시켰던 기존 보수와 달리 “윤 당선인은 초보적인 형태의 합리적 보수로서 자유민주주의를 해볼 수 있는 자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 안병진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타락시켰던 기존 보수와 달리 “윤 당선인은 초보적인 형태의 합리적 보수로서 자유민주주의를 해볼 수 있는 자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진 교수는 “윤 후보는 대선 캠페인에서 굉장히 크게 빅텐트를 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선인이 됐으면 빅텐트 운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고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워크샵에서 윤 당선인이 했던 "‘실용주의와 문 정부 계승’발언에 주목한다"며 “초당적인 공약위원회 만들어서 한 70% 해버리면, 그것만 해도 역사에 남을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제가 초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나가는 식으로 하면 안 되냐고 했었다"며 "김동연 후보가 선거 나오기 전부터 책에서 공약위원회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일부 정치권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윤 당선인이면 제일 먼저 음의 소득세 공약하고, 제일 먼저 초당적인 분을 TF 위원장으로 해서 공약 실현위원회부터 만들겠다"며 "그래서 이번에 후보들에게서 나온 공약들의 70%는 그냥 100일 만에 다 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실용주의’이고, ‘문재인 행정부에서 계승할 건 계승합시다’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검찰주의자에게는 사정의 DNA, 물어뜯는 DNA가 안 나올리 없다"고 우려했다. 

안병진 교수는 1967년 대구 출생으로,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미국 뉴욕시립대 강사로 활동했고, 2004년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 2007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와 사이버대 부총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2021)’,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다음은 안병진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윤석열 정부가 5월 9일 출범한다. 어제 현직 대통령과 만남도 가졌는데, 사실 국정농단으로 탄핵되고 나서 보수가 몰락했다 할 정도로 큰 선거에 다 졌다. 지난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부터 보수가 다시 기지개를 켠 건데, 아까 비호감 선거를 이야기하면서, 후보들이 아마추어이고 비주류 아웃사이더란 이야기를 했다. 결국 윤석열 당선인이 그렇다는 거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 보수 혁신의 결과는 아니지 않느냐에 대해서 자기들도 인정하더라. 아무튼 보수의 기회가 온 걸로 보시는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안병진 : 위기와 기회 요인이 다 있는데, 저는 위기 요인이 좀 더 크다고 본다. 기회 요인을 본다면, 윤석열 당선인은 그야말로 보수, 진보 두 정부에 대해서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다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한국의 보수가 허울뿐인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거다. 대한민국은 최정식 교수가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하셨듯이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타락시켰다’는 거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있는 사람이다. 그 신념대로 검찰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행위를 했는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밀턴 프리드만이라든지 소위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책을 많이 봤다고 하는데, '밀턴 프리드만' 얘기를 이 사람이 그냥 함부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자기 딴에는 그것을 나름대로 체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틀린 얘기는 아니고, 전통적인 보수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전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전통 보수와 달리, 초보적인 형태의 합리적 보수로서의 자유민주주의를 한번 해볼 수 있는 시기이고, 윤석열은 그 자산이 있다는 거다. 두 정부를 다 건드렸으니까. 소위 공정이라는 것을 새 행정부의 기치로 내걸 수 있고, 그 점에서는 기회다.

예를 들어서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결국 핵심 태제 중 하나가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와 균형의 핵심은 미국 대통령제의 핵심인 ‘의회가 중심되고 대통령과 함께 협의하는 제도’다. 한국에서 대통령 중심제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미국은 의회 중심의 대통령제다. 그게 미국식인데, 한국은 미국 대통령제가 원형이고, 미국식 대통령제의 본질 핵심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점에서 이번 '집무실 이전'이라는 건 굉장한 카드다. 스펙터클하기도 하고 소위 미국식 대통령제의 핵심을 실현하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거다. 굉장히 잘 잡은 건데, 문재인 행정부의 탁월했던 사진, 라떼 테이크아웃 들고 양복 걸치고 했던 것보다 200배는 더 큰 사진이 될 거다. 문 정부는 그 사진 이후에 조국 임명하는 사진으로 그 효과를 완전히 무효화시켰는데, 그 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것도 자유민주주의에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그걸 이해할까. 본인들이 역사에서 부여받은 소임, 기존의 보수가 타락시켰던 자유민주주의를 정상화해야 된다는 그 역사적 과제를 이해할까.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기존의 전통적 보수는 아웃사이더에 의해 접수가 됐지만, 한편으로 윤석열 주변의 인물들은 인수위 면면들만 보더라도 전형적인 검찰주의자들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형적인 검찰주의자들과 현 검찰의 공통의 모티베이션은 ‘정치의 사법화’이고, 그들은 정치 사법화의 귀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이 사람들이 공정한 듀 프로세스(Due Process), 적법한 절차를 밟고 진영과 무관하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갈랑드 법무장관처럼 바이든을 위해서 충성하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미국의 헌정주의에 충성하는, 과연 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전 굉장히 회의적이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과정의 미학에 있고, 듀 프로세스(Due Process)라는 게 그런 거다. 미국은 보수든 진보든 왜 적법한 절차에 그토록 강렬하게 집착하는가? 예를 들어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는 법정에서 그냥 무효화된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사람이 자신의 결단만 강조한다. 결단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조심해야 될 단어다. 파시즘의 철학자 칼 슈미트가 제일 좋아하는 게 결단이고, 그가 제일 경멸하는 게 과정이다. 그래서 칼 슈미트는 자유주의자와는 거의 화해할 수 없는 철학자이다. 하이데거(Heidegger)도 그런데, 완전히 파시즘의 철학자는 아니지만 나치즘의 초기에 협력했다. 그래서 윤석열이 하지 말아야 될 건 하이데거, 슈미트, 그리고 프리드만을 경계해야 된다는 거다.

프리드만은 신자유주의의 철학자인데, 단 프리드만은 윤석열보다는 자유주의자다. 유승민 대표도 잘 지적했는데,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프리드만 좀 제대로 읽어라. 프리드만은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도 제시했지만 음의 소득세를 주장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기본소득'의 아이디어 중에 하나, 보수적 아이디어가 음의 소득세다.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힘 정강정책 1호에 삽입한 게 그거다. 이렇게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게 프리드만이다. 음의 소득세는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안전망, 복지에 대해 관심있는 보수인 거고. 작은 정부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인 보수인 거다.

그런데 윤석열은 양 측면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제가 윤석열 당선인이었으면, 저는 음의 소득세부터 던질 거다. 닉슨(Nixon)이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던졌던 게 기본소득이다. 그걸 통해서 민주당을 분열시켰는데, 미국의 민주당은 이것을 받자니 닉슨의 아이디어고 거부하자니 기본소득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거다. 민주당이 그 당시 굉장히 곤혹스러웠는데, 노동계와 흑인을 비롯한 소수계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래서 닉슨은 임기 초반에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갔다. 제가 한국의 보수라면, 김종인스러운 아이디어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을 거다.

다른 쪽으로 흘렀는데, 어쨌든 저는 이 집무실 문제의 과정을 관리하지 못하면 안 되고, 미국처럼 찬성과 반대 TF를 꾸려서 의견을 들어가면서 그걸 완성해가야 된다는 거다.

2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차량 행렬이 경찰 교통 통제 아래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지나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경복궁 너머로 청와대가 보인다.(사진=연합)
▲ 2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차량 행렬이 경찰 교통 통제 아래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지나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경복궁 너머로 청와대가 보인다.(사진=연합)

김능구 : 청와대 이전이라는 게, 우리가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엇나가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불식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필요했다는 거다. 그런데 노무현, 문재인도 광화문 시대를 하려다가 포기한 것 아닌가?

안병진 : 환상의 아이디어다.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왜 그 당시 노무현, 문재인 행정부는 용산이라는 아이디어를 배제했나? 세종시에 대한 건 헌법적인 문제지만. 저는 용산이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과정 관리에서 안보와 용산공원에 대한 판단의 부분에서는 의도하지 않는 엄청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조심스럽게 신의 한수라고 이야기하는 건 두 가지 의미에서다. 하나는 저걸 신중하게만 추진하면, 일단 청와대가 개방되는 것 자체의 스펙터클은 누구나 인정하는 요소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거다. 그 다음에 용산공원을 백악관 라파예트 광장처럼 장기적으로 바꿔 나간다면, 그래서 그것과 집무실 쪽이 연결된다면 그것도 환상적인 그림이 되는 거다.

다만 위험스러운 요소를 제거하고 용산공원을 21세기 최고의 생태 공원으로 만들 정도의 비전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다면, 예를 들어서 만약 김석철 선생님 같은 거장이 계셨다면, 지금처럼 윤석열 당선인이 무슨 군사작전하듯이 나와서 옆에 어설프게 그림 그려놓고, 이렇게는 안 하셨을 거다. 아마 용산 이전이 가지는 세계사적 의미부터 시작했을 거다.

제가 당선인이었으면, 대한민국 역사상 새로운 패러다임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유라시아에서 어떻게 연결되는가 속에서 용산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다음에 공론화시켜 국가적으로 토론하고,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맡기겠다.

그런데 저런 식으로, 아주 아마추어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저게 의미가 있을 수 있을 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10일 날 어쨌든 청와대가 개방되면 여론이 확 바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으로는 현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것이 가지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저렇게 축소시키는 우리나라 보수들의 천박한 시야도 그렇지만, 과정을 관리하는 게 자유주의인데 그 과정을 폭력적으로 생략하고 무시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앞서가는시민들의모임 회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5 (사진=연합)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앞서가는시민들의모임 회원들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5 (사진=연합)

김능구 : 기회 요소로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금방 이야기한 부분들이 한계라고 볼 수 있겠다.

안병진 : 기회적 요소가 더 있는데, 저는 대선을 할 때마다 ‘역시 너는 나이브하고 선비야’라며 야단을 맞았던 이야기가 있는데, 후보님들 본인이 진영으로서 주장하는 것만 하지 말고 초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걸 제안해서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나가는 식으로 하면 안 되냐고 했었다. 제가 만났던 전략가들이나 의원들은 조금 이상하게 저를 쳐다보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깜짝 놀랐던게, 김동연 후보가 선거 나오기 전부터 책에서 공약위원회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걸 일부 정치권에서 받았던 거다. 그런데 민병두 선배가 오늘 비슷한 얘기를 하던데, 2012년 선거 때 그런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제가 윤 당선인이면, 제일 먼저 음의 소득세 공약하고, 제일 먼저 초당적인 분을 TF 위원장으로 해서 공약 실현위원회부터 만들겠다. 그래서 이번에 후보들에게서 나온 공약들의 70%는 그냥 100일 만에 다 해버릴 거다.

김능구 :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후보 시절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연금이라든지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건 해 나가자는 건데, 한편으로 이재오 상임 고문 같은 경우는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안병진 : 김윤재 변호사가 한국에 귀국하면서부터 화두로 제기했던 걸 이제는 정치권들이 다 잊어먹었다. 기억하시겠지만 김윤재 변호사가 미국 정치의 최고 고수로 트레이닝되고 한국에 와서 폴리티칼 캐피탈, 정치 자본을 이야기했다. 후보는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자신이 선거에서 요청받은 민의 수준, 부여받은 정치 자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민감하게 생각하면서 국정운영을 하라는 게 김윤재 변호사의 탁월한 제안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알기로는 김대중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정치자본을 민감하게 생각하면서 국정을 운영했던 사람은 없었다. 진보든 보수든, 노무현 당선인도 그 점에서는 부족했고, 문재인 당선인은 아예 깡그리 무시했다.

지금 윤 당선인은 0.73%, 이준석이 일부 트럼피즘을 동원한 게 야비하지만 불가피했던 전술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윤 후보가 해야 될 가장 핵심은 빅 텐트를 만드는 거였다. 왜냐하면 윤 후보는 매력이 있다. 윤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노무현이다. 당선인의 와이프, 지금 퍼스트 레이디가 그런 얘기를 했다. 왜 그렇게 노무현 다큐를 보면서 우는지 모르겠다고. 윤 당선인은 그에 대한 진심이 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존경한다. 그래서 굉장히 크게 빅 텐트를 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선거 캠페인을 그따위를 하면서 아주 협소한, 마치 트럼피즘의 후보처럼 돼버렸고, 그래서 겨우 신승한 거다. 이재명 후보한테 훨씬 뛰어난 전략가가 거의 데일리로 있었으면 100% 이재명이 이겼다. 그러니까 사실은 빅 텐트의 선거 운동을 했었어야 되고, 지금이라도 당선인이 됐으면 빅 텐트 운동을 해야 한다. 그 점에서 인수위원장 안철수는 잘한 건데, 당선되고 나서 빅 텐트 행보를 하지 못했다. 집무실 이전이라든지 어리석게 움직이다가, 엊그제 인수위 워크숍 모두 발언을 보니까, 이 사람이 이제 또 깨달았나 싶게 잘 했고, 깨달은 게 며칠 가나 지켜볼 예정이다.

김능구 : 윤 당선인이 워크샵에서 뭐라고 했나?

안병진 : 워크숍 모두 발언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실용주의’이고, ‘문재인 행정부에서 계승할 건 계승합시다’라고 했다. 아마 이 사람들이 여론조사를 봤을 거고, 대통령과 갈등하는 정국을 풀어야 되니까 그 레토릭(Rhetoric)을 던졌을 거다. 그 레토릭이 진심이라면 퇴임할 때 멋있게 퇴임할 수 있다. 초당적인 공약위원회 만들어서 한 70% 그냥 해버리면, 그것만 해도 역사에 남을 업적이다.

그런데 잘 못할 거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 검찰주의자에게는 사정의 DNA가 있다. 거기에는 민주당도 한 몫 할 거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힘 대 힘으로 부딪힐 것이고, 그러면 수십년 간 한국 검찰 권력들이 가져 온 물어뜯는 DNA가 안 나올 리가 없다.

김능구 : 지금 윤석열 정부 국정에 대한 기대, 찬반이 비슷비슷하게 나온다. 이것은 진영 대결의 연속 선상으로 봐야 될까?

안병진 : 제가 모두에 정치적 무승부라는 표현을 했다. 지금 대표님 말씀에 공감하는 게, 정치적 무승부였는데 집무실 이전 이슈를 저렇게 어리석게 관리하다 보니까 다시 진영의 대결이 전면 부활된 거다. 거기다가 집토끼인 보수 일각에서도, 보수적인 분들의 특징은 안보 불안인데, 그런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그 다음에 중도층들이 다소 이반한 부분들이 지금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거다.

사실 제가 민주당 강연 초반에, 텔레비전 토론에서 무조건 이재명 후보가 진다는 얘기를 드렸다. 당신들이 기대치를 너무 올려놨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그대로 됐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을 때 제가 어느 방송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기대치가 너무 낮기 때문에 조금만 잘하셔도 지지율이 70~80%까지 올라갈 거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 기회를 놓치신 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잘 모르겠다.

김능구 : 어쨌든 간에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잘해야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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